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레미제라블을 보고(영화 vs 스케이트)

더블샷 조회수 : 2,055
작성일 : 2013-01-07 03:15:11

극장가서  조금만 지루하면 바로 잠이 드는 저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심지어 아바타도 거의 자느라 못봤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 레미제라블 영화를 봤는데, 정말 1초도 안자고 너무 몰입해서 봤네요.  팜핀이 힘들게 죽어가는 모습보면서 폭풍 눈물,  계란으로 바위치듯 어설픈 힘으로 목숨 버리는 젊은이들,  그 순수하지만 허망한 죽음, 더러운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미한 눈빛들.. 보는 내내 너무 눈물이 나왔네요.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들더라구요. 어릴 때는 혁명이니, 가난이니, 그런 것들이 정말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세상 무서운 거 아는 어른이 되어서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저렇게 살았고, 아직도 세상에는 그 지독한 가난과, 지독한 혁명,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당장 나에게는 잠깐 운좋게 비켜가고 있는 거다라는.. 하지만, 누구든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운이 나쁜 사람들은 저항하거나 체념하고,  운이 좋은 사람들은 외면하고... 역사와 사회 속에서 개개은 연약하고 어리석고..  그렇게 또 역사가 반복되며 사람들은 살아가고..

이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절실하게 생각되는 것도 같아요.  (공포마케팅 영향을 받아서 걱정이 많아진 것도 좀 있는듯요), 드라마(서영이 같은)를 봐도 부모가 잠깐 정신줄 놓으면 아이들 인생이 참 서러워지는 것도 그렇고, 팜핀은 딸내미를 그런 곳에 맡기고 정말 심정이 어땠을까.......참.. 여러 잡생각까지 꼬리를 물면서 슬프게 봤네요.

오페라를 안 봤어서, 수잔보일이 씩씩하게 불렀던 그 노래(i dreamed a dream 인가..)를 앤 헤서웨이가 부를 때 아 저런 노래였구나 했네요.. 아, 앤헤서웨이는 정말..  갑입니다..    앤헤서웨이의 더럽고 너무 안 예쁜 모습이 눈물나게 아름다웠다는 것이 제가 느낀 이 영화의 주된 이미지인 것 같아요.  끝날 때, 와.. 이러면서 박수가 저절로 나왔는데,  아무도 안 쳐서 뻘줌했네요. 느낌이 다 같진 않았나 봐요. ^^;;

집에 오니 김연아의 또 다른 레미제라블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 번 경기때는 실수도 많이 하고, 음악도 잘 몰랐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은 많이 달랐네요.  on my own과 one day more 같은데, 영화장면도 생각나고, 김연아 선수 연기도 너무 아름답고..이건 뭐랄까 세속적인 성공을 떠나 어떤 경지의 아름다움 같은 거요..   해설하시는 분도 울먹이고, 관중들도 눈물을 글썽이네요.  일등한다고 올림픽같은 대단한 영애가 있는 경기도 아니지만, 참 아름다워서 왠지 맘이 짠한게 슬픔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움과 슬픔의 느낌은 깊은 곳에서는 서로 비슷한 지점에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오늘의 감상평 요약은, 영화 레미제라블은 너무 슬퍼서 아름다왔고, 스케이팅의 레미제라블은 너무 아름다와서 왠지 슬펐다.인것 같네요. ^^

 

IP : 218.236.xxx.10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더블샷
    '13.1.7 3:18 AM (218.236.xxx.108)

    아.. 바로 전에 저랑 비슷한 느낌을 받은 분이 이미 글을 쓰셨네요.. ^^;;;

  • 2. 예술가 연아
    '13.1.7 3:20 AM (183.102.xxx.12)

    그렇죠!! 음악만 들었을 때와는 달리
    영화를 보고 연아 스케이팅을 보니 뭔가 더 깊은 울컥함이 몰려오더라고요.
    이것이 몇개의 감정이 중첩되어 나오는 감동같았어요.

  • 3. 더블샷
    '13.1.7 3:28 AM (218.236.xxx.108)

    오늘 괜히 감정과잉인가 살짝 걱정했는데, 동지를 만나서 반가와요 ㅎㅎ

  • 4.
    '13.1.7 3:29 AM (121.139.xxx.140)

    글 잘쓰시네요
    연아경기보고
    울면서
    내가 왜 우나했는데
    이런 감정 으로 그랬나봐요

    슬프고도 아름다운

  • 5. ...
    '13.1.7 7:05 AM (220.255.xxx.83)

    전 박물관이나 베르사이유 궁전 가서 화려한 유적유물들 전시해놓은것만 봐도 그냥 속이 별로 편하지많은 않아요.
    그리고 세상을 알면 알수록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별 다를건 없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09518 생선초밥 먹고 식중독 걸렸는데 음식점에 따질까요? 6 이런~ 2013/01/19 5,388
209517 (19금) 밤이 무서운 갱년기 아줌입니다. 42 함박눈을 기.. 2013/01/19 50,941
209516 아는분의 가족이 돌아가셨을때 2 부탁 2013/01/19 7,547
209515 한글2007체험판 어디서 다운받을 수 있나요?? 4 .. 2013/01/19 2,357
209514 토요일오후도 퇴원수속이 되나요? 1 종합병원 2013/01/19 6,300
209513 코스트코 가습기 어떤가요? 아우 2013/01/19 2,171
209512 제주도 분들께 여쭈어요 3 보리빵 2013/01/19 1,315
209511 아아아아악 싫어요 3 욕을 먹더라.. 2013/01/19 1,174
209510 우엉 간장넣고 볶으려하는데요 1 라벤더 2013/01/19 858
209509 길거리멋진남자만봐도 힐링 2013/01/19 897
209508 전기렌지에 사용가능한 뚝배기 있을까요? 2 꾸지뽕나무 2013/01/19 2,333
209507 조카의 죽음... 27 쩡쌤 2013/01/19 18,358
209506 밑에 돈벌어오라는 남편보니 11 ㄴㄴ 2013/01/19 3,882
209505 여자연예인들 피부관리 요로법으로 하는사람 많다던데요.. 11 .. 2013/01/19 8,790
209504 대선방송 채널A 1위…2위는 MBC? 뉴스클리핑 2013/01/19 745
209503 제가 속이 좁은가봐요 5 인생 2013/01/19 1,704
209502 의사와 약사 담합하나요? 11 네가 좋다... 2013/01/19 1,583
209501 지금 봉하마을인데.. 22 빵수니 2013/01/19 3,832
209500 결혼한 형제들 서로 생일 챙기시나요??? 13 귀찮다.. 2013/01/19 3,122
209499 주말오후 3 전염 2013/01/19 987
209498 과메기,,,,, 9 ........ 2013/01/19 1,668
209497 강아지 탈모 1 ?? 2013/01/19 1,041
209496 대전 코스트코 오늘 저녁에 많이 붐비나요? 2 ... 2013/01/19 1,059
209495 김치찌개 실때 뭐 넣으면 되죠? 20 김치좋아 2013/01/19 25,305
209494 연말정산 서류 기본적인거 다 준비해야 하나요? 궁금 2013/01/19 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