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밑에 직원 2명 데리고 하는데 그 중 한 명이 나이도 많고 연차도 꽤 되는데 일을 정말 무지하게 못해요.
나머지 1명은 그 직원보다 경력도 짧고 나이도 어린데 센스 있고 손도 빠르고 일을 훨씬 잘하죠.
그 일못한다는 직원은 고객 전화응대도 어버버 제대로 못하고 설명해줘도 알았다고는 하는데 또 같은 실수
되풀이하는 것도 수 차례에 손도 느리고 눈치 없고... 응용력같은 건 아예 바라지도 않아요.
흔히들 말하는 조직에서 가장 해가 된다는 진짜 무능하기 짝이 없는 그런 직원이에요.
그나마 지각, 무단 결근 없고 잘못한 거 지적하면 노력하겠다고 말은 할 줄 알아서 답답하고 짜증나도
무려 6개월 이상을 데리고 있었네요.
솔직히 지각이라도 몇 번 하거나 근무 태만 기미만 보이면 당장 나가라 소리 들을테니 그것만은 기를
쓰고 안한 것 같아요.
저한테 혼나기도 많이 혼났고 아래 직원이 옆에서 계속 코치해주고 일러줘도
그 단순한 것들도 제대로 못하니 둘의 사이가 좋을리가 만무하죠.
도대체가 먼저 관두겠다는 소리를 안하니 시간은 지나도 좋아질 기미는 안보이고 내가 왜 월급 주면서
아침에 출근할 때 저 직원 얼굴도 보기 싫어서 기분이 다운되어야 되나...
싶어 그냥 권고사직 하도록 했습니다.
앞으로 1주간만 더 일하고 나가는건데 어떻게 하다가 계속 일할 직원이 이번 주 일이 생겨 며칠 못 나오게 되었습니다.
내보낼 무능한 직원 후임으로 새로 뽑은 직원은 이미 출근 중이구요.
그니깐 타이밍이 아주 묘하게 된거죠.
앞으로 나갈 직원이 들어올 직원과 같이 일하고 있는건데 사업주 입장에선 원래 이렇게 하는 게 전혀 득 될게 없는 게 맞습니다....
뭐 대단한 업무라고 인수인계 할 게 많은 것도 아니고 제 철칙이 절대 들어올 사람, 나갈 사람 겹치게 근무 안시킨다는 건데 이번엔 그렇게 되었네요.
새로 뽑은 사람은 아예 경력도 얼마 되지 않아 임금도 더 낮고 ..
처음부터 가르쳐서 쓸 사람인 거 감안하고 데려오는 거라 저도 많은 기대는 안해요.
근데 어찌 됐건 그 무능하다는 직원이 제 업장에서는 그래도 저 신참보다는 고참인 셈이잖아요?
전화응대니 돈계산 같은 건 일단 신참이니 업무파악 전에 덜컥 시킬 수는 없어서 일단 그 기존 직원보고
하고 있으라고 했는데....
점심에 다같이 밥을 먹는데 전화벨 소리가 몇 번 나더라구요.
전에는 전화벨 울리면 용수철같이 튀어나가더니 벨소리 뻔히 들리는데 가만히 앉아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전화받으라고 하니 신참이 일어나서 막 받더라구요..
그 무능 직원 묵묵히 밥만 먹고 있구요...
'**씨가 받으세요. oo씨 고객들 아직 모르는데 가보세요'
하니 그제서야 움직이네요....
객관적으로 자기도 그동안 밥 먹다가 전화받는 거 즐겁진 않았겠죠. 근데 생각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전화벨 울리는데 그렇게 미적거리는 게 맞나요?
잠깐이나마 나보다 신참 들어왔으니 너가 좀 해라..이런 맘 있을 수는 있겠죠.
근데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신참이 받는다 해도 '내가 받을게요' 하면서 나서는 게 맞지....
저 직원의 무능함에는 사람 자체에 근본적인 맹한 구석이 있어서 저런거지...
그냥 내가 저 사람 나가라고 하기 잘했지...싶네요.
저는 여지껏 저 사람 데리고 있으면서 그래도 곰이 여우보다 낫지 않냐...
성실하긴 하다며..
이런 주변의 소리 들어가며 그냥 참고 있었는데 도무지 비전이 없어보여 제가 먼저 관두라고 얘기해놓고도
맘이 착잡했거든요.
솔직한 말로는 그동안 저 답답한 직원 감내하고 있었던 시간들이 아까웠기도 했고 쟤도 내 밑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았겠지 측은함도 있고 했는데....
오늘 하는 짓 보니까 저 사람한텐 뭔가 진국스러운 게 있을거야 하면서 쓸데없는 기대를 했던 제 미련함을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