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친정에서는 딸 하나인 고명딸이에요.
나머진 다 남자 형제고요.
결혼하고 친정과는 3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살면서
명절이든 각종 경조사든 김장이든
늘 빼먹지 않고 갔어요.
김장은 지금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았네요.
저흰 맞벌이에 두식구라 사실 김장김치 얼마 안먹어요.
일년내내 한통 먹을 정도죠.
친정 내려가면서 주유비,톨비,
뭘 사가거나 가서 김장 돕고 김장김치 2-3통 가져오면서
김장비 10만원 정도 드리곤 했어요.
늘 먼저 도착해서 엄마 도와서 김장 준비하고
다른집들 김장 김치 챙겨서 집으로 일찍 돌아가고 나면
저흰 남아서 엄마 도와서 정리하고 또 치우고 늘 그랬죠.
다른집 형제들은 늦게 와서 준비해 놓으면 버무려서
각자 가져온 김장김치통 기본 10개씩은 담아가고
때론 김장 다 마칠무렵에 와서 (그땐 뭐 이런저런 핑계가 있기도 했고요)
챙겨온 김치통에 어마어마하게 챙겨가곤 해요.
어떤 집은 그렇게 챙겨가면서 김장비라고 10만원 내놓고 가는 집도 있고
어떤 집은 아예 한푼도 안내놓고 가져갔던 집도 있고요.
친정은 농사지어 먹기 떄문에
90%는 다 직접 농사지은 걸로 김장을 하거든요.
친정엄마 혼자서 다 농사짓고 그리 하시는거라
저는 일년 내내 김장김치 한통 정도 먹을까 하지만
일부러 친정가서 김장하고 그러는게
친정엄마 도와드리려고 일부러 내려가곤 했어요.
다른 집들은 김장때 시누이네가 김장 김치만 받아 먹는다던가
아니면 시누이네 김장 김치까지 며느리가 가서 해줘야 한다던가 해서
참 말 많고 탈 많은 김장철 분위기던데
저흰 어쩌면 그 반대가 더 많았던 거 같아요.
사실 맞벌이라 해도 저흰 소득이 참 작아요.
시골 한번 다녀오는게 부담일 정도죠.
그래도 꼬박 꼬박 챙겨서 다녀오고 다른 사람보다
친정엄마 도와서 이것저것 다 챙기고
단 얼마라도 김장비 챙겨 드리고 하는 것은
그렇게라도 제가 엄마를 도와야 엄마가 덜 힘드실 거 같아서였어요.
근데 올해는 못 내려가게 되었어요.
제가 준비하는 자격증 시험이 다음주에 있어서
공부를 해야 하고
전 직장을 그만둬서 소득도 없고
남편도 이직을 했지만 급여는 더 작아졌고
문젠 항상 똑같았지만 토요일도 일을 하죠.
그전엔 한번씩 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얼마 안돼어서
쉴 수도 없고.
그래서 못 내려 간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게 왜이렇게 마음이 쓰이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김장 끝나고 택배로 1통 정도 보내주신다고 맛 보라고
하시는데
김치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마음이 참 불편해요.
전 늘 그런거 같아요.
이런 비슷한 경우.
늘 해왔고 잘 했다가 어떤 상황으로 빠지는 경우인데도
이렇게 마음이 불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