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1월 27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912
작성일 : 2012-11-27 08:15:49

_:*:_:*:_:*:_:*:_:*:_:*:_:*:_:*:_:*:_:*:_:*:_:*:_:*:_:*:_:*:_:*:_:*:_:*:_:*:_:*:_:*:_:*:_:*:_

내 유년은 전주천 공수레 다리 아래로 흘러갔다.
작은 아이들이 다람쥐처럼 넘나들던 녹음 속에 또아리를 튼 교육대학 붉은 벽돌건물과 담구멍, 세탁소 골목길 그 막다른 집, 2차선 좁은 도로 건너 전파사, 한집 건너 작은 슈퍼 그리고 과일가게 옆 오래된 기름가게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과 쉽게 사라지고 새로워지는 것들이
뒤섞인, 더러는 여전하고 더러는 낯설은 그 거리
흑백사진 같은 그 세월 영영 갔어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유년을 적시고 간 기억들

거기 개천이 있었다
관촌평야에서 발원한 만경강의 첫 번째 지류
남동에서 북서로 흐르며 평야를, 도시를 적시는 물줄기
소년을 소년이게 하고
하늘은 하늘, 나무는 나무, 꽃은 꽃, 붕어는 붕어, 물은
그냥 물로서 흐르던 내와 강의 중간 어딘가에서
허벅지까지 접어 올린 바지가 다 젖는 줄 모르고
검정 고무신, 하양 고무신 벗어 물길 위에 띄우고
송사리 붕어 쉬리 갈겨니 모래무지 버들치 참종개 참마자 피라미 돌고기
텀벙텀벙 쫓고 다슬기 따던
해맑은 사내아이가 있고 새침한 계집아이가 있고
그 옆을 아장아장 따르는 더 작은 아이와 다른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의 울림

오늘 거기에 눈을 감은 사내아이가 다시 서서
너무도 눈이 부셔 온 세상이 은빛으로 변해버릴 듯한 햇빛 아래
숨조차 쉴 수 없는 죽음의 길목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그 작은 물길 위에 다시 돛을 달아 고무신 배를 띄운다

조막만한 손들이 따온 꽃잎 갑판에 가득 싣고
구불구불한 내를 천천히 천천히 지나
큰 강으로, 다시 바다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생명을 실은 배의 진수
무수한 꽃잎들이 하늘 높이 날았다 꽃비되어 다시 내려앉는 천변

보아라
검고 하얀 고무신 배의 가장 높고 시야가 트인 이물에 서서
네가 잃어버린 것을
전주천 크고 작은 다리 아래로 흘려보낸 풍경들을
수백의 하양 고무신에 실어 보낸 꿈
수천의 검정 고무신에 돛을 달아 흘려보낸 것들이
이제 다시 돌아오고 있지 않느냐

어둠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맑은 물 위에 꿈틀거리던 유충이 반딧불이로 날아올라 여름밤을 밝히고 다시 박명 속에 물 비린내를 걷어 올리며 새가 날아 오르는 아침
내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와
내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를 불러
산란하는 빛의 가운데로 앞으로 또 사방으로 나아가
물길에 실어 보낸
유년의 희망, 그 작은 사랑을 다시 찾으리니

들리지 않느냐
실핏줄 같은 작은 도랑과 개울과 시내의 숨소리가
개천과 샛강의 전언이 이렇게 들리지 않느냐
―나의 바람은 거대한 물길이 아니다


   - 곽효환, ≪고무신 배를 띄우다≫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2년 11월 27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2/11/26/2k2703a1.jpg

2012년 11월 27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2/11/26/2k2731a1.jpg

2012년 11월 27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original/2012/1127/135392884519_20121127.JPG

2012년 11월 27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2/11/26/bbuheng201211262038160.jpg
 
 

 


박순찬 화백.... 저 표정 맛들리신 모양 ㅋㅋㅋ 하긴... 쓸모가 많긴 하지... ㅎㅎㅎ

 

 


 

―――――――――――――――――――――――――――――――――――――――――――――――――――――――――――――――――――――――――――――――――――――

※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선거인명부 열람 및 이의신청 기간 ※

선거인명부 열람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구·시·군청을 직접 방문하거나
해당 구·시·군청의 인터넷홈페이지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선거인명부에 누락 또는 오기가 있거나 자격이 없는 선거인이 올라 있다고 확인되면,
열람기간(11월 26일~28일) 중에 해당 구·시·군청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ㅋㅋㅋㅋㅋ
    '12.11.27 8:26 AM (14.39.xxx.16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향장도리 아 웃겨~~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01549 뚝배기 계란찜 알려주세요 플리즈~ 5 또궁금 2013/01/02 1,664
201548 한화생명 보험료 청구할려니 통원확인서를 치과에서 떼어오라네요 2 블루 2013/01/02 4,898
201547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 14 협심증일까요.. 2013/01/02 3,186
201546 담엔 꼭 .. ᆞᆞ 2013/01/02 331
201545 드레곤플라이트 알려주세요 9 드레곤 2013/01/02 1,445
201544 초등 논술 교재 아시나요? 추천 부탁 드려요. 사교육 no.. 2013/01/02 1,032
201543 결국 승희를 죽이는군요 13 ... 2013/01/02 4,636
201542 1월 2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10 세우실 2013/01/02 601
201541 MBC에서 타종행사 보신각에서 취재 안한이유?? 19 보신각 2013/01/02 3,356
201540 함 봐야겠어요 백년전쟁 4 백년전쟁 2013/01/02 1,149
201539 도배장판 냄새가 너무 심해요. 언제쯤 빠지나요??? 1 이사 2013/01/02 8,527
201538 스마트폰 lte 요금제 얼마짜리 쓰시나요 26 .... 2013/01/02 2,921
201537 퍼 조끼입고 외투 입어 지나요? 5 추위 2013/01/02 1,809
201536 로이킴 cf 요구르트 노래 제목좀~ 8 궁금 2013/01/02 2,029
201535 새해부턴 잘 살려구요 3 어쩌라구 2013/01/02 914
201534 어제밤, 오늘 출근길 대비해 체인을 말았쥬 5 ... 2013/01/02 1,260
201533 귀신? 문의합니다 9 2013/01/02 3,621
201532 우리나라 날씨 살기힘든것같아요 17 ㅅㅅ 2013/01/02 4,413
201531 도와주세요)아이들 바둑을 꼭 가르쳐야 할까요? 8 동그라미 2013/01/02 2,435
201530 1월 2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14 세우실 2013/01/02 1,383
201529 초등5 남아 입을 기모 잠옷 어디서 살까요? ... 2013/01/02 368
201528 쌍용차 유가족 돕고 싶은데 4 저기 2013/01/02 841
201527 소개팅 또 실패했어요... 우울해서 불면증까지 오네요., 14 ㅐㄱ 2013/01/02 9,576
201526 스키장에서 든 생각 8 스키가 좋아.. 2013/01/02 2,959
201525 직장맘의 이사, 전학관련-초4 4 // 2013/01/02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