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성당에 아이를 데리고 갔어요. (얼마전 여기에 딸자랑도 낯간지럽게 했었던;;)
28개월짜리 왕 수다쟁이 딸래미를 데리고 가니, 당연히 유아실로 갑니다.
보통 11시 교중미사는 사람도 너무 많고, 유아실도 항상 꽉 차서 저는 보통 9시 미사를 가요.
신랑도 신자이긴 하지만 주로 주말에도 회사에 가기도 하고, 안가면 쓰러져 자는지라...
아기 데리고 성당 다니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애랑 미사 보는건 보는게 아니에요....
쉴새 없이 떠들고 질문하는거에 대답해줘야 하고, 아니면 뭔가를 먹여 입을 다물게 해야하구요. 성가 부르는 타이밍이면, 뭔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자기딴에도 압박감이 드는지 엄청 큰 소리로 '토끼야~토끼야~ 산속에 토끼야~겨울이 오면은 무얼먹고 사느냐~'하고 엄한 동요 불러대구요...
어제도 평소에 다름없이 딸애를 데리고, 미사엔 발만 담근 상태?로 있었는데, 강론 도중 갑자기 신부님께서
"12월 19일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하시는 말씀에 귀가 번쩍 뜨였어요.
"저는 성직자로써 정치적인 성향을 여러분께 드러내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여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다만, 한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대통령은 누가 만드는 겁니까? "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국민'이 만든다고 하셨고, 어디선가 '하느님'이 내시는 거란 대답도;;
신부님 왈.
"국민이 대통령을 만드는 거 아닙니다. 투표하는 국민이 대통령을 만드는 겁니다. 도대체, 한 나라의 국회의원들로 이루어진 정당에서 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올바른 행태입니까? 이게 민주국가의 국회의원이 해야할 생각입니까?"
라고 비분강개.
어느 당을 지칭하시는지 모두 아시죠...
저희 신부님 젊은 분이에요. 여긴 경기 신도시고 원래 있던 성당에 신자가 너무 많아져서 분당해 나온 성당이라 수녀님도 안계신 곳이지만, 신자 층도 워낙에 젊은 사람들이 많고 신부님도 그런 편이시거든요.
성당안의 분위기가 다들 맞다고, 투표하자고~하는 그런 분위기로....
전 사실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 상당부분은 저랑 잘 안맞아요. 그래도, 우리 딸이 살아갈 나라인데,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향해 가야지 과거로 회귀해선 안되겠지요.
딸래미 안고 19일에 아파트 바로 옆 초등학교에 있는 투표소에 가려고요.
가서 딸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어요.
엄마 아빠가 여기서 이렇게 하는 게 별거 아닌것 같아보여도,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일이라고.
네가 살아갈 이 나라가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더 상식적이었으면 해서..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고, 그에 따른 결과가 정의롭게 실현되는 곳이었으면 해서...
그래서 이렇게 투표하는 거라고 이야기 해주려구요.
세살짜리 딸이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