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남편은 매우 성실하고
아이에게도 정말 좋은 아빠에요. 저희 부부는 상호신뢰가 높은 편이구요.
근데 너무 서러워서 며칠 참다 참다 여기에 글 올리네요.
얼마전 제 생일이었는데
생일 3일전에 심하게 싸웠어요.
앞으로 당분간 집에서 밥 안먹을 거라고 문자가 오더니
정말 이번주 아침-저녁 다 안먹고 일찍 나갔다 밤에 들어오네요.
물론 허튼짓 안하고 다니는 건 알아요.
제가 아이를 데리고 자는데
아이를 워낙 끔찍하게 사랑하는 남편은
보통땐 아이 보고싶어서라도 방문 열어보는데
며칠간 방문도 안열어봐요.. 그걸 보니 저를 얼마나 꼴보기 싫어하는 지 알겠더라구요 ㅜ
낮에 아이 보러 잠시 집에 들렀다
저 퇴근할 때쯤 다시 나가기도 하더군요.
남편은 제 생일 분명 기억해요.
싸우기전날까지도 생일날 뭐할지 계획 세웠거든요.
그래도 설마 생일날 화해의 제스츄어는 할 줄 알았는데
저 일어나기 전에 나가서
아이랑 저 막 잠들 무렵 시간 맞춰서 들어왔네요.
보니까 술마신 것도 아니고 그냥 제얼굴 보기 싫어서
일부러 피할 정도로만 밖에 있다오는 거에요.
생일날 이렇게 무시당하니까..
참 속상하더라구요.
며칠 너무 우울해서 다른 사람한테 말도 못하고
그냥 여기에 올려요.
저도 남편과 아이 위해 최선 다하면서 살거든요..
생일을 몰라서 지나치는 게 아니라
부부 싸움 후에 이렇게 의도적으로 무시당하고 지내는 경우
많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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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남편과 싸운 이유를 물으셔서..
남편이 직장일로 많이 힘들었는데 제가 그 과정에서 많이 도움을 줬어요. 같이 고민하고 해결방법 찾아주고..
그런데 마지막으로 집에서 같이 해야할 일이 있었는데(물론 본인의 문제 해결을 위해)
그날 낮부터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왔더라구요. 물론 직장일이긴 했고 많이 취한 건 아니었지만..
퇴근길 8시에 집앞에서 만나서 같이 들어오는데 전 다음날 아이 어린이집 도시락준비때문에 밥도 못먹고 한보따리 장보고 오는 길에 술취한 남편보기 화가 나서, 당신이 한일때문에 나도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술김에 자기 탓했다고, 제가 한일이 뭐가 있냐고 저한테 화를 내더라구요. 들고있었던 장바구니를 던져버리더군요. 전 울면서 다시 떨어진 물건 주워담아들고 집에 들어왔네요... 물론 당사자니까 많이 힘들었겠지만, 저도 정말 같이 잠안자고 고민하고 해결해줬는데.. 자존심이 상했나봐요.
문제는 그날밤에 자기가 마지막으로 처리해야할 일을 그냥 두고 포기하고 자더라구요. 꼭 그날했어야 하는 일인데..
전 너무 속상했지만 울면서 제가 그일 처리해줬어요. 그 다음날 고마운지 아침에 나가면서 "갔다올께" 하는데 제가 너무 상처받아서 인사 안받았어요.. 장바구니에 물건 다시 주워담으면서 "엄마니까 그냥 참고 웃으면서 집에 들어가야지," 했거든요..물론 남편은 그길로 다시 밖에 나갔다 저 잠들 무렵에 들어왔구요.
솔직히 남편과 저 학력-연봉 똑같고, 저 워킹맘이지만 지금껏 남편 가사일 하나도 안시키면서 아이랑 남편위해 최선 다하거든요.
그러면서 남편 직장일로 생긴 문제 같이 해결해줬는데
어린이집 도시락 준비하는 거 걱정했더니 지금 그게 문제냐고 하면서... 그러면서 발단이 되었네요.. 그래서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그랬더니... 저보고 당신이 한일이 뭐가 있냐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