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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주책같지만 강아지 키우면서 넘 행복해요

... 조회수 : 3,708
작성일 : 2012-11-30 18:00:40
56살 주부예요
3년 전까지는 직장 다녔고, 버티려면 50대 후반까지는 버틸 수 있는 직장이었지만
젊은 사람 한 명 기회를 내가 막고 있는 것 같아서 그만뒀어요
근 30년을 경제인구로서 내 몫 했으니 이제는 좀 의미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에
장애인 목욕 봉사 주1회, 독거노인 도시락 봉사 주1회 쭉 해왔는데
애들까지 다 직장 다니니까... 솔직히 무료하긴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봉사를 매일 하려니 봉사가 아니라 의무가 될 것 같았구요
그러다 지인 권유로 작년초부터 유기견 한마리 입양해서 키워요
버려진 기억 때문인지 처음엔 사람을 많이 경계했는데
정성껏 보살폈더니 어느덧 마음을 열고
자기가 먼저 놀아달라고 장난감 들고 저한테 오는데 마음이 참 찡하더라구요
애들은 맨날 야근하느라 자정 다 돼서 들어오고
남편도 운동 하루 2시간씩 해서 열 시 넘겨 들어오거든요
아침식사 챙겨줄 때나 대화 나누고... 하루종일 저 혼자 멍하게 있기 일쑤였는데
강아지랑 같이 있으니까, 이것저것 말 시키게 되고 확실히 외로움이나 무료함이 덜하네요
직장 그만두고 나서 장 보는 날 아님 외출도 안 했는데
매일 강아지 산책시켜야 하니까 이젠 억지로라도 나가게 되구요
유기견 보호소에 있었으니 강아지가 산책이란 걸 했을리가 없잖아요
처음에 동네 뒷산에 데려갔을 땐 생소해 하다가도
금방 풀더미에 얼굴 파묻고 킁킁대며 냄새 맡고
이 나무 저 나무 찾아다니며 신기하다는 듯이 냄새 맡는데 넘 귀엽고도 짠하데요
울 강아지가 검은 푸들인데, 사람들 무서워할까봐 최대한 끈 짧게 해서 다녀도 깜짝 깜짝 놀라는 분들이 계세요
어디서 저렇게 시커먼 놈이 나왔냐고 하시는 노인분들도 계시고...
그럴 땐 꼭 내 자식 욕 먹는 것처럼 속 상하고
울 개 예쁘다고 칭찬 들으면 몇 시간은 으쓱하네요

얼마 전에는 친구가 집에 놀러왔는데
강아지가 혼자 놀다가 침대 밑으로 장난감를 밀어버리고 낑낑대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엄마가 꺼내줄게"했더니 친구가 웃네요
엄마는 무슨 엄마냐고
그래서 제가 그럼 엄마지 주인 아줌냐? 했어요 ㅎㅎ

울 강아지 유기견 보호소 있던 시절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서
채식도 시작하게 됐네요
비좁은 공간에서 사육당하는 동물들이 넘 불쌍해서요
우리 아이들 직장때문에 바쁘지만
주말에 단 이삼십분만이라도 강아지랑 아파트 한바퀴 돌고 오라고 시키고
피곤하더라도 퇴근하면 강아지 이름 불러주고 한 번이라도 쓰다듬어주라고 해요
지능이 있고 감정이 있는 강아지인데
우리 집에 온 이상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강아지 두고 봉사 나가는 날은 꼭 울 애들 어릴 때 집에 두고 출근하던 시절이 오버랩돼서
그거 하난 안 좋아요 ㅎㅎ 맘에 내내 걸리더라구요
암튼 주책 소리 듣지만... 강아지때문에 이렇게 삶이 충만해질 줄 몰랐어요
저 개바보인가봐요 ㅎㅎ
IP : 121.160.xxx.9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1.30 6:06 PM (218.234.xxx.92)

    지금은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도 아주 흔한 한국 남자였는데 (개는 개답게, 괴롭히진 않지만 보신탕도 때 되면 먹는다), 퇴직하신 후 어디서 얻어오신 치와와 한 마리에 푹 빠져서 어느날은 그 개가 낯선 저를 향해 깡깡 짖고 덤비니 "누나한테 그러지 말아라~".. 외려 제가 다 깜짝 놀랐어요. 내가 왜 쟤 누나인가 하고..
    (저 본가는 지방이고 학교를 다른 지방에서 나올 때)

  • 2. 비밀
    '12.11.30 6:07 PM (211.234.xxx.56)

    (님 사실 저도 개바보에용.. 쉿 비밀이니 님만 아세요ㅎㅎ)

    그 행복 오래오래 누리시길..22

  • 3. ㅎㅎㅎ
    '12.11.30 6:07 PM (203.237.xxx.73)

    퇴근전 흐뭇하게 웃고 집에가게 해주시네요..
    저도 마흔여섯..
    몇년후 퇴직하면,
    님처럼,
    유기견 데려다 좋은친구 하나 삼고,
    살고 싶네요..전,,근데 고양이도 무척 좋아해요..둘다 키우고싶어 갈등이네요.벌써..
    참...좋은분이세요.
    사랑하면,
    바보 된다잖아요..행복한 바보..몸도 맘도 건강해지실거에요.
    좋은 저녁 보내세요!

  • 4. ---
    '12.11.30 6:09 PM (188.99.xxx.170)

    키우면 다 개 바보되요^^
    처음엔 제가 강권해서 키운 울 집 개...
    이제는 우리 부모님이 울 개 없음 못산다고 고백하셨음 ㅋ

  • 5. ---
    '12.11.30 6:10 PM (188.99.xxx.170)

    참 개라고도 안 불러요.ㅎ

  • 6. 유기견
    '12.11.30 6:12 PM (114.206.xxx.160)

    너무 감사하고 맘이 따스한 분이시네요...

  • 7. 푸근
    '12.11.30 6:13 PM (112.161.xxx.208)

    원글님 좋은 분이실것 같아요~ ^^
    저는 섞여산지 십여년이니 특별히 행복한건 모르겠고 이녀석들 없었으면 참 외롭겠다는 생각은 해요.
    저를 웃게해주기도하고 깜짝 놀래키기도 하고,(요건 사고쳤을때) 울게도하고. (이건 아플때)

    가여운 유기견에게 새생명을 주셔서 감사해요.

  • 8. ㅁㅁ
    '12.11.30 6:16 PM (115.22.xxx.114)

    아버지는 개는 개일 뿐이다 하시는 분이셨고, 엄마는 만지지도 못하는 분이셨는데
    제가 우겨서 대학교 졸업반때 억지로 데려온 미니핀 한 마리.
    벌써 9년이 다 되어갑니다.
    하루하루 얘 때문에 얼마나 많이 웃는지, 가족간 대화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몰라요.
    중간에 크게 다쳐 힘든 일도 있었지만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대학병원에서도 하반신 마비다, 포기하라고 했는데 다시 벌떡 일어나 잘 뛰어다닌답니다.
    그래도 역시 뒷다리는 불편해서 열심히 뛰다가 쿠당 소리나게 뒹굴고 할때면 가슴이 너무 아파요ㅠㅠ
    저희집 사실 이사올 때도 울 강아지 불편한 다리때문에 미끄럽지 않은 바닥으로 하려고
    고르고 또 골랐었어요 ㅋㅋㅋ 그런데도 저 조그만 발에는 좀 미끄러운가봐요.

    여튼 동물이란 존재가 생각보다 참 많은 행복을 줘요^^
    그리고 그만큼 책임도 따른거는 거... 저는 직접 키우면서 생명에 대해 많이 배웠답니다.

  • 9. 강아지엄마,,
    '12.11.30 6:18 PM (121.148.xxx.172)

    정말 자연스럽게 엄마가 되지요.

    정말 개라면 펄쩍뛰는 우리 남편이 키운지 2년째 되니
    우리아들이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네요.

  • 10. 천사
    '12.11.30 6:19 PM (119.192.xxx.117)

    원글님 맘씨가 넘 예뻐요~~~~맘도 글도 고운분 같아요^^

  • 11. 힘찬맘
    '12.11.30 6:20 PM (220.116.xxx.83)

    아뇨아뇨 주책이라뇨 절대 아니에요

    저도 울 강아지바보에요
    키운지 2년됐는데도 두고 나갈때는 맘이 안좋고 나간지 얼마안되서부터도 넘 보고싶고
    집으로 오늘 발길을 바쁘게 만들고 또 만날생각에 흐뭇하게 만들고...

    저두 강아지 키우기전엔 전혀 느끼지못했던것들을 울 강아지가 많이 느끼게 해줘요

    넘넘 사랑해요

    그리고 원글님..
    유기견을 데려다 그렇게 사랑을 주시니 복받으실거에요
    행복하세요 늘^^

  • 12. 님 마음
    '12.11.30 6:24 PM (14.42.xxx.48)

    저두 느끼고 있는 애견인이랍니다. 지나가다 강아지만 봐도 애틋하고 짠한 마음....유기견을 데려다 키우시는게 쉬운일 아닐텐데 장하십니다. 행복하세요!!!

  • 13. ^^
    '12.11.30 6:27 PM (175.223.xxx.239)

    전 시집도 안갔는데 딸래미가 입에 붙었네요^^
    제가 줄수있는거보다
    받는기쁨이 넘넘 커요ㅎㅎ

  • 14. goldenwisdom
    '12.11.30 6:31 PM (14.200.xxx.248)

    읽는 내내 저도 행복했어요.
    봉사활동도 그렇고 강아지도 그렇고 사랑이 많으신 분같아요.
    행복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15. ...
    '12.11.30 6:42 PM (110.70.xxx.203)

    키운지 1년인데 너무 좋아요.
    이 좋은 걸 왜 이렇게 늦게 시작했는지 몰라요.
    보고만 있어도 너무 사랑스럽고 이뻐요.

  • 16. 정말
    '12.11.30 6:46 PM (122.40.xxx.41)

    존경받아 마땅하네요
    제 남편도 첨엔 내가 왜 쟤 아빠야?
    그러드만 퇴근 함 한참을 끼고
    요리보고 조리보고 살이쪘네 빠졌네

    급기야 어제는 해외바이어랑 명동가서는
    개자랑을 했는지 슈퍼맨 옷한벌
    선물받아 온거있죠

    그전부터 입히고 싶었던 슈퍼맨옷으로
    골라왔대요^^
    개란 이런 존재네요
    제가 어제 감동 먹었시요

    뭐 저는 외동딸 키우다
    아들 키우듯 하구요

    암튼 봉사에 유기견에
    존경스런 언니야십니다^^

  • 17. 트리안
    '12.11.30 6:51 PM (124.51.xxx.62)

    저도 키우게 되면 유기견으로 하려고해요.
    원글님 따듯한 글 고맙습니다.^^

  • 18. 반지
    '12.11.30 6:59 PM (125.146.xxx.76)

    유기견 거둬주셔서 참 감사하네요

  • 19. 몽이사랑
    '12.11.30 7:25 PM (180.71.xxx.102)

    글 읽는내내 제가 다 짠하고 흐뭇하고... 행복하네요^^
    고녀석 복 터졌네요~ 원글님도 반려견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세용~~

  • 20. ...
    '12.11.30 7:50 PM (175.253.xxx.190)

    키우다 보면 친자식 이상이죠.
    머리검은 짐승은 배반 하지만 개는 절대 배반하지 않잖아요.
    정 많이 들었나 봐요...축하해요

  • 21. ...
    '12.11.30 7:53 PM (14.63.xxx.98)

    아... 개 좋아하시는 분들 이야기 댓글로 읽으니까 맘이 넘 따스해지네요. 감사드려요.
    전 울 개 키우기 전까지는 강아지 미용시키고 옷 입히는 분들 솔직히 이해 못 했는데
    울 강아지 보호소에서 앞이 보이지도 않게 앞머리 복슬복슬하게 자라고 입가 지저분했던 시절 모습 다시 상기하고 싶지 않아서
    철철이 깔끔하게 미용시키고 요즘은 추우니까 패딩 입혀서 산책 나가요. 팔불출 주인...ㅋㅋ

    저처럼 경제활동에서 은퇴하신 중, 노년분들, 예쁜 강아지 한마리 입양 넘넘 추천드려요
    저처럼 집에서 지내는 사람한테도 너무 좋고,
    착하지만 살갑지는 않은 우리 가족들 사이에 강아지때문에 대화와 웃음이 많아진 것도 넘 행복하네요
    복덩이가 따로 없어요...
    한마리 데려오셔서 자식이라 생각하고 키우시면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 22. 기쁜우리
    '12.11.30 9:39 PM (112.145.xxx.64)

    저도 너무 사랑하는 제 새끼들..지금 따뜻한 이불속에 폭 넣어두고
    설거지하러 왔는데 이놈들이 이불을 여왕마마 드레스 자락처럼
    끌고 와 제 발 밑에 옹기종기 모여있네요.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 입에서 이렇게 많이 나오게 하는
    보석같은 존재들..사랑사랑 너무 사랑한답니다^^

  • 23. --
    '12.11.30 9:48 PM (58.238.xxx.28)

    저 결혼안한 노처녀인데요 ㅋㅋㅋ
    전 울 강아지한테는 엄마라고는 못하고
    큰누나라고 해요.
    큰누나가 뭐 해줄께!! 이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4. 빗소리
    '12.11.30 10:08 PM (39.115.xxx.140)

    하하하 개바보에서 뿜었어요.
    채식까지 하시다니 정말 강아지가 복이 터졌네요.
    제가 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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