에휴 해놓은건 없이 나이만 먹은 딸년이 철없어 보이셨나봐요.
몇번의 독립을 시도했는데 다시 집으로 들어오길 2번.
이번엔 정말 진정한 독립을 해보겠다고 원룸을 알아보던중에
정말 딱 좋은 매물을 찾아서 엄마한테 도움을 요청했어요.
2500만원만 빌려주십사하구요. 일언지하에 거절하시네요.
제가 그냥 달라는건 아니고 한달에 80만원 정도 드려서 2년안에 상환하겠다.
그 돈이 걱정이면 계약할때 엄마이름으로 하겠다. 말씀드렸어요.
그런데도 안된다고 하시는데 섭섭한거있죠.
물론 부모가 자식한테 돈 빌려줘야한다고 헌법에 써있는건 아니라지만..
있으면서도 안빌려주시니까 좀 마음이 먹먹해요.
엄마랑 아빠랑 사이가 안좋으세요. 쭉 안좋으셨으니까..
그래서 절 곁에 두고 싶어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저도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20대후반에 자격증 공부한다고 학원비에 월세에 저축을 못했어요.
그 와중에 공무원시험에 욕심이 생겨서 고시원 들어가서 공부했지만 낙방.
엄마는 매일 전화로 아빠랑 사니 못사니 하시고.
지금은 아빠나 엄마나 일하실 나이도 지나셔서 소일거리 하시고 연금 나오는거 조금으로 생활하시는데
그래서 제가 더욱 독립을 하려고 했어요.
80만원 정도 드리면 이래저래 생활비는 될거 같은데
(집 평수도 작고 워낙에 절약하시고 조금씩 소일거리도 하시구요.
집도 아빠명의라서 따로 돈 세는 곳은 없어요.)
제가 그 돈을 그냥 드리자니. 저는 뭘 모아서 시집을 가나 싶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제 주머니만 차자니 생활비가 막막하구요.
그래도 부모님한테 절대 손 안벌리려고 보험3개랑 저축보험도 소액이나마 붓고 있어요.
올해 목표는 독립해서 이판사판 정말 이 악물고 공부해서 공무원시험 붙고
쭉 하려고 했던 작은 금속공예 매장도 해볼 생각이였는데 ..
집에서는 직장이랑 거리도 멀고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ㅜㅜ
(서른에서 서른 한살로 한살 더 먹었다고 겔겔거려요)
차비는 차비대로 버리고 집에와서 저녁먹으면 되는데 퇴근하고 집에오면 9시에요.
가끔 밖에서 군것질 하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군살만 찌네요.
소화도 안되고. 이러다보니 집에 오면 잠만자게 되고 주말에 겨우 청소랑 빨래 도와드려요.
아. 매일 부딪히는 아빠랑 지겨운 잔소리.
결국엔 울화병이 생겨서 한약먹는데 이 약이 진짜 사람 돌게 만드네요.
빵 잔뜩 사들고 집에 와서 나눠먹는데 콜라를 따서 놓다가 실수로 놓치는 바람에
절반이상을 다 쏟았어요. 황망하고 짜증나려고 하는데 아빠가 혼을 내시는거에요.
아니 서른처먹은 딸년이 손을 헛디뎌서 쏟았으면 그러려니 하셔도 되는걸
열살짜리 혼내시듯 하는데 갑자기 억이 막히면서 성질이 뻗치더라구요.
그게 혼낼 일도 아니고 혼날 일도 아닌데 저 걸레로 닦다가 결국 폭발해서
빵 다 찢어발겨서 입에 처넣고 먹다가 다 던지고 울고 말았어요.
엄마는 한숨 쉬면서 그러지 마라 하면서 머리를 만지시는데
그게 더 짜증이나서 소리 질렀네요.
이모들은 집에서 나가지 말고 엄마 도와주면서 살면 안되냐고 하시는데
제 생각은 좀 정리가 되었어요. 우리 집이 정말 나때문에 오로지 개망나니 딸년 때문에
화목하지 못한거면 저만 잘하면 되는거 맞아요.
근데 우리집이 행복하지 못한게 저 때문이 아니라면?
다 각자가 변해야 한다면? 그럼 저 혼자만 변하려고 노력하는게 물거품 아닌가요?
부모님은 변하려고 시도 안하시는데? 결론은 서로 안보고 사는게 최선 아닌가 싶어요.
글쓰다보니 눈물이 다 나네요. 휴. 저 살면서 엄마 아빠 돈 탐낸적도 없었고
대학때도 알바하면서 용돈 벌어썼는데.
그 돈 2500만원도 없는 제가 너무 싫고 초라하고 안주고 절 등신취급하는 엄마는 수전노 같이 보이고 ..
제가 왜 사나 싶기도 하네요.
울화병 진단 내려놓고 시집살이도 아니고 신랑문제도 아닌데
처녀가 가족 때문에 이렇게 울화병 생기면 어쩌냐고
다짜고짜 부모랑 안맞으면 나와서 살으라고 뭐 천륜을 어쩌고 인륜을 어쩌고
그런 얘기 하는 거 다 무시하고 일단은 본인 몸이 제일 중요한거라고 하셨던 한의사 쌤 말이 맞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