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인데 제가 직장맘이라 시터한테 맡겨 키워서 그런지 소근육 발달 문제인지
아무래도 할줄 아는 단어가 별로 없긴 해요.
엄마 아빠 어모 (이모) 물 불 밥 빵빵 문 많이 응아 별 꽃 잘자 안녕 아니 아야 악어 곰 귤 빠이빠이 맘마 눈 귀 코 발 머리 거울 약 어부바... 지금 발음이 되는 모음이 ㅁ, ㅂ, ㄱ 정도인거 같아요. 예를 들면 바나나는 길어서 못하고 바지는 ㅈ때문에 못하고 걍 둘다 빠~로 지칭. 기저귀도 기~, 뽀로로는 뽀오~... 주로 손가락질과 몸짓으로 의사소통해요.
근데 그 얼마 안되는 어휘로 여러가지 감정을 표현하는거 보면 신기해요.
예전에 봐주던 이모 싫다고, 어모~ 하더니 지 볼을 손으로 꼬집으면서 아야! 어모~ 아야! 하고 불쌍한 눈... 그러더니 어모! 빠빠!!! 어모! 빠빠! 하고 그 이모한테 계속 빠이빠이 했어요.
그래서 제가 누구야 이모 싫어? 이모 아이 무서워? 이모 집에 가? 했더니 응응응 하면서 끄덕끄덕. 제 옆에 딱 붙어서 계속 지 얼굴을 꼬집으면서 빠이빠이만 하더라고요.
저랑 밤에 자는데 제 얼굴을 만지면서 엄마 눈~ 엄마 코~ 엄마 귀~ 하더니 엄마~~~! 하고 안아요.
아마, 엄마 눈이구나, 엄마 코구나, 우리 엄마구나! 의 뜻 같았어요.
그러다 실수로 제 눈을 찌르고 어머, 엄마 아야?? 눈 아야?? 어머, 엄마 눈 아야??? 하고 난처한 얼굴로 쓰다듬쓰다듬 해줘서 괜찮다고 안 아야 안 아야 그랬더니 호오 해주고 좋아해요.
진짜 말도 못하는 작은 애가, 얼마나 눈치가 멀쩡한지 아빠가 뭐 안된다고 제지하고 안해줄거라고 하면 막 째려보고 손잡으려고 해도 탁 치고 가버리고 한참 후에야 용서해주질 않나
약 (비타민) 달라고 해서 오늘 하나 먹었으니까 안된다고 코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줄거라고 그랬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약약! 하면서 절 찬장으로 끌고 가고...
아기의 생존전략이겠지만 진짜 매일매일 신기해요. 일년 전에는 제 이름도 모르던 것이 점점 정서가 생기고 두부반찬을 더 가져오라, 이젠 목욕을 시켜달라, 그림을 그려달라 요구하는게 너무 신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