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어머니...
그냥 주변의 흔한 시어머니세요. 서운할 때도 있고, 감사할 때도 있고...
그런데 제가 아플 때면 꼭 친정 어머니 같이 느껴져요.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면 열 일 제치고 달려와서 간호해주시고,
음식 싸다 주시고, 수시로 전화해서 몸은 좀 괜찮냐 물어봐주시고,
무엇보다 손을... 제 손을 꼭 잡아주세요. 괜찮다, 금방 나을꺼다.. 그러시면서...
그러면 아프고 힘든 제 맘이 따뜻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아요.
친정어머니...
역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정 많고 따뜻한 친정어머니에요.
그런데 제가 아플 때면 꼭 시어머니 같아요.
병원에 있어도 문병 한 번 안오시고, 전화 한 통 없으세요.
(조카들 보고 있긴 하지만, 아침 저녁으론 시간이 있거든요)
저 만나서는 너무 걱정되서 잠을 못 잤다, 너 힘들까봐 전화 안했다,
애들때문에 병원을 갈 수 없었다 그러시고... 그러면 전 그랬겠지.. 그러고 넘어가요.
딱 한 번 문병 오신 적이 있는데 손님처럼 왔다가 손님처럼 가셨어요.
전 무척 건강한 편이지만, 이제껏 딱 두 번 죽을만큼 아파봤어요.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엄마 생각이 간절했지만, 엄마는 옆에 없었어요.
"몸은 좀 괜찮냐?"는 질문에 "괜찮아, 치료받으니까 금방 낫겠지 뭐"하면
그 말 곧이곧대로 괜찮다고 안심해버리고, 병원에 갔으니까 낫겠지..
시어머니가 와계신다니 잘 돌봐주겠지... ㅇ서방 있으니까 잘 보살피겠지...
그러고 말아요.
애낳고 산부인과에 있을 때 피묻은 속옷을 갈아입혀주고, 빨래해주던 분도 시어머니고...
전신마취 수술 후 떨리는 몸으로 깼을 때 제 손을 꼭 잡아주며, 온몸을 주물러주던 분도 시어머니고...
퇴원하고 집에 가면 음식같은 거 하지 말라며, 일주일치 국과 반찬을 싸주신 분도 시어머니...
같이 병실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모두 친정어머니 참 대단하시다고 칭찬하다가
시어머니라고 하면 단체로 멘붕될 정도니 그 감사함 이루 다 말할 수 없네요...
그런데도 뭔가...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이 허전해요.
지금도 병실에 3일째 입원중인데(수술 후 회복 중)
시어머니는 열심히 밥이며 과일이며, 몸에 좋은 음식 해다 날라주시고,
와서 따뜻한 말과 함께 손도 꼭 잡아주시고, 집에 가 계실 때는 전화로 괜찮냐 물어보시는데
친정어머니는 수술 당일에도 전화 없길래 오늘 전화드렸더니
"걱정 많이 했다, 어젠 수술하고 힘들까봐 전화 안 했다,
시어머니 와계신다니 엄마가 안심이다, 얼른 끊고 쉬어라" 하시네요.
길게 쓰고도 뭔 말이 하고 싶은지 모르겠네요.
몸이 아프니까 마음까지 말랑말랑해져서 횡설수설하나봐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