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오늘 생일이예요.
그런데 어제 오후부터 기분이 너무 안좋고, 나이 40 넘어 폭풍 사춘기도 아니건만 만사 다 짜증만 나고 미춰버리겠네요.
제가 성격이 아기자기 하지 못한 공대녀라서 편한게 그저 좋다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기념일은 딱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세식구 밥 먹는게 다였고 그 외에 선물이니 이벤트니 남편한테 기대한 적도 요구한 적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남편도 저에게 생일상이니 챙김을 요구하고 바라지 않는 스타일이구요.
남들 볼 때는 알콩달콩도 없이 뭔 재미로 사나 싶게 보일 수 있는 부부지만 우린 그대로 편하고 좋았거든요.
그.래.도. 오늘은 제 생일이고 어제는 일요일입니다.
오늘은 회사 끝나고 남편이 수영을 가는 날이고 딸아이도 바이올린 강습이 있는 날이고 굳이 모여서 밥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적어도 어제 한 끼 정도는 알아서 먼저 뭐 먹을래 어디 가고 싶니 해줄 수 있는거 아닌가요.
저는 제가 정말 씩씩하고 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이깟 생일 밥 한끼 때문에 이렇게 속상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어제 낮에 생일인데 준비한거 하나 없냐며 농담처럼 언질을 줬는데도 하루 종일 자고 나서 배고프면 깨우지 그랬냐고 하는데 너무 짜증나서 미춰버리는 줄 알았어요.
네.. 깨울 수도 있었겠죠. 그치만 깨우지 않은 이유는 졸려서 자는 사람 밥 먹겠다고 깨우기 싫었구요, 또 늘 거의 제가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올해 제 생일밥마저 제가 챙겨서 얻어먹고 싶지도 않았어요.
저녁에 당신 너무 한거 아니냐고 속마음 다 말했어요. 저한테 미안하다고 했고 오늘은 출근길에 전화해서 생일 축하한다 케익 뭘로 사갈까 묻고 하는데도 풀리지가 않네요.
딸 하나 8살이고 남편과 만난지는 이제 10년이 되었네요.
거의 싸우지도 않는 편안하고 미더운 부부인데.. 난 조금이라도 남편 편하게 해주려고 늘 신경 쓰는데.. 남편은 그게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질때면 그 서운함이 잘 버려지지가 않습니다.
지금 출근해서 이 글 올리는데도 울컥해서 눈물 날 것 같네요.
왜왜왜왜왜 너는 날 이리도 구차하게 만드냐 싶어 너무 화가 나고 짜증이 나거든요, 지금.
사실 지금 마법 전 증훈군 때문에 이렇게 감정이 널뛰나 싶기는 합니다. 그래서 어젯밤에 오메가3도 먹었어요.
제가 평소엔 화내고 짜증내고 하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여튼.. 영양가 없는 긴 글.. 제 속풀이.. 읽어 주신 님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