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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 조상님한테 벌 받을까요?

휴.. 조회수 : 2,390
작성일 : 2013-01-01 01:15:01

아이들 방학이예요.
둘째는 아직 어려서 밤잠도 설치구요.
신정에 집에서 간단히 아침 제사상 차려야해요. (시어머님 시킴)
하루종일 애들하고 있느라 틈도 안나는데 밑준비 대충 다해놨어요.
마지막날 근사한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나름 생각해둔 저녁이 있었는데 남편이 저녁약속 생겼데요.
고향친구들 만나는거요.
너무 늦지않게 10시쯤 들어온다고 했어요. (4시부터 만났음)
우리끼리 저녁먹고 애 둘 씻기고 재우고 빨래개고 널고...10시쯤 문자가왔네요. 좀 늦을거 같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라고 했어요. 설마 12시전에는 오겠지 했는데
..기다리다 결국 11시40분에 전화했어요.
정말.. 전화해서 화내버리면 새해아침이 엉망될게 뻔해서 제발 들어와라 들어와라 하면서 기다리다 .. 참다참다 한거예요.
노랫소리 들리네요. 헐.
소리치고 뭐라했더니 미안하다고 들어오겠데요.
신년계획이고. 한해 마무리고 뭐고 암것도 못하고 12시 30분에 들어왔네요.

해야될 음식들 식탁에 다 펴놓고 남편한테 하라고 했어요.
군말없이 알았다. 하네요.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계란을 탁탁 깨고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혼자 신났네요.
잠깐 볼일 있는 척 부엌에 가서 슬쩍 봤더니.
헉! 까스불은 세개나 켜져서, 한쪽엔 생선구이팬에 생선이. 또 한쪽엔 산적을 굽고 또 하나는 동태전 부치고 있네요.
30분도 안된거 같은데 버섯전과 두부전은 벌써 끝냈구요.
근데. 내가 자세히 본건 눈앞에 두부전 하나인데
이런~ 두부에 계란옷을 입혀. 그것도 누더기가 되어있네요.

비키라 하고 내가할까 하다가
마침 둘째도 깨고해서 자러 들어왔어요.
지금도 환풍기는 돌아가고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가 진동을해요.

낼 아침에 이 음식들로 제사상 차리면 오던복도 달아날까요?
2013년 첫 출발이 이래도 되나요?

참고로 최근 2년간 남편은 라면 한 번 제 손으로 안 끊였던 사람이예요.
IP : 211.246.xxx.21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
    '13.1.1 1:20 AM (116.36.xxx.197)

    너무 착한 남편인걸요

  • 2. ㅎㅎ
    '13.1.1 1:20 AM (117.111.xxx.29) - 삭제된댓글

    단단히.화나신 상태 이실텐데 글을.읽으며 남편분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나네요.
    조상님도 이해하시겠지요. 자기 자손이 속썩여서 차례상이 그런거니...
    그럼 설날 차례는.안지내시는거에요?

  • 3. 왜요?
    '13.1.1 1:22 AM (110.32.xxx.1)

    조상 귀신들이 정말로 있어서 온다면
    자기네 장손인지 종손인지가 직접 했다고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괜한 걱정 접어두시고 주무세요.

  • 4. ...
    '13.1.1 1:30 AM (211.222.xxx.68)

    모른체 하시고 그냥 두세요.
    조상님들은 아마 더 좋아 하실듯.

    그런데 재밌긴 하네요 누더기 두부라 상상하니 맛있겠어요.
    그리고 표시되는 날엔 될수 있으면 가족과 함게 신년 계획도 얘기하면서 함께 보내면 좋을텐데 남자들은 그걸 모르네요.

  • 5. 원글
    '13.1.1 1:39 AM (220.124.xxx.131)

    다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한결 맘이 편하네요.
    계속 신경이쓰여서 잠 못들고 있었거든요.
    푹 자고 낼 조금 일찍 일어나 음식들 상태 좀 보고 상차려야겠네요.
    낼은 기분좋게 시작해야겠어요. 그래도 새해 첫날이니까.

  • 6. ^^
    '13.1.1 4:23 AM (210.98.xxx.103)

    조상님도 비록 누더기(?)가 된 음식일지언정 본인 자손이 정성스레 장만한 음식이라고 좋아하실 거에요.
    그래도 남편분 정성이 갸륵하네요. 라면도 안끓여 먹는 분이 조상님 음식은 하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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