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만났네요. 그리고 근사한데는 커녕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런일이 있었고, 이것때문에 고민했었고 내가 고민만 했던게 얼마나 당신에게 큰 짐을 지게 한건지 알게 되었다구요.
정말 좋은 제 남편.. 그 와중에도 "네가 그렇게 힘들면 들어가자" 라는 말을 해주더군요.
왈칵할뻔한거 겨우 참고 "나도 이제 아내고 한 아이의 엄마다. 이일은 내가 마무리하겠다.
그냥 날 믿어주고 따라와주고 기다려달라" 라고 했어요.
시댁과의 종교문제때문에 제가 정말 힘들때, 남편이 제게 해줬던 말이 이거였거든요.
(물론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라고 했죠)
이렇게까지 말하니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사실 자기도 불편했지만 시댁과의 종교문제 때문에 중간에서 자기가 당했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알기에
지금 절 보면서 뭐라고 할수가 없었대요.
종교문제 때문에 맘고생 심하다가 이제 겨우 아이 소식도 오고 안정 찾았는데,
친정과의 돈문제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하면 자기가 너무 미안했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고마워서 그냥 아니라고 아니라고만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이쯔음해서 좀 후회했었어요.
남편에게 말하고 친정으로 갈려고 했는데, 이렇게 하다가는 또 남편한테 기대기만 하겠다 - 싶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다행인지.. 아니면 하늘이 저에게 이번만큼은 매듭을 지어라 라고 기회를 주신건지,
일때문에 다시 들어가게 됬어요.
작심하고 친정으로 갔습니다.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저를 보고 엄마가 살짝 놀래더라구요.
그러더니 제 표정에서 뭘 읽은건지 안부도 묻지 않고 곧장 할말이 있느냐- 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생각한걸 그대로 말했습니다.
- 이제 더이상은 안되겠다.
- 결혼 때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심지어 학자금 마저도 부모님보다 남편에게 더 많이 지원받았다.
- 생각하시는 만큼 저 대단한 딸 아니다.
- 시아버님이 미리 주신 유산, 사용처는 전적으로 남편에게 맡길거다.
- 부모자식간에 의 상하게 한다고 너무 뭐라하지 마시라. 먼저 시작한건 제가 아니다.
처음 썻던글에 "남자한테 홀려서 부모버리는 천하의 나쁜.." 소리까지 들을 각오하세요 - 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정말 그정도까지 들었네요. 그래도 설마 했는데 정말 다시없을 나쁜딸이 되버리더라구요.
울먹울먹 대시면서 저를 어떻게 키우셨고 얼마나 아끼셨는지 말하시는데 또 마음이 약해지더라구요.
그런데 갑자기 그냥 번뜩 생각이 나서 "동생한테 준 3000만원 어디서 마련했냐" 라고 물었습니다.
끝없이 저를 몰아치시던 부모님이 입이 순간 멈칫하시더군요.
설마해서 노후자금 남겨두신거 남긴없이 줘버린 거냐 했더니.. 답은 안하시지만 표정이 모든걸 말하셨습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 너무 화가났습니다.
생각해보니 결혼 때 남편에게 가전제품 바꿔달라는 요구를 하시긴 하셨지만,
그 후에는 저희가 드렸던 용돈 외에는 (그리고 그때는 용돈도 20이였어요) 아무것도 요구하시질 않았었어요.
통신비, 공과금도 본인들이 내셨었고, 가끔 집에 과일선물을 보내시거나 남편 양복도 한벌 맞춰주셨었어요.
알고보니 모든걸 남동생에게 줘버리고 막상 모아둔 돈이 떨어지고 본인들 소비습관 고치질 않으시니
아버지 퇴사하시고 났던 그때처럼 자연스럽게 저한테 의지하셨던 거였어요.
정말 너무너무 화가나서 버럭 소리질렀습니다. 대체 이게 뭐냐구요.
내가 당신들에게 무슨 존재였냐구요.
그러다가 철들고 회사다니며 생활비 드리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하지 못했던 말을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원하시는게 많으면 받을 수 있을만한 상황을 만들어나놓으시고 바라시지 그러세요" ..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쯤엔 정말 너무 화가나서 생전 처음으로 큰소리로 부모님께 화를 냈네요..
그리고 눈을 돌려보니 주방엔 남편이 해줬던 가전제품이 그대로 있는데 그새 티비는 또 바껴있고,
장식장도 하나 바뀌어 있더군요.
보자마자 저번달 남편 카드내역에 왠 할부금이 잔뜩 찍혀있어서 바가지 긁었던게 생각났습니다.
이것도냐 라고 버럭 했더니 찔끔 하시더군요..
거의 울먹거리면서 물었습니다.
그럼 동생한텐 뭘 받냐구요.
그렇게 귀하게 키운 아들한테 얼마나 받길래 날 이리 지옥속에 몰아넣고 닥달하냐구요.
돌아온 대답은 형편을 알아서 였고.. 그자리에서 동생한테 전화걸었습니다.
받더군요. 용돈 드리냐 물었더니 자기 앞가림도 빠듯하답니다. 우리가 30드리니 넌 반이라도 드려라 했더니
고민은 해보는데 힘들거 같답니다.
소리를 빽 질렀네요. 한번 터지니 스스로 제어가 안되더라구요.
남자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누려왔고 가져왔던 동생과 상대적으로 항상 차별감을 느꼇던 저였기에
거의 폭발하듯이 몰아붙였습니다.
있는 사실 전부 이야기하면서 몰아붙이니 집으로 오겠다 라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내가 이정도로 미쳐있는걸 봐야 속 시원하냐고 따졌네요.
남편보기 부끄럽고 시부모님 아실까봐 겁나고,
무엇보다 이상황 고스란히 듣고 있을 배속의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엄마집 티비 바꿔줄때 우리집은 아직도 27인치 쓰고 있고, 장식장 바꿔줄 때 이마트에서 파는 조립식 3단서랍장 쓴다구요.
내 남편 양복 2벌로 바꿔입으면서 살고 구두 한번 매장가서 사준적도 없다구요.
들어달라는 대로 들어주니 내가 바보로 보이냐고 경기를 쳤네요.
이정도 까지 화내고 힘들어하는 딸을 처음보시는 부모님은 그냥.. 아무말도 못하시고 있으시다 물한잔 떠주시더니
일단 먹고 이야기를 좀 하잡니다.
그자리에서 그냥 선언을 했네요.
사람답게 살겠고, 지킬 도리는 지킬테니 제발 추해지지 말자구요.
그러고 좀 있으니 남동생 오더군요.
상황 전부 말해주고 니가 가져간 돈 어떤 돈이고 니가 하는짓이 무슨짓이고 결혼전에 너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고,
그럼에도 넌 부모한테 동전하나 안주고 있다 라고 했더니 군말없이 다음달부터 20만원씩 보내드리고,
통신비 저희가 부담하는 대신 공과금은 자기쪽에서 부담하겠답니다.
그 상황에서도 너희 사정 아는데 그러시길래 제 사정도 좀 봐달라 하셨더니 입을 닫으시더라구요.
조금 진정하고 집을 나오면서 그랬네요.
난 아직 엄마딸이고 엄마도 내 엄만데 더이상 이러지 말자구요. 자식도리 안한다는 것도 아닌데 그만하자구요.
부모님도 그러마 하셨습니다.
집으로 가는길에 택시에서 정말 서럽게 울었네요.
가슴이 시원하고 체증이 내려가긴 커녕 진작 나섰다면 남편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이정도로 모질고 독한상황 안생겼을텐데
라는 자책과 부모에게 이런 발언을 해야하는 현실도 슬펐고, 남편에게도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속에 있는 아이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한게 죄책감이 심했어요.
퉁퉁 불어서 단지에 들어오니 남편이 한참 앞에서 전전긍긍 하면서 절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휴대폰도 꺼놓고 받지도 않았었거든요.
남편 보자마자 마음에 드는 집 보는데로 계약하자고 했습니다.
가지고 있는거 쓸려고 마음먹는데 딱 써버리고 마음부담 덜고 열심히 살아볼려구요.
집에 들어와서도 계속 말없는 저를 보던 남편이 괜히 와서 어깨도 주멀러 주고 다리도 주물러 주고 하는데
그게 또 너무 고마워서 울컥했습니다.
잘한거 하나없고 오히려 남편한테 호되게 혼나지 않은게 다행인거라 주책부리지 말아야 하는걸 아는데도
눈물이 계속 나더라구요.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갑자기 순대가 너무 먹고 싶어서 둘이가서 근처 분식집에서 순대를 사와서 먹었네요.
일이 힘들었는지 남편은 계속 제 말상대 해줄려고 어거지고 눈뜨고 있다가 결국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전 잠이오질 않네요..
화를 내고 나왔지만, 확실하게 선을 그었지만 가진 돈 다 아들에게 줘버린 분들이
저희가 주는 20에 동생내가 주는 20만 받고 생활하기는 힘들 것 같고,
그럼 결국 지금처럼 당당하게는 아닐지라도 결국은 다시 돈 이야기를 하실거 같더라구요.
다행히 아버지가 아직 재취업에 대한 의지가 있으셔서 이런저런 일자리를 알아보려 합니다.
잘 한걸까요.. 아니 뭐 이미 저질러 버렸으니 이젠 후회해도 소용이 없겠네요.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최소한 남편과 아이한테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본분을 지켜야겠기에
착한 장녀 역활은 버리려구요.
잠을 자야하는데 잠이 도저히 오질 않습니다.
하루가 너무나도 길었네요.
더해서 첫 글에 많은 질책을 주신 분들껜 감사합니다.
몇몇글은 조언이나 질책보단 그저 비아냥으로 일관하셔서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결심을 확고하게 굳히기 위한 좋은 자극제가 되었네요.
후에.. 좋은 결말이 나와서 아이자랑 남편자랑 집자랑 하며 다시 글을 쓰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