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모님에 대해 절절한 마음인 친구와 공감을 못해요

두려움 조회수 : 1,545
작성일 : 2013-01-09 23:20:27

저는 성격이 본래 냉정한 편입니다. 감정표현을 잘 안하고,그래서 마음을 닫고 있단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게다가 사회성도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나이들수록 이건 꽤 많이 고쳐졌구요.

 

부모님은 제가 사춘기때부터 주말부부를 하시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부턴 엄마도 아빠계신 데로 자주 가셨어요.

사춘기는 심하게 앓았었고, 그때 엄마와 저는 서로의 바닥을 보곤 했어요.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대학시절도 지나고,저는 일찍 결혼했습니다.

 

아버지는 인자하거나 자식에게 애정이 많은 분이 아니셨고,

자신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가족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분이셨고,

엄마도 이지적이고 합리적인 분이 아니라 감정표현이 격렬한 분이셨어요.

그리고 살림하는 것중에서도 식구들의 끼니준비를 매우매우 싫어하셔서

창피한 도시락.일주일째 같은 메뉴의 저녁식사 같은 것만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게시판에서 엄마가 해준 맛있는 음식.아버지가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는 글 보면

처음엔 그냥 맹숭하니..저런 부모도 있구나..하다가,그냥 부럽다.이러고 지나갔는데요.

 

학교다닐 때조차도 마음을 터놓는 깊은 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한 제가

마흔이 넘어 너무너무 좋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너무 말이 잘통하고,제가 부족한 부분을 그 친구가,그 친구가 주장하는 부족한 부분(?)을

제가 서로 메꿔주며 ,우리 나이 마흔 넘어 이게 왠 복이냐 늙어 할머니 돼서도 이렇게 잘 지내자

그랬는데요.

 

이 친구와 제가 서로 대화중에 어색해질 때가 부모님에 대한 얘기가 나온 후입니다.

이 친구는 부모님이 아프실 거라는 생각만 해도 괴롭고,

부모님이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기 싫다고 합니다.

제가 얘기만 들어도 너무 좋으신 부모님이더라구요.

매우 현명하시고,배려가 많으신..그런 부모님이요.

 

문제는 그 친구가 무심코 그런 말을 할 때

나도 그래..같은 공감을 못한다는 겁니다.

공감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런 화제는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돼요.

 

그냥 전..언젠간 부모님은 아프실거고,언젠간 돌아가실거다라고 생각합니다.

(그게..집안분위기도 그런 것 같아요.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부모님 포함 친척들은 덤덤하셨고,그냥 인생의 한 과정이지..정도의 분위기?)

원래도 냉정하고 감정표현이 서투른데다.부모님과 사춘기 이후로는 거의 뭐 떨어져지내다시피 한거고

도저히 친구가 그러는것처럼 그런 감정이 안생깁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제가 아이를 키우면서,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누르고,

그냥 부모님도 어쩔 수 없었다,부모님께선 최선을 다한거다,라고 이해했거든요.

그리고 이제 더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날 괴롭히지 말자..정도까지 마음이 정리된 상태구요.

 

그 친구도 저의 이런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알기에 그냥 얼른 말을 접고 마는데

그 친구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큰 존재이신 부모님을 대하는 마음이

저와 이렇게 다른데...

그 친구는 절..얼마나 멀게 느낄까 생각하면..슬퍼요.

그리고 점점 늙어가고 힘없어질 부모님을 보는 그 친구의 고통을

제가 공감못할 시간이 더 많아질텐데 그래서 이 점 때문에 그 친구와 혹시

멀어지기라도 하는 건 아닐까..그런 계산적인 걱정도 듭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랫가사도 있는데,

마흔 넘어서 만난 이 보석같은 친구를 ..잃을 수도 있을까요?

그러지 않으려면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IP : 1.235.xxx.8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9 11:24 PM (110.70.xxx.220)

    서로 다른 마음 드는건 당연한거고
    그걸 이해하는거같은데

    그거때문에 멀어진다는건 이해할수가 없네요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자가 친구조건이라면 세상에 친구삼을 사람 없습니다 그냥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하면됩니다

  • 2. ...
    '13.1.9 11:58 PM (61.78.xxx.55)

    애견인과 비애견인(그것도 개한테 물린 트라우마가 있는)의 공감대 형성 차이랄까요.
    비애견인이 아직도 개가 싫지만 자기를 잘 컨트롤하면서, 애견인들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인다해도
    애견인의 개에 대한 애정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개에 대한 화제도 싫을 것 같아요.
    개를 싫어하는 것에 본인 성격이 못된건가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고요.

    원글님의 친구와의 공감대가 멀어질 것을 우려하고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100 뻥튀기 하면
    그 친구분이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노쇠하고 언젠가 헤어질 것을 걱정하는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부모님이라는 화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아주 친한 사람의 노쇠함, 이별, 회자정리, 그런 감정에 대한 공감이라면 충분할 것 같아요.

  • 3. 쵸코비
    '13.1.10 12:01 AM (175.114.xxx.68)

    다 그렇게 살아요. 저도 제일 친한 친구랑 정말 겉모습, 성격 뭐 하나 공통점이란건 없는데
    난 이친구 정말 점잖은 점이 마음에 들고 이친구는....모르죠.
    만나면 공감대가 형성이 되는 것도 있고, 전혀 공감이 안가는 것도 많아요.
    그래도 만나면 시간이 아깝고 다음에 또 만나는게 기다려지고 그럽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섭섭할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고
    그래도 인연의 끈은 이어져요. 그렇게 미리 걱정안하셔도 되요.
    그냥 현재의 인연에 충실하시면 될 것 같아요.

  • 4.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13.1.10 12:17 AM (114.204.xxx.213)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정말 모든 죽음에 초연한지..

    아기들 사고 소식이 제겐 항상 슬퍼요.
    개인적으론 삶이 거지같다 생각하지만
    그 순간 얼마나 아팠을까..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면
    내 일도 아닌데 혼자 눈물 닦을 때 많아요.

    만약 원글님이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할 수 있는 분이라면,
    지금의 걱정은
    친구분이 정말 소중하기에 하는 기우일테죠..

    혹시 삶과 죽음이 한 쌍임을 아셔서
    그저 자연으로 돌아갔구나..하시는 분이라면..
    이 삶에서 친구가 또 이별의 고통을 겪는구나..
    하는 그런 마음으로 접근해보시면 될거 같아요.

    원글님도 친구분과 헤어짐을 걱정하시죠?
    관계를 규정하는 이름이 부모, 친구일뿐
    소중한 이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매한가지랍니다.

  • 5.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13.1.10 10:45 PM (175.120.xxx.236)

    내 약점(?)에 대해 악의나 고의적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뭐가 문제인거죠 ??
    친구도 조심을 하는데....

    지금의 우정을 그냥 누리세요

    제 부모님과 참 유사합니다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08111 안동에서 두세시간 아이들과 무얼 할수있을까요? 8 ㅇㅇ 2013/01/16 935
208110 한식조리사 자격증 그거 따서 뭐하냐고 16 아,,,정말.. 2013/01/16 44,605
208109 고양이 탈모 7 고양이도 탈.. 2013/01/16 1,333
208108 정서지능, 아이의 미래 바꿀까요? 연빈이 2013/01/16 584
208107 Meet my friend, Alex라는 표현이요 5 englis.. 2013/01/16 734
208106 아이들과 갈만한 곳 추천해주세요 부산여행 2013/01/16 807
208105 이케아 커트러리 세트 어떤가요? 11 포로리2 2013/01/16 3,250
208104 감동적인 오케스트라 플래시몹 2탄 4 우리는 2013/01/16 804
208103 치사한 삐용이(고양이)... 12 삐용엄마 2013/01/16 1,439
208102 케익이나 수제쿠키는 만들기 쉽나요? 6 ..... 2013/01/16 1,111
208101 누런코가 계속 나와요.. 3 ㅠㅠ 2013/01/16 4,235
208100 이사짐센터 선택 어렵네요 3 제노비아 2013/01/16 1,432
208099 대전에 단추 파는곳 어디인가요?^^ 1 단추 ♪ 2013/01/16 2,416
208098 與 '공약 수정론' 솔솔…"공약 지키는게 능사 아냐" 2 ... 2013/01/16 633
208097 무슨 피자를 시켜야 손님이 맛있게 드시고 갈까요? 5 맥주파티 2013/01/16 1,209
208096 8살 10살 가볼만한곳... 2 초등맘 2013/01/16 788
208095 예비고3 사회탐구 인강 추천해 주세요 고민중 2013/01/16 549
208094 통장에 " 이웃" 으로 찍히면서 이체되는 후원.. 1 .. 2013/01/16 1,173
208093 느린식혜와 누룽지 소개합니다.. 5 맛있어요^^.. 2013/01/16 2,547
208092 함께 웃어요 (아시는 분은 그냥 패스) 1 양파 2013/01/16 794
208091 정용화 엄마 로이킴 엄마 5 .. 2013/01/16 11,813
208090 청라지역 아파트나 오피스텔 전세 가격 얼마나 할까요? 4 ... 2013/01/16 1,528
208089 현관문 완전 요란하게 닫는 것도 습관일까요? 12 흐음 2013/01/16 4,829
208088 전 이한마디에 결혼 결심 했답니다 1 결혼 2013/01/16 3,009
208087 유기구입 질문합니다.. .. 2013/01/16 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