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큰애 어린이집 참관수업 다녀와서 애한테 참 미안해요.

딸아... 조회수 : 2,890
작성일 : 2013-01-20 23:39:25

토요일에 큰애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을 했어요.

두어시간 수업 참관하면서 어찌나 30년전 제 유치원적 모습이 떠오르던지요.

이제 막 다섯살 된 딸인데 원래도 외모나 성격이나 저 딱 닮았단 소리 많이 듣는 아이에요.

흑.. 그런데 원에서 생활하는 모습도 어쩜 그리 저 어릴 때랑 똑같은지...;;;

 

도형 익히는 수업시간인데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동그란 물건, 네모난 물건 등등을 선생님이 물어봐요.

다른 아이가 또랑또랑 재잘재잘 대답도 잘 하고 저희 애는 입으로 오물오물 속삭여요. 제가 딱 그랬어요 ㅠ.ㅠ

나도 다 아는건데 입 밖으로 대답은 크게 못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애 보다 내가 먼저 대답 못해 속상하고..

 

그림 카드 보면서 사물 이름 맞추는데 이건 선생님이 아이들을 돌아가면서 시켜요.

다른 애들은 저요저요 하다가도 선생님이 시키면 말 못하고, 저희 애는 저요저요 하지는 않고 선생님이 시키면

낼름 큰 소리로 대답은 잘 해요. 제가 딱 그랬지요 ㅠ.ㅠ 손들면 시킬까봐 손은 안들고 막상 시키면 또 빼진 않고..

 

동요에 맞춰 율동도 하는데 이거 미리 선생님들이 연습 많이 시킨거라 저희 애가 집에서 많이 하던 율동임에도

우리 애만 꼭 박자 못 맞추고 동작도 크게 안하고.. 역시 저도 그랬었어요... 머리 속으로 뭐였더라.. 생각하느라구요 ㅠ.ㅠ

둥그렇게 앉아서 선생님 얘기 듣는 시간에도 저희 애는 반발짝 쯤 뒤에 앉아있어요.

제가 애를 앞으로 밀면서 다른 친구들이랑 나란히 앉지 그래.. 좀 앞으로 가.. 했지만 저는 알고 있었어요.

애가 앞으로 안갈거라는 것을요. 제가 그랬었거든요. 친구들이랑 어울리고도 싶은데 한편으론 혹시 애들이 밀까봐

그게 먼저 겁이 나서 애들 가까이 안가고 그랬었는데, 저희 딸이 딱 그러고 있는거에요.

 

그 외에는 뭐.. 엄마아빠가 보고 있다고 떼를 쓴다거나 애기짓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고

선생님 말 잘 듣고, 지시하는거 잘 알아듣고, 나름대로 퀴즈도 안틀리고 잘 하고, 잘 지내는거 같은데

어쩜 그리 소심하면서도 속으로 조바심내는 제 성격을 그대로 닮았는지 미안하더라구요.

애가 닮고 싶어서 닮은게 아니라 엄마인 제 행동을 보고 자라서 그대로 성격이 됐겠지만요.

 

제가 다 큰 어른이 된 지금도 낯도 가리고 사람들 많은 곳에 끼는거 싫어하고 그래요.

그래서 학창시절에도 친구들을 두루두루 사귀지 못하고 몇명만 아주 절친하게 지내고 그래서

소풍날이나 수학여행 가면 버스에서 누구랑 앉아야 하나, 아무도 나랑 안앉으면 어쩌지.. 걱정도 했었거든요.

점심시간에도 딱히 다른 애들이랑 여럿이 어울려 도시락 먹는걸 잘 못해서

짝궁이 다른 책상가서 밥 먹을까봐 속으로 걱정도 많이 하고.. 흑..

 

그런데 제 딸 아이도 꼭 그럴거 같은거에요 .. 그것만은 안그랬으면 좋겠는데요.

어쩌지요. 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아이의 성격이 좀 달라질까요.

이론은 다 알면서도 어제 교실에서 만난 엄마들하고도 인사도 가볍게 나누고 하면 좋았을텐데

제 성격이 이날 이때까지 이런지라 이전에 안면이 있었던 한 엄마하고만 몇마디 나누고 말았네요.

제 이런 모습도 다 아이가 보고 배울테지요.. 이거 참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 되기도 하고.. 그런 밤이네요.

 

IP : 121.147.xxx.22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1.20 11:42 PM (123.213.xxx.218)

    아 ㅠ.ㅠ 알것같아요. 저도 딸이 저닮을까봐서 얼마나 걱정했나 몰라요.
    아빠닮아서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그런데 엄마가 잘 아시니까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도 아시잖아요?? 힘내세요^^

  • 2. 하로동선
    '13.1.20 11:43 PM (211.229.xxx.44)

    저도 원글님 같은 성격이었구요, 제 아들이 7살인데 딱 저 닮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요, 저와는 달리 제 아들은 그 성격을 이해해주는 엄마를 뒀다는 사실이겠지요.

    바꿀수 없지만 이해해주고 조금씩 변할 것이라 믿어야지요 ^^

  • 3.
    '13.1.20 11:53 PM (123.215.xxx.29)

    사실 세상의 많은 리더들이 내향적이라네요..^^

  • 4. 플럼스카페
    '13.1.21 12:55 AM (211.177.xxx.98)

    저희 막내같네요 딱. 그런데 전 사실 어릴적엔 좀 적극적인 어린이였어요. 그러니 아들이 절 닮은 건 아니에요. 남편말로는 자기를 닮았대요.
    위의 두 아이는 저 닮았어요. 참관수업가면 선생님하고 눈맞춤 잘 하고 저요저요 하고 뒤에 엄마도 한번씩 쳐다보는...나올 때 다른 엄마들이 OO엄마는 좋겠네...하는...
    세 아이를 한 유치원을 보냈는데 선생님들조차 위의 형 누나랑 많이 다르네요...하는 저희 막내.
    그런데 전 미안하거나(물론 절 닮아 그런 건 아닐지라도) 하진 않아요. 너무 걱정마세요. 아이는 나름대로 자기 생각으로 머릿속 채워가는 중일거에요. 우리 믿어봐요.
    세상에 이런 아이도 있고 저런 아이도 있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5400 무자식상팔자에서 할머니가 코에 하시는거 1 오잉꼬잉 2013/02/03 1,842
215399 고1.2 학년 영어과외 경험담 11 4ever 2013/02/03 2,434
215398 시부모 생신낭 이틀연속으로 가는집 있나요? 8 주듀 2013/02/03 1,415
215397 방금 전에 코스트코 불고기글 삭제했나요? 16 궁금 2013/02/03 3,763
215396 김혜자씨에 대해서 7 ... 2013/02/03 3,755
215395 김수현드라마에 나오는 연기자들은 특유의 분위기가 생기네요 5 김수현의 힘.. 2013/02/03 2,553
215394 대형마트 근무시간이... 마트 2013/02/03 1,545
215393 이성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유혹을 참지못하는 20대 12 호박덩쿨 2013/02/03 4,407
215392 좋은 책이 있어서 공유하고자 기사 링크합니다. -- 2013/02/03 807
215391 일본이야기 보니 4 베스트글 2013/02/03 1,382
215390 유치원, 어린이집 차이가 날까요? 2 고민 2013/02/03 2,148
215389 시누이마인드...이거 왜이러는거죠? 3 .. 2013/02/03 1,722
215388 만날 수록 별로이면 인연아니지요? 3 유유 2013/02/03 2,104
215387 주책바가지 친구 14 으이그~~ 2013/02/03 3,549
215386 컴퓨터 잘 아시는 분? ... 2013/02/03 415
215385 성형궁금해요 8 ㄴㄴ 2013/02/03 1,344
215384 서화숙 기자 얘기가 나와서... 끝장토론에서 뉴라이트 상대 4 아리아 2013/02/03 1,027
215383 집에서 가까운곳으로 운동다니는게 좋을까요? 4 운동 2013/02/03 1,075
215382 선물좀 봐주세요 4 tjskkk.. 2013/02/03 506
215381 전지현 냉장고 광고 제 2의 전성기인가봐요 27 예니콜 2013/02/03 7,392
215380 오늘 한국 영화 ' 접속 ' 입니다 3 EBS 2013/02/03 1,106
215379 루이지갑 여쭤본글 펑이요 9 2013/02/03 1,250
215378 나이 먹으면 왜 아침잠이 없어 질까요 15 ... 2013/02/03 4,070
215377 설날에 서른이 되고 몇일있다 스물아홉생일이에요 5 빠른 2013/02/03 745
215376 "좌파정권, 北 핵 개발 도왔다" 3 진정한사랑 2013/02/03 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