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광주 투표 후깁니다

사뭇달라요 조회수 : 1,174
작성일 : 2012-12-19 14:27:55
제 생애 네번째로 대통령 선거를 겪습니다.
광주라... 맨 처음엔 멋모르고 김대중,
그 다음엔 대세를 따라 노무현, 
지난번엔 소신껏 문국현 후보. 이렇게 찍었었죠.

잘 살지도 못 살지도 못하는 동네고,
큰 변화없이 그럭저럭 이 동네 오랜 주민들이 사는 곳이라
투표소 변경이라거나 부정행위 의심이라거나 그런건 전혀 없었구요.
투표 때 마다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선거안내 하시는 분들이
늘 동네에서 오며가며 만나는 아주머님 들이라 
줄 서서 잠깐 기다리며 인사나누고, 투표용지 받으면서도 안면이 있어 인사하고 뭐 그랬네요.

그런데 뭔가 사뭇 달랐어요.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드는 투표일은 오늘이 처음인 듯.
예전엔 듬성듬성 사람들이 움직이고 도로에 차들도 별로 없는 휴일같았는데,
오늘은 뭔가 다른 지속적인 활발한 움직임이 느껴졌어요,

누구 찍었는지 말하면 불법이라죠?
기표소 안에 들어가서 투표용지랑 나랑 단 둘이 마주보고
그 분 이름 옆에 도장 꽉 찍는데 울컥하더군요.
내가, 그저 집에서 애보는 전업인 내가, 이 손으로 뭔가 바꿀 수 있을거란 생각이었는지,
그 동안 내내 익숙하게 보던 이름 석자를 보니 반가워서 그랬던건지.
주책맞게 콧등 시큰해져서 훌쩍이며 투표용지 넣고 왔습니다.

나오는 길에, 저희 아이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내 한표로, 저기 줄 서 있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의 한표로 바꿔진다면,
그렇게해서 지금 고작 네살 두살인 우리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들과 내가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의견이 비슷하다면 이렇게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느껴지구요.

다음 대선 때면 저희 애들도 꽤 자라서
투표가 뭔지 대통령이 누군지 알만한 나이가 되겠지요.
다음 대선 때는 이렇게 복수하는 기분으로가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기 대통령을 뽑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께 우리 모두 수고했다는 인사를 드리고픈 날이네요.
오늘 밤, 밝은 달이 휘영청 떠오르겠지요?
새 시대의 시작입니다..
IP : 121.147.xxx.22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2.19 2:29 PM (182.211.xxx.3)

    공감이...

  • 2. phua
    '12.12.19 2:31 PM (1.241.xxx.82)

    저는 눈물이...

  • 3. 틈새꽃동산
    '12.12.19 2:35 PM (49.1.xxx.179)

    추운 날씨에 수고하셨습니다. 혼자 1219 개 답글달기 놀이중입니다.

  • 4. 광주 첨단
    '12.12.19 2:35 PM (121.148.xxx.172)

    줄서서 투표해보긴 오늘이 첨이었네요.
    오늘은 학생들이 많아서
    느낌이 아주 좋네요..

  • 5. 쵸코비
    '12.12.19 2:37 PM (175.114.xxx.141)

    그동네 아래 살아요. 아.............이곳은 걱정 없는데 윗동네가 걱정돼 미치것어요.

  • 6. jonny
    '12.12.19 2:43 PM (121.162.xxx.205)

    호남분들이 정말 대단하신 분들 같아요
    대선때 누굴 밀어줄때 100%안나온게 오히려 의아할 정도예요 ㅋㅋ
    100%몰표나와도 우린 할말 없죠 당연한거니까요^^
    호남분들덕에 이렇게 민주주의 된거잖아요?
    아닌가요?ㅋㅋ할매도 감사해야할듯 ㅋ뭐 그정도로 대가리가 돌아가진 않겠지만요 ㅋㅋ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삽니다 감사합니다^^

  • 7. ..
    '12.12.19 3:18 PM (182.215.xxx.17)

    어려서 전주 살때 투표방송보면 거의 몰표였어요
    전라도 라는 핍박 지금까지 진행중입니다
    세상이 좀 더 바뀌길 바랍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96990 완전 우울해요. 2 완전 2012/12/20 473
196989 오늘의 분노를 잊지 않기 위해 1219 기부로 의미부여했어요... 4 저소득방학결.. 2012/12/20 751
196988 아직 못주무시는 분들 저와 함께 해주세요. 47 이젠 안녕 2012/12/20 3,054
196987 신랑이 이사를 가야 겠답니다.. 2 prince.. 2012/12/20 2,245
196986 앞으로 북한은 큰소리칠수 있겠네요 1 파사현정 2012/12/20 622
196985 솔직히,이정도로 지역별 정치차이면 분리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듯... 5 . 2012/12/20 943
196984 전 설마하고 우리나라 국민을 믿었습니다. 13 ... 2012/12/20 1,201
196983 잠은 자야하쟌아요,,, 안녕히 주무세요,,, 4 베리떼 2012/12/20 497
196982 오래전에 꾼 꿈이야기 하나. 8 무도치킨세트.. 2012/12/20 1,495
196981 아 김어준,주진우 어떡하나. 24 가키가키 2012/12/20 4,271
196980 잠 못드는밤 4 어하둥둥 2012/12/20 364
196979 철저히 기득권을 위한 정부였음 좋겠네요 6 독하게버티자.. 2012/12/20 1,083
196978 아직도 민주당을 옹호하는 분들은 봅니다 28 민주당 게시.. 2012/12/20 1,774
196977 나꼼수가 걱정 되지만 시즌 2가 나왔으면 합니다 22 2012/12/20 1,680
196976 이제 그분들을 지키고,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1 . 2012/12/20 540
196975 젊은이들 사이트에서... 16 참담그자체 2012/12/20 3,982
196974 득표율에서 진 것보다 이 현실이 너무 참담하네요. 1 참담하다. 2012/12/20 891
196973 앞으로 누가... 2 1울림 2012/12/20 447
196972 그런데 원단은 어디서 사죠 2 .. 2012/12/20 541
196971 유기견 데리고 청와대 입성할 대통령은... 2 패랭이꽃 2012/12/20 919
196970 1212.1219 민주당 대선패배를 돌이켜 보며 3 참맛 2012/12/20 499
196969 공주님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나면 어찌될까요? 29 인생의회전목.. 2012/12/20 2,610
196968 제발 알려주세요ㅜㅜ 이 기분을 어떻게 해야하죠... 9 ... 2012/12/20 842
196967 이젠 무슨 낙으로 사나요? 3 2012/12/20 559
196966 전형적인 60대의 표심.jpg 5 . 2012/12/20 1,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