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초3 두 아들을 키우는 재택근무 맘입니다.
22개월 정도 밖에 나이차이가 나지 않고, 엄마인 제 성격이 좀 차가운 편이라..
첫째가 애정결핍 증세를 보이는 것 같아요.
일단.. 제가 일이 좀 많은 편입니다.
아이들 학교 가 있는 동안, 그리고 애들 재워놓고 10시부터 새벽 3시 정도까지 일해요.
방학이 아닌 시기에는 크게 문제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도 학교와 학원.. 생활 하느라 바쁜데다, 밥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편이고,
제가 설거지 하는 동안 아이는 숙제를 하고, 설거지 마친 뒤 숙제 봐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거든요.
그리곤 조금 놀다 9시 30분, 늦어도 10시에는 재웁니다.
아이도 고단한지.. 바로 잠들고요.
그런데.. 방학이 되면 스멀스멀 문제가 도드라지기 시작합니다.
일단은.. 엄마인 제가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학교 가 있는 동안 했던 일들을 할 수 없기에.. 수면시간이 줄거든요.
거기에 3끼 식사와 간식 챙기기.. 학원 픽업 등.. 이리저리 쫓아다니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갑니다.
(치안이 좋지 못한 곳이고, 골목에 차도 많은 편이라.. 학교, 학원을 바래다주고 데리고 옵니다 ;)
오늘도 아이들 학원 스케줄 마치고,
(방과후 영어, 피아노, 태권도.. 다닙니다.)
저녁 먹이고 치우고 숙제 체크하고..
아이 둘이 목욕하고 나오면 머리 말려주고..
나머지 시간들은 둘이 놀게 하고 9시에 재웠는데..
10시 30분까지 제 서재와 거실과 자기 방을 오가며..
제게 '나 안 자요' 신호를 보내더니..
제가 모른 척 하니까 훌쩍훌쩍 울기 시작합니다.
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서.. 여기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정답은.. 아이에게 "왜 우니? 잠이 안 와? 그럼 엄마랑 엄마 침대에 누워볼까?"라고 부드럽게 말한 뒤, 안방 침대에 눕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재우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또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발단은.. 남편의 출장입니다.
남편이 엄한 편이거든요.
게임도 일주일에 딱 한 번 1시간만 시키고..
평소에 숙제도 자기 방에서 해야 하고,
거실에서 장난감 갖고 놀지 못하게 하고,
칼 같이 9시가 되면 자기 방 침대에 가서 자야합니다.
솔직히 아이가 답답할 것 같아서..
남편이 회식을 하거나 출장을 가면,
거실에서도 놀게 하고,
상 펴놓고 같이 숙제도 하고..
안방에서 다 같이 자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남편이 출장이라 아이가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
조금 늦게까지 엄마랑 놀고, 안방에 가서 엄마랑 같이 자기를요.
하지만 저녁 먹으며.. 미리 언질을 줬거든요.
"오늘은 엄마가.. 내일까지 넘겨야 하는 일이 있어 같이 못 자니까, 동생이랑 방에서 놀다가 자자" 하고요.
그랬더니.. 슬슬 눈치를 보며.. 게임을 하고 싶다는 운을 띄웁니다.
그건 아니어서.. 게임은 정해진 때에만 하자며 단호히 안 된다고 했거든요.
이때부터 토라져서.. 괜히 잘 노는 동생 트집 잡아 때려서 야단도 치고.. 9시 되자마자 자라며 방으로 쫓았더니..
이 사단(?)이 났습니다.
꼭 남편만 없으면 풀어지고,
(풀어주는 제가 문제인가요?
하지만 평소에 너무 잡는 것 같아서.. ㅠ ㅠ)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괜한 트집으로 동생을 때리고
(닌자고 설명을 해주는데 안 듣고 딴짓한다고 때렸답니다.. ㅠ ㅠ)
제 주위를 서성대며 "나 안 잔다" 시위를 하는데..
..안 받아주는 제가 문제인 거겠죠?
사내애들 금방 큰다고..
엄마가 좋다며 안겨올 때 안아주자..고 생각해서 많이 안아주려고 하는 편인데도,
아이가 바라는 애정의 총량을.. 제가 못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노력해야 하는 문제겠죠...?? ㅠ ㅠ
남편은 제가 받아주니까 그런 거라며,
점점 더 엄마를 우습게 알게 될 테니 강하게 잡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애정이 고픈 아기로밖에 안 보여요.
뭔가가 덜 채워진, 사랑을 갈구하는.
무엇이 현명한 걸까요?
계속 받아주는 것?
아니면 남편이 있을 때처럼.. 원칙을 지키는 것?
괜시리 답답하고 갑갑해져서 여기다 끄적거리는데요..
일기장에 적을 내용을 적고 있는 것 같아 민망하네요.
매우 사소해 보이지만, 제게는 절실하거든요.
첫째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가.. 어렵게 회복한 사이인지라.. 더 절실해요.
(동생을 본 다음..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었고..
시댁과의 안 좋은 일, 경제적 문제 등으로(집 팔아 시댁 빚 갚아드렸습니다.. )
유난히 친탁을 한 첫째에게 화가.. 돌아갔습니다.
신체적 학대는 아닐지라도... 학대는 학대였죠.
차가운 눈초리로 아이를 바라보고... 해서 아이가 강박증 증상도 보였었답니다.
제가 반성하고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다행히 아이가 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1년여의 문제가 있었던 시기를 회복시키는데.. 3년은 걸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가..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고, 엄마인 제게 애정도를 테스트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 짠하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그런 상황입니다.)
제가 잘하면.. 되겠지.. 싶어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아이가 고학년으로 올라가는 시점이기에-
이런 어리광을 계속 받아주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가끔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선배 언니들이 많은 이곳에 하소연하고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