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 했던 작업에 대해 반성한다는 것은 결과와 보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고,
스스로의 선택을 폄훼하는 수작이며,
어설픈 자기 연민으로 몰아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일이다.
대선 이후, 하도 문재인과 그 지지자들에게 '반성'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위 세줄은 읽던 책에 공감하는 문구가 있어 잠시 옮겨 적어본 겁니다.
대체 문과 문지지자가 무슨 반성을 왜 해야 할까요?
졌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져도, 졌다는 하나로 다 수렴되는 게 옳은 건가요?
그리고 지면 무조건 반성하고, 이기면 무조건 득의만면해도 되는 건가요? 어떠한 승패였느냐 상관없이요?
정의가 승리하지 못했다는 이 결과 자체를 우리 자식들에게 일러주기도 버겁고 통탄스러운데, 이제 다시 결과가 패하면 모든 과정도 패했던 것이다, 그래서 반성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나요?
12월 한달, 대선 전후로
일상을 삐걱대가며 여기서 울고 웃었던 많은 이들, 여기뿐 아니라 딛은 자리에서 최선의 지지를 보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반성이 아닙니다. 그들이 뭘 잘못해서 반성씩이나 합니까?
문재인님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요.
어줍잖게 죄책감이나 후회를 애써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수작들 좀 그만 하세요.
무슨 자격으로 돌을 던져대고 딱지도 덜 앉은 상처를 후벼팝니까?
민주당 내에서 팔짱 끼고 있었던 비노 반노 그룹 위원들. 전 이들이 48% 내에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안철수를 아직도 연호하는 사람들. 아니 연호야 계속 할 수 있지요. 그러나 그 연호로 인해 문재인과 그 지지자들을 원망하는 사람들, 백날 말해도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노래만 부르네요.
아무도 무조건 문재인이 돼야 한다, 안철수 꺼져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안철수의 바람을 인정했고, 정정당당하게 단일화 방식을 거쳐서 누구든 아름다운 단일화의 단물을 듬뿍 취하길 바랬습니다.
설령 문재인을 더 지지했더라도, 공정한 단일화 결과를 지지하고 승복했을 겁니다.
이제 와서 그 과정상의 모든 지지부진함과 안캠프의 욕먹을 일들은 다 소거되고 왜 문재인보고 양보 안 했냐? 로만 귀결되는 게 무슨 망상스러운 짓입니까? 다 하나하나 복기해서 그때 이러지 않았냐 저러지 않았냐고 물어뜯는 걸 보고 싶은 건가요?
전열을 가다듬거나 전략을 수정하거나 대오를 정비하거나 등등등... 이런 건 할 수 있고 해야 하죠.
이런 건 반성의 범주 안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반성은 보통 양심이란 걸 기제로 작동하잖아요.
양심에 거리낄 게 없어요.
누가 봐도 보수 지지자들조차도 사람은 참 괜찮다고 인정한 사람, 사람만 괜찮은 게 아니고 능력도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온맘을 기울여 지지했고, 부정선거가 의심되는 각종 정황들을 지나, 지금이에요.
자꾸 반성하라고 몰아붙이는 자들에게, 처음엔 뭘 반성해 의아하다가 그 다음 서운하다가 이제 화가 납니다.
그 서슬에 놀라서 스스로 반성 모드 가동하는 사람들도 측은하고요.
대체 뭘, 왜 반성하라는 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