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러니까, 별정직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말하자면 사서나 웹디자이너 같이 그 일만 평생 하는 거죠.
사서라면 언젠가는 도서관장 (?)이 된다든지 웹디라면 언젠가 업체를 차린다든지 하는 미래가 있는 거라고 보면,
저는 그런게 없어요.
그냥 한 회사에서 그 분야의 일만 주구장창 처리하는 거예요.
관리직이라고 해도 그 분야 사람들을 관리하는 정도?
그런데 예를 들면 생활의 달인을 보면서 감탄하잖아요.
저렇게 평생을 하나의 작업에 바쳐왔다 스킬이 대단하다 훌륭하다 생각하고
할머니 사서나 할아버지 약사를 보면서 꾸준하고 훌륭하다 생각하기도 하고.
저는 그냥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평생을, 같은 일을 반복하며, 꾸준하고 묵묵한 기술자가 되는 것.
퇴근하고 아이와 남편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런데 요새 이게 뭔가 싶어요.
반복적이니, 소모적일수 밖에 없고
십년 이십년이 흘러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
한심하지 아니한가? 미래라는 것은, 희망이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그냥 소처럼, 9시부터 6시까지 같은 일을 하면서 이렇게 사는게,
사실은 희망없고 미래 없는 일이구나...
남들은 시간이 지나고 경력을 쌓고 승진을 하고 하면서 자신의 롤이 변하고 경험이 달라지고 책임과 권한이 늘어나고... 할때 나는 똑같은 자리에서 늘 제자리걸음이라...
이 생각을 하면 로스쿨을 가거나 박사과정을 시작하거나 뭔가 해야 할거 같은데
막상 현실에 안주하고 싶기도 하고 (이 정도 월급 주는 직업이 많은가... 그냥 손에 익은 일 하면서 편하게 돈 벌어서 가족과 좋은 시간 보내면서 살면 되지... 그렇게 따지면 어떤 직업은 매일매일 보람되고 성장하는 거겠는가...나는 대신 평생 일할 수 있는거 아닌가...)
마음이 너무 복잡해요.
업무환경, 급여에 불만이 없고 생활이 안정적이라면 장래성 없는 직업도 괜찮은 걸까요?
아니면 더 늦기 전에 다른 진로를 생각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