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런 걱정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는 동물을 무서워하는 여자. 부지런하지 못해 애들이 키우자고 졸라도 키우지 못하는 여자.
저희 아파트 현관입구는 비번으로 열어야하는 유리문이예요.
고양이가 혼자 들어올 가능성 제로.
그런데 아까 계단으로 올라오는데 웬 꼬질한 고양이가 계단에서 후다닥 위로 도망갔어요.
한층한층 올라갈때마다 또 도망 또 도망.
제가 멈춰서 가만히 응시하면 또 가만히 있어요.
에라 모르겠다. 집에와서 82에서 본대로 하려고 아이스박스를 찾으니 없어요.
할수없이 종이박스에다가 담요깔아서 내 놓고 물도 떠서 층과층사이 계단에 뒀어요.
우리집에 중학생 천사딸이 있는데 마침 캠프가서 없어요.
그 애는 코딱지만큼주는 제 용돈을 가지고 마트에가서 고양이사료캔을 몇개씩 사다 쟁여놔요.
가방에 넣고다니다 길고양이들 보면 하나씩 주는 것 같아요.
걔라도 있으면 조언이라도 얻을텐데 아는게 없어요.
중간에 페트병에 뜨거운 물 담아서 양말에 신겨서 담요사이에 넣어놓고
딸방에 있던 캔사료하나 따다가 넣어놓고했는데
전혀 고양이가 접근한 기척이 없어요.
그 근처에 있는건 확실한데 한시간 정도 있다가 나가봐도 흔적이 없어요.
아까보니 차가운 바닥에 둥그렇게 누워있던데 이대로 두면 내일 아침에 무서운 걸 보게될까봐 걱정돼 죽겠어요.
제가 뭘더해야 할 건 없을까요?
현관으로 나가서 지하주차장이라도 가면 좋으련만 현관문은 닫혀있으니 혼자힘으로는 못나갈텐데 어쩌다 여길 온걸까요?
나가보고 싶어도 혹시 박스안에 자리잡았다가 도망갈까봐 못나가겠고
차라리 나가서 밖으로 쫒아내볼까요? 그러면 지하주차장으로라도 찾아갈까요?
아님 그냥 저는 잘까요?
밖으로 나가볼까요?
더 할일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