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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네
나무로 만든 집에,
그 그늘에,
마음 짐 부려 놓고자 애쓰면서
정작 나는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네
늘 연푸른 잎이 가만가만 돋아
마음이 파래지는,
아름드리 몸통을 꿋꿋이 세우는
그 알 수 없는 깊이의 뿌리
땅의 정령精靈과 하늘의 정령을 불러 모아
밤마다 강물 위에 별 잔치를 벌이는
그런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네
나무의 속삭임에 마음 준 적 없어
나는 이기적이고
강물의 말씀 새겨듣지 않아
나는 오만방자한데
산을 무너뜨려 나무를 뿌리째 뽑고
수천 년 내려온 민족의 핏줄,
그 도도한 강줄기를 돌려 세우고자 하는
역사의 탕아 앞에
망나니의 삽자루 앞에
오늘에야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한 것을 후회하네
바람이 쉬어가고
새들의 집이 아늑한
골짝에서 골짝에서 솟은 맑은 물이
동구 밖을 유유히 흐르는 역사의 길에
족쇄를 채우고자 혈안인 그대들 앞에
나무 대신 몸을 세우노니
마흔이 넘도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해
강물의 말씀에
그 유구한 깊이에 나 오늘,
귀 기울이지 못한 죄를 씻고자 하나니
- 표성배,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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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2년 11월 30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2/11/29/20121129_kim.jpg
2012년 11월 30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2/11/29/20121129_jang.jpg
2012년 11월 30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original/2012/1130/135418851662_20121130.JPG
2012년 11월 30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2/11/29/feogoo201211292012550.jpg
역시나 오늘도 대부분 촌철살인이긴 한데, 새벽 출근해서 이런 한숨 나오는 내용을 보는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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