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안철수 사퇴|후보 사퇴 막전막후
실무협상 사실상 실패…오전 대응 방안 논의
문 후보쪽에 특사회담 제안하고 캠프 머물러
저녁 박선숙 빈손으로 돌아오자 결심 굳힌 듯
23일 오전 11시40분, 안철수 후보가 서울 공평동 캠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문재인 후보와 2시간 동안 비공개 회동을 한 이후 모든 일정을 접은 뒤 처음 언론 앞에 섰다. 캐주얼한 점퍼 차림의 안 후보는 기자들에게 “이틀 동안 고생하십니다. 밤에 잠도 잘 못 주무시고…”라고 인사를 건넨 뒤 6층 후보 집무실로 올라갔다.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미 초읽기에 내몰리고 있었다. 후보간 담판이 아니고서는 풀기 어려운 매듭은 이날까지 이어졌다. 단일화 협상단은 사실상 전날 짐을 싼 상태였다. 안 후보는 오전 박선숙·김성식·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 등 캠프 핵심 인사들과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들에게서 전권을 위임받은 ‘단일화 특사’ 라인을 마지막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박선숙 본부장이 낮부터 문 후보 쪽 이인영 의원과 머리를 맞댔다. 특사 담판이었다.
안 후보는 하루종일 공평동 캠프에 머물렀다. 오후 3시30분, 허영 수행팀장과 길을 나섰다. 걸어서 10분 거리인 종로경찰서에서, 후보 등록에 필요한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캠프 5층에 마련된 기자실에는 안 후보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벼랑끝 전술’을 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이때 이미 사퇴 결심이 섰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3시50분께 다시 캠프로 돌아와 “금방 왔죠?”라며 웃었다. 문 후보를 만날 계획을 묻자 “연락을 받아야죠”라고 말했다. ‘단일화 특사’가 어떤 답을 가지고 올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안 후보가 기다리던 박 본부장은 저녁 6시15분께 돌아왔다. 후보의 전권을 받은 특사 담판 결과도 진척이 없었다. 최후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안 후보는 특사들의 대화에서도 난제가 풀리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 국민들에게 약속한 시한은 있고, 그렇다고 선뜻 받아안기 힘든 여론조사 룰 앞에서 갈 수 있는 길은 두 갈래였다. 일단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한 뒤 그다음을 모색하거나, 아니면 후보직을 던지는 것이었다.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하는 순간 그는 또 한번 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넌 셈이 된다. 그는 후자를 택했다. 9월19일 출마선언문을 그랬듯이,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습니다”로 시작하는 사퇴 기자회견문을 직접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단일화 협상 난항에 따라 긴 밤이 될 것으로 예감하며 저녁을 먹던 시간이었다.
저녁 7시50분, 안 후보의 유민영 대변인과 문 후보의 진성준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예고했다. 양쪽이 동시에 한다는 것은 협상 결렬일 가능성이 컸다. 양쪽의 공동발표 이후 유 대변인은 “우리로서는 물리적으로 여론조사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8시20분 안철수 후보의 입장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자실에 모여 있던 200여명의 기자 가운데 ‘후보직 사퇴’가 그 내용일 것이라고 정확하게 파악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처음이 그랬듯이 마지막도 마찬가지였다. 없는 속까지 포장해서 드러내는 여느 정치인과 달리, 끝까지 도무지 속을 내비치지 않는 새로운 종의 정치인이 등장했다. 자신이 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증을 지닌 안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스스로를 정치인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음 추스려야지 하면서도..눈물나고..억울하고..속상하고..
내 마음이 이런데...안철수님 마음은 어떨지.. 그저 죄송하고..마음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