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면서 삐용이 그간 이야기나 해보려고 들어왔어요.
며칠전,
제가 공부를 하고 있는 사이
삐용이가 혼자 놀면서 뭔가에 열중한 거 같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다가
자세히 보니까
욘석이 글쎄
작은 벌레를 사냥하고 있던 거였어요.
왜. 집에서 나오는 벌레 중에
지네처럼 생긴 아주 작은 벌레 있잖아요.
꼬리 끝이 지네처럼 무슨 침이 있는 것마냥 생긴.
아주 작은 까만 벌레요.
손톱 길이 정도 될까 하는.
그게 어디서 나와서 바닥을 막 기어가고 있던 모양인데
그걸 볼 삐용이가 앞발로 치고 들어가고
누르고
그러다 움직이니까 입으로 물어서 깨물 깨물 하는 거 같더니
내뱉고 상태를 보다가 이 벌레가 또 기어가니까
발로 누르고 입으로 물어 내뱉기를 반복하면서
열심히 사냥 ^^;을 하고 있던 거였어요.ㅎㅎ
결국 그 작은 벌레는 운명을 다 하고
그걸 보고 제가 삐용이한테 무한 칭찬을 했더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의기양양 해져서 꼬리 바짝 세우고
으쓱 거리며 걸어가서는 다른 거 가지고 놀더라고요.ㅎㅎ
저희가 좌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식사 때마다 삐용이가 좌탁에 올라와서
저희 먹는 음식을 자꾸 탐해서 큰일이에요.
사람 먹는 음식 함부로 줄 수도 없고
입맛 바뀌게 할까봐.
그래도 가끔 먹어도 괜찮은 것들,
간하지 않은 상태의 고양이가 먹어도 되는 거 조금 주긴 하는데.
지난 일요일에는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오빠네에 볼 일이 있어
잠깐 다녀오게 되었는데요.
여자 조카애들이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고양이도 좋아해서
삐용이 인사 시키려고 데리고 갔었어요.
욘석이 갑자기 이동장에 들어가서 차를 타게 되니까 좀 어색했는지
울기도 하고 호기심에 여기저기 쳐다보기도 하고.
그렇게 오빠네에 갔는데
조카애들은 삐용이가 너무 귀여워서 안고 만지고 놀아주느라
정신없고
삐용이는 그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정말 너무 얌전하게 가만히 있는 거에요.
모든게 낯설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말 너무 순하게. 울지도 않고요.
집이였다면 벌써 제 손과 발을 가지고 장난치느라 바쁘고
똥꼬발랄 했을텐데 너무 얌전하게 가만히 있으니까 이상하더라고요.
조카애들이 안아줘도 가만히 있고.
조카애 하나가 귀를 만지려고 하니까 두살 위인 조카애가
안돼~ 귀로 세균 들어가. 하면서 동생을 만류하는데
조카애들도 귀엽고.ㅎㅎ
고양이들이 소리에 민감한지 삐용이도 좀 그런데
청소기 소리에 놀라 도망가기도 하고
이번에 조카애가 오르골을 가져다 돌려서 음악 소리를 들려주니까
삐용이가 하악~ 하고 하악 소리를.
한시간 반 정도 있다 오는데
삐용이 차에 타자마자 곧 이동장 안에서 졸더라고요.
무지 긴장하고 그랬나봐요.
조카애들은 담에 또 언제 오냐고 눈을 말똥 거리면서 물어봤지만
삐용이 보아하니 가까운 곳도 한번 같이 다녀오기 힘들 듯 싶기도 하고.
집에 도착해서는 역시나 똥꼬 발랄 해져서
나는 삐용이다. 하고 본 모습 보여주기 바쁘고요.
집고양이가 낯선 곳에 가면 그렇게 얌전하고
아무에게 안겨도 얌전한지
아님 삐용이가 유독 순한건지 모르겠네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겨울이 온 것 같네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