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이 눈을 뜨자, 미남뿐 아니라 미녀들도 있었습니다. 미인 집안 형제자매들이죠.
그동안 로체스터가 이쁘다고 극찬했지만 진짜 미남미녀 틈에서 제인은 냉철하게 자평합니다.
날 모델로 그림을 그리던 그는 내 얼굴이 그의 얼굴처럼 반듯하지 않아서, 당황한 듯했다~ 뭐 이런?
(인용구까진 제대로 기억이 안 나요ㅋㅋ)
그러나 제인은 꿋꿋하게 아사 위기에서 되살아나,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마을학교 선생님이 됩니다.
앤도 그렇고 제인도 그렇고, 그제나 이제나 일뚱 신부감은 선생인가 봅니다ㅋㅋㅋ
제인은 본명을 숨겼지만 눈치짱인 미남이, 제인이 화폭에 무심코 휘갈긴 이니셜을 보고 본명을 알아냅니다.
제인이 자기들의 사촌이라는 걸 알아냅니다.
제인이 자기들의 사촌이어서, 자기들이 상속받게 되어 있던 숙부 유산의 진짜 상속자라는 걸 알아냅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남자, 여기 나오는 남자들은 죄 셜록 홈즈예요.
제인의 엄마는 가난한 아빠랑 결혼해서 집안에서 쫓겨났고, 둘 다 제인을 남기고 죽자
엄마의 오빠가 제인을 거뒀죠.
하지만 제인의 아빠 측에도 부유하지만 자식 안 남기고 일찍 죽는 삼촌,
모든 로맨스 소설의 끝판해결사가 있었던 겁니다.
삼촌은 소공녀의 아빠친구처럼 제인을 찾아 헤맸어요. 재산을 물려줄려구.
하지만 소공녀의 원장 선생같은 제인의 숙모는 제인이 부자되는 게 싫어서 감춘 거예요.
그러나 제인은 결국 재산을 물려받게 되고, 자기를 구해줬을 뿐 아니라 재산을 잃게 되도 원망 안 하는
착한 사촌들과 재산을 나눕니다.
사촌들에겐 얼굴이 재산이니까, 덜 생긴 언니가 더 챙길 것이지...
언니는 재산이 문제가 아니라 디엔에이 자체를 덜 물려 받은 거야...
그리고 이제 서브남주가 제인에게 청혼합니다. 제인이 근본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으니까요.
제인을 사랑해서? 그럴리가. 그는 마을 영주의 외동딸과 목하 열애중입니다.
그 외동딸은, 블랑슈완 달리 착하고 이쁘고 집안 좋고 스윗하트입니다.
그러나 서브남주는 세인트 존입니다. 우리 말로는 성 요한이시죠.
이 세인트가 별명이었는지 진짜 이름이었는진 헷갈립니다.
서브남주에게 그런 이름을 붙이다니, 작가의 패기가 느껴집니다. 웃지마, 나 진지해, 뭐 이런.
요한이가 왜 제인에게 청혼하느냐, 그는 목사였던 겁니다. 영국 성공회니까 목사도 결혼합니다.
1.본인은 목사로서 해외로 나가, 미천한 중생들을 구제하고 싶다.
2.전도 사업에는 부인이 필요하다. (주일학교에서 피아노 쳐 줄?)
3.그러나 스윗하트는 곱게 자라서, 험난한 전도 사업에는 적합지 못하다.
4.그러나 인내심도 많고 심지 곧은 제인이라면, 딱이다.
5.고로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지만) 주님을 위해,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청혼한다.
결론-당신도 (나처럼 사적 감정은 희생해서) 주님을 위해 나와 결혼해야 한다.
대체 이 무슨 해괴한 논리입니까!!!!!
얼마나 해괴망측한지 욕하기도 힘들어요! 이기적인 놈이라고 할래도 신을 위한 거라니 이기적인 건 아냐,
아내가 아니라 파출부가 필요한 거냐고 하면, 나도 신의 종이오, 할 놈.
로맨스 역사상 전무후무한 답정남의 탄생이었습니다.
성직자란 결혼하건 말건, 로맨스에선 항상 문제적 존재예요.
아구창을 날려줘도 모자라지만, 정녕 인내심이 많은 제인은 싸대기 한 번 안 날립니다.
그러자 요한이는 여자라서 이성적 합리적 설득이 안 먹힌다고 여기고
감성팔이를 시작합니다. 제인, 나와 함께, 정글로, 사막으로, 신의 뜻을 전파하러 가주오~
인디아건 차이나건, 가서 호랭이에게 물려 죽건, 콜레라에 걸려 죽건, 얼마나 아름다운 인생이오~
나는 그의 강인함에는 저항할 수 있었으나, 그의 부드러움에는 저항할 수 없었다....
언니, 정신 차려, 어우, 속터져!!!!ㅠㅠㅠㅠㅠㅠ
그때 로체스터가 벼란간 나타나서, 요한이의 아구창을 날려줬느냐,
그동안 영국 방방곡곡을 뒤지고 뒤져서, 제인을 찾아냈는데, 웬 사내새끼가 집적대고 있길래 해치웠느냐!
흔한 로맨스나 그렇죠. 브론테 자매 중에서도 언니인 샬롯의 위엄이 발휘됩니다.
제인! 제인! 제인!
그 순간 나는 들었다, 간절한 그의 부르짖음을!!!!
...언니 난 못 들었어-_-
제인도 앤처럼 접신합니다. 앤이 그래도 계시를 받은 것 같다면 제인과 로체스터는 텔레파시입니다.
로맨스 사상 최초의 초능력자 커플입니다.
네, 가겠어요! 당신에게 돌아가겠어요!
제인도 외칩니다. 이뇬아 찰싹찰싹도 먹히지 않을 기세로ㅠㅠ
요한이도 앤의 로이처럼 벙찝니다. 뭐라뭐라하지만
제인도 우리도, 그가 뭐라카는지 들리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컸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어렸던 당시는 읽다가 전신에 전율이 느껴졌었습니다ㅠㅠㅠ
제인은 당장 짐 싸서 로체스터의 저택 도온필드로 돌아갑니다.
가니까 저택은 불 나서 홀라당 타있습니다.
로체스터의 전처 아니죠, 본처죠;;; 본처 버사가 남편 침대에 불장난 하던 거에서 스케일을 넓혔던 겁니다.
로체스터가 버사를 구하려 했지만, 버사는 타죽었답니다.
로체스터가 구하는 척하며 버사를 밀어 넣은 건 아닌지 묻는 사람은 없더군요.
로체스터는 그때 입은 상처로 장님이 되어 있습니다.
실의에 빠진 로체스터에게 운명처럼 나타난 제인.
아아, 제인, 제인, 제인!!!!
아무리 문디자슥이어도 그를 미워할 수가 없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은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조용히 살아갑니다.
제인은 임신도 하고 기숙사로 보내졌던 아델도 데려옵니다.
그리고 어느날, 로체스터의 시력이 회복됩니다.
당근 제인의 동정을 사려고 안 보이는 척했겠죠-_- 모르는 건 제인 뿐.
그렇게 불행의 별 아래 태어나, 험난한 세상에 여리지만 곧은 마음씨로 맞섰던
소녀는 꿋꿋한 자세로, 마침내 사랑을 이루어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 여주입니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녀를 존경하지 않을 수는 없는 여자. 제인 에어였습니다.
(가끔 속터지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