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철수 해단식 기자회견을 보면서, 저게 안철수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말을 두고 이런 저런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저는 박경철이 언젠가 말한 것처럼 안철수는 이런저런 해석이 필요없이 그의 말 그대로 들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극적 지지다, 아니다라는 해석은 다 쓸모없는 해석에 불과합니다.
그의 말은, 일단 단일후보는 문재인이고 그를 성원해달라는 것, 오직 그것 뿐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등장한 배경인 ‘소위’ 정치쇄신(저는 그가 말하는 정치쇄신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소위라는 말을 썼습니다.)을 강조하는 것, 전자는 자신의 사퇴로 문재인이 단일후보이고, 후자는 자신이 출마한 이유와 그를 떠받치고 있다고 본인이 생각하는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말이겠지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거기까지입니다.
오늘 언론에 보도된 안철수 측근의 ‘SNS로 문재인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안철수 캠프의 분들이 참 찌질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도 안철수의 말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저 정도의 발언이라면 그런 정도는 가능하겠다고 추측한 것에 불과하지요. 저는 그런 인터뷰를 보면서 안철수와 안철수 캠프의 사람들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 지원은 차라리 안하는 게 낫습니다. 그게 ‘안철수의 방식’인지 몰라도 별 도움도 안되고, 지원했다는 생색만 내는 꼴이니 말입니다.
온 국민이 그의 입을 바라보는 것도 이젠 지쳤습니다. 정치인은 아젠다를 만들고, 그것을 확장하고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안철수에게 그런 정치인의 자질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그가 우리가 봐온 정치인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정치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는 새로운 정치를 열수 있는 조직적 기반, 그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조직하는 것을 필요로 합니다. 몇몇 사람들 모아 캠프 만들고 팬클럽 만든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안철수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안철수 캠프에 갔다는 박선숙, 송호창, 그리고 시민단체 출신인 하승창 같은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안철수 말대로, 단일후보가 문재인이 되었다면 이젠 문재인으로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그 안에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트위터를 켜고 140자를 쓰는 그 단순하기 이를데 없는 ‘지원’은 지원이 아닙니다. 그 정도를 해 놓고 정권교체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재인이 안철수로부터 독립선언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철수의 뜻과 성원의 마음은 겸허하고 고맙게 받아들이되, 더 이상 지지나 성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지 말고, 그대로 자신의 길을 가는 게 낫습니다. 지금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안타깝게도, 박근혜 시대를 준비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장렬한 최후를 맞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로부터 독립선언을 하고, 정권교체의 절박함, 정치가 바뀌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 차분하고 이성적인 태도 말고, 사자후로서 국민들에게 호소하십시오.
장렬히 전사하더라도, 최후의 비장한 각오를 국민들에게 밝히십시오. 그게 오히려 승리하는 길입니다. 선거 캠프의 분들도, 찌질하게 비무장지대에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건설하겠다는 식의 황당한 공약이나 준비하지 말고, 정권교체의 절박성, “아비 어미 죽은 박근혜 불쌍해서 찍어준다”는 나이든 분들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간절하고, 절박하게 호소하십시오. 그게 사는 길입니다. 안철수의 지원은 이참에 아예 접으십시오.
정권교체에 실패하고, 신유신체제가 시작되면, 안철수와 문재인은 둘다 역사의 퇴행을 막아내지 못한 죄인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이 지면 안철수가 뜨지 않습니다. 그 역시 돌팔매를 맞을 것이고, 그가 말하는 정치개혁은 대선이후 민주당에서 탈당해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찌질이들을 모아 이것저것 하다 새누리당의 반대에 막혀 좌절될 것이 뻔합니다. 동시에 정권교체를 바랬던 많은 분들(소위 노빠/문빠를 포함하여)에게 안철수는 죄인 취급을 받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불행하게도 우리는 안철수와 문재인이라는 두 뛰어난 인물들을 그렇게 시궁창에 버리게 되겠지요. 대선에 패배했을 때, 안철수에게 그리고 문재인에게 쏟아질 비난들을 생각하면 전 끔찍합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좋은 사람들을 죄다 내다 버렸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암담한, 우리 아이들에게 21세기에 유신이 부활하고,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고, 그저 옛날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리의 미래를 선택했다고, 김일성의 손자와 박정희의 딸이 다스리는 한반도를 어떻게 정당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