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32개월 여자아이 외동으로 키우고 있어요.
어린이집도 대기고, 하다못해 집 근처 놀이학교도 대기줄이 길어서 엄마하고 하루종일 놀고 먹고 자고 합니다.
문화센터 2번 가고, 나머지는 그저 놀지요.
제 아이는 마음도 여리고, 감수성도 예민하고, 사교성이 좋고 명랑활발합니다. 단 한시도 가만있을틈이 없고, 분위기가 안좋으면 빨리 알아차리고 본인이 막 앵겨붙어서 사람을 웃게 만들어요. 친구들도 무척 좋아하고 장난감도 자기가 선뜻 나눠주면서 다녀서 동네 아줌마들한테는 성격 좋고 이쁜애라고 칭찬이 자자합니다만.....전 제 딸 키우기가 정말 힘듭니다. 엄마인 제가 버릇을 잘못 가르쳐좋아서일거에요. 육아서도 정말 많이 읽었는데 원론적인 얘기보다는 육아경험이 있는 엄마들의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해서요.
제가 딸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점은 우선 밥을 자기가 알아서 안먹어요. 숟가락 쥐어주고 연습시켜도 몇 번 먹고 안해요. 죽어라 안해요. 안먹어도 엄마가 먹여주겠지에요. 밥은 차려주되 스스로먹지 않으면 굶겨보래서 굶겨보았는데 8시간동안 물뺴고 아무것도 안먹더군요. 8시간 후에 말라붙은 입과 퀭한 눈으로 '엄마 밥줘' 이러고 먹지는 않는데 그냥 밥 먹여줬습니다. ㅠ.ㅠ
또 입이 짧아서 본인이 좋아하는거 아니면 먹지도 않아요. 오로지 계란, 두부, 애호박전, 불고기, 새우, 김, 소고기무국, 미역국
숙주나물, 두부동그랑떙 이것만 먹어요. 이것만 돌려먹어도 영양실조는 안오겠지만 이것저것 미각을 발달시켜주고싶은데 아예 입조차 안대요. 애들은 잘먹는다는 스파게티, 리조또, 피자 이런것도 몇번씩 노출시켜줘도 안먹어요.
게, 다, 가 가장 힘든건 밥한공기 먹는데 한시간 반~두시간 걸려요. 정말 먹이면서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납니다.
30분만 먹이고, 안먹으면 치우라고 책에는 그러죠. 저도 빨리 먹으라고 재촉도 해보고, 안먹으면 치우고 굶겨보고 했는데 아이 영양실조만 오고 배앓이만 오더군요. 한의사가 아이 소화능력은 두돌배기 아이정도밖에 발달안했고, 먹으라고 재촉하면 바로 소화불량이 오고, 아이마다 뱃고래도 다른데 조금씩 천천히 자주 먹어야하는 아이니 36개월까지만 그냥 하고싶은대로 두라네요. 습관도 애 건강상태 보면서 잡으라구요. 몸은 삐쩍말라서 팔뚝은 제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 만들면 그 안에 들어가요. 갈비뼈도 드러납니다. 볼떄마다 속상해요.
잠에는 무조건 저항합니다. 잠은 유모차에서 정신없이 잠드는거 아니면 잘 생각을 안해요. 동화책읽고 불끄고 누으면 난리납니다.돌전부터 꾸준히 해도 그럽니다. 평상시에 먹는거엔 관심도 없다가도 잘시간이라고 하면 무조건 배고프대요. 엎어서 재워볼려고도 했는데 그것도 싫어해요. 한겨울에도 유모차타고 돌아야해요. 낮잠도 안자고, 하루종일 놀이터에서 뛰어서 무척 피곤하고 졸릴텐데..생각해도 불끄고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잠들 생각은 아예 안합니다. 살짝 불켜놓으면 뭐 계속 놀죠. 제가 자는 꼴도 못봐요. 심지어는 길다가 졸고있는 고양이를 봐도 그냥 못놔둡니다. 일어나라고 고양이한테 소리질러요 -_-;; 제가 애가 자건말건 무조건 자봤거든요. 2시간 내내 울다가 토하구요. 그 뒤로 주변에 잠드는건 인형이건 고양이건 사람이건 용납못합니다. 인형들도 다 일어나 앉아있어야해요. 낮밤도 수시로 바뀌어요.
제 말은 안들어요. 아빠말도 안들어요. 옷 갈아입자, 대소변 가리지만 외출할떄는, 그리고 잠잘때는 기저귀차자, 겨울이니 유모차에 타자, 30분 후에 외출하자 이런말 하나도 들어주는게 없어요. 외출하려면 애 옷입히고 나가자고 설득하고 꼬시고 회유하고 이러는데 한시간은 족히 걸려요. 어디 뭐 하러 나가자 - > 좋아 -> 옷입자 -> 싫어 -> 옷입어야 나가지 추운걸 -> 싫어 -> 그럼 하고싶은대로해라, 나가서 추우면 옷있으니깐 입어라 -> 좋아 -> 그럼 와서 신발신어 -> 싫어 -> 00이가 좋아하는 분홍신발신고 로티랑 로리보러 갈껀데 -> 좋아 -> 현관으로 오렴 -> 싫어 이러고 도망갑니다. 이게 맨날 하는 짓이에요. -_-;;;
누구랑 시간맞춰서 만나는건 이젠 생각도 못해요. 그냥 도착하면 전화할께 합니다. 외출이 좋다는걸 알려주기 위해서 늘 나가기전에 하는 약속은 다 지켰고, 아이가 즐겁고 좋아할만한 걸 주로 했어요. 제가 말이 바뀌거나 거짓말을 남발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그냥 누가 뭐 하자고 하는건 싫은걸로 보여요. 말귀를 못알아듣는건 절대 아니에요. 뽀로로파크 가자고하면 제빨리 나와서 지가 신발신거든요.
계속 좋게 좋게 타이르다가 최근엔 외출할떄마다 화내고 소리지르고, 엄마 혼자 나갈테니 그럼 너 혼자서 집보라고 협박합니다. 그래도 싱글벙글 웃으면서 나가기 싫대요. 그러면서 집에서 제가 밥먹여주거나 목욕시킬떈 맨날 밖에 나가자고 노래부르는 녀석이에요. 요즘 3일연속 소리지르고 애 협박해서 외출해요. 정말 이러기 싫어요. 자기보호능력 없는 애한테 협박해서 이러는것에 제 자신에게 혐오감도들구요.
외출할떄가 제일 힘든데(시간압박이 있으니깐요) 평상시엔 집에 있으면서 제 말은 거의 안듣습니다. 사실 제가 애한테 뭐 하라고 강제하거나 압력넣는게 전혀 없기도 해요. 그런게 안통할 애라는걸 뻔히아니깐요. 그래서 집이 제일 편해요. 밖에 나가면 나가는데로 고행이에요. 하고싶은대로만 하고 가고싶은곳만 가려고 하니깐요.이떄 애들이 원래 그러면 그려려니 하겠는데 친구 또래아이들이나, 문화센터 아이들을 보면 엄마무릎에 얌전히 있고, 선생님이 하자는거 다 따라하고, 엄마가 하지말라면 안하고, 엄마가 주는거 잘 먹고, 이런거 보며서 저는 그게 너무 신기하고 제 애랑 비교되니깐 -_-; 그냥 요즘 그런 자리를 아예 안가지려고 피하고있어요.
아빠도 고집세고, 저도 한고집해서 그냥 우리집 딸은 울트라고집있는 베이비구나 하고 마음을 놓으려다가도
좀 복장도 터지고, 외출할떄마다 소리지르게되는 제가 싫고 그래요. 임기응변식 육아의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으~~원칙주의 육아도 적용할 애한테 적용하는거지 고집부리면서 울다가 토하고 자해하는 애한테까지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는건 아니잖아요. 지 고집에 부딪히고 좌절하면 저래요. 그냥 무시하고 그러면 2시가까지도 웁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습관이 잡히는게 아니라, 성질만 더 나빠지더라구요.
그냥 시간이 약인가요? 저는 요즘같아서는 육아가 너무 힘들고 다 그만두고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