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런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군요.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금요일 밤에 시간도 좀 생기고 해서 한마디 덧붙이기로 해요. 영어를 일찍 시키지 않아도 된다, 아니다 늦게 시켜도 괜찮은 애들은 소수일 뿐이다, 뭐 그런 논쟁인 것 같은데, 영어를 일찍 시키지 말라고 적극 권하는 입장 편에서 한마디 덧붙이자 면요, 영어를 일찍 시작하면 얻는 것은, 잘되면 남보다 나은 영어실력, 그나마 잘 될 지 별로 얻는 것도 없을지는 개인 차이이겠지만요, 잃는 것도 확실히 있다는 걸 지적하고자 합니다. 일단 너무 조기에 시작할 경우엔 언어발달이 방해를 받겠지요. 한 가지 언어, 즉 모국어를 확실히 익힐 시간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언어를 인위적으로 강요한다면 언어발달 전체가 지연되거나 방해받을 확률이 높지요, 모국어를 잘하는 게 왜 중요하냐면 언어는 생각이니까요, 분석적, 비평적, 창의적 사고를 잘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언어를 잘 습득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지요.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건, 무엇보다 아이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 생각해 보셨나요? 인생은 경쟁이고 세상은 먹고 먹히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끝없이 달려야 하고, 내가 가진 것이 많아도 남이 덜 가지지 않으면 나는 행복할 수 없다, 즉 나의 행복은 남의 불행에 달려 있다는, 그야말로 아주 불행한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질지 못 가질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제 경우가 남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때 알파벳 배우고 중학교 때 영어공부 시작했는데, 영어 및 언어공부가 적성에 맞는 편이라 수학 및 이과과목 잘 못했는데도 무난하게 스카이대 영문과 진학했고 대학졸업직후 유학해서 미국 인문대 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에서 취직하고 영어로 밥벌이하는 직업에서 성공적으로 편안하게 종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기에 시작하지 않아 살짝 억양 있는 영어를 쓰고 있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그런 걸 (한국인이 한국인 액센트 섞인 영어 쓰는 걸)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에서 잘 지내고 직업적으로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위의 한국 분들을 보면 가끔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남들이 부러워하거나 남들이 자신보다 불행한 것 같지 않으면 본인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원인이 뭘까 생각해보면 오랜 세월 교육을 통해 형성한 가치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영어를 일찍 시작하고 늦게 시작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교육의 한 단계 한 단계 일관된 선택의 순간을 거치면서 형성되는 특유의 세계관 같은 게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 덧붙이겠다고 하고는 백 마디 썼네요. 암튼 개인의 선택은 자유지만 저는 부모된 입장에서 조기 사교육 시작은 반대라는 조용한 외침을 해보는 겁니다. 물론 여기는 미국,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의 부대끼는 심정을 전부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