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 대해 많이 아쉽기도 하니 뭔가 가슴 한켠에 남은 미련을 깨끗이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재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겠죠.
하지만 재검표란 것이 지지자들이 떼거리로 모여 선관위에 애원하면 되는 것 처럼
간단한 절차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도 아니고 ,
또한 재검표 과정에서 발생하는 야권에 미칠 정치적 역풍 또한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일단 법적으로 재검표를 실시하자면 법원에 당선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선거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전자개표에 대한 불신으로 발생한 당선 효력에 대한 의혹을 문제삼기 때문에
선거소송이 아니라 당선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02년 노무현- 이회창의 대선 당시 재검표 절차도 당선소송으로 진행되었죠.
당선소송의 소제기 당사자도 후보자나 후보자가 속한 정당만이 가능합니다.
10만명이든 100만명이든 아무리 많은 유권자들이 원한다하더라도
문재인이나 민주당이 직접 소제기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재검표가 불가능하다는 거죠.
물론 문재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일테고
민주당이 총대를 메고 원고자격으로 당선소송을 제기한다고 칩시다.
첫번째 문제는 이 재검표를 국가가 공짜로 해주는게 아니라 원고가 그 비용 부담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02년도 16대 대선에는 한나라당에게 7억 8천만원의 재검표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유권자수가 증가한 18대 대선에서는 아마 두자리수 비용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큰 도박에 민주당 입장에서 너무 큰 재정적 지출을 각오해야 합니다.
아니면 재검표 요구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10억원 정도는 모아서 민주당에 전달해 주어야 겠죠.
둘째, 02년 당시 법원은 어쩔수 없이 법원직원들을 동원해 샘플로 80개 개표구를 통해
재검표를 실시했는데 처음 4개 투표구에서 수십표밖에 되지 않는 오류를 발견했고,
재검표를 모두 마친 결과 극히 미미한 오류를 확인했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를 재검표 한들 결과가 02년도와 그다지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셋째, 02년 당시 한나라당의 재검표 요구에 민주당은 국력낭비요 국론분열이라며 거세게 몰아붙였습니다.
하지만 전자개표란 것이 선거사상 처음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전자개표기를 믿을 수 있냐는 식의 불신도 국민들 사이에도 어느정도 퍼져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입장에서는 처음 도입하는 전자개표 방식에 대한 불신여론은 재검표의 좋은 명분이 될 수 있었죠.
하지만 02년 논란 이후 각종 총선, 지선, 대선에서 계속 사용되어 왔고
전자개표방식은 이제 별다른 잡음 없이 정착이 되었죠.
민주당은 지금 사실상 재검표 요구에 대한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100만표나 차이가 난데다가 02년 도입이후 10년간이나 잘 사용되어 오던
전자개표방식을 문제삼기도 애매합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런 민주당을 두고 국론분열과 국력낭비, 졸렬한 패배자라는 무한 역공을 가할 수 있고,
재검표가 마치면 야권은 다시한번 국민의 불신과 실망을 얻을 수 있겠죠.
저는 솔직히 재검표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정말 100만표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아닐 것입니다.
가능성 제로에 수렴하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무의미한 희망을 가지고 재검표를 요구한다면
그 반대 급부로 야권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부담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위에 열거한 것처럼 명분도 약하고 절차도 복잡한 재검표 실시는
'아님말고' 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야권에서 큰 출혈을 각오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