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큰 애는 친구들 만나러 가고, 고딩 둘째 애는 학원에 가고..
노부부 마냥 집에 부부만 있어요.
남편은 자고, 전 서영이 기다리고 있구요. 노년의 모습이 벌써 그려지네요~
서영이를 보면서,,,
서영이가 의지할 수 없었던 친정. 거의 가정의 붕괴였죠.
고등학교 애들이 스스로 벌어서 생계를 유지하고 학교 다니고 대학 학비도 거의 스스로 마련하면서 졸업했죠.
서영이는 그런 가정에 불안해하며 살아고,
든든한 우재와 그의 가정에 의지하고자, 자기의 가정을 부정하며 우재의 가정에 들어갔죠.
그러나 그 우재네 가정도 실상은 시부모는 서로를 무시하고, 외도로 낳은 아이까지 있는 집.
이혼서류가 왔다 갔다하고....
겉으로 보이는 거 마냥 견고하진 않았죠.
가정이란 뭘까요?
50줄에 들어선 저 역시... 가정이 견고하지 못함을 느껴요.
그저께 아침에 침대에 누워 남편에게 말했어요.
"우리가 만든 가정. 실패인 거 같아. 당신이나 나나, 아이들이나 갈데 없어서 들어오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제 남편은 가정적이고 외도 같은 건 상상조차 안하는 사람.
두 아이들은 무난히 잘 크고 있구요.
근데 왜 이리 공허할까요?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남편이, 제 맘에 안들어서겠죠? 남편이 제 맘을 몰라줘서 일거예요.
가정은 서로 남남인 남녀가 모여서 만든 울타리인데,
혈육이, 피가 중요한 건 아닌거 같아요. 사랑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피보다 중요한 것이 믿음과 사랑 같아요.
내 편이라는 굳은 믿음.
근데 그게 아니라는 게 느껴질 때마다 이 세상에 혼자 있는 사람 마냥 힘들고...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서로의 방에 들어가서 따로 살면서, 우리집은 아이들도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해요.
성격 안맞는 남편과 무던히도 20년동안 싸워가며 살았어요.
친구들에게 엄청나게 낭만적인 사람이라는 평을 듣던 나.
넌 연애결혼 아니면 안할 거 같다고 까지 사랑 제일우선주의로 보이던 나.
사랑이 꽃피는 가정을 만들고 싶었는데,
20년이 지나 뒤돌아보니,,,, 그게 쉽지 않네요.
사랑 하나가 무너지니,,, 전체가 무너지는 성격도 좋은 건 아닌 거 같아요.
근데 우리 가정이 실패인 거 같다고 한 날, 저녁에 남편에 제 편 들어주는 일이 잠깐 있었거든요.
그 일이 있는 다음 살짝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아, 나,,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