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2012년 11월, 거리는 요 며칠 찬비로 오락가락 하더니 첫눈까지 내렸다. 기온은 내려가 두꺼운 옷을 꺼내 입도록 다그치고 있다. 오후쯤, 초겨울의 멀고 희미한 햇살은 종잇장처럼 엷고 짧은 온기를 내뿜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암담한 서민의 어깨위에는 그것만큼 어둠이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무겁게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고단한 삶의 여정을 단도리 하며 짓눌린 표정으로 귀가를 서둘 것이다. 21세기, 이즈음 대한민국을 산다는 것은, 아니 대한민국의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으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어쩔 수 없이 살아낸다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만큼 지난 5년은 우리에겐 ‘사기 당한 5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을 이 사기정권에 대해 심판의 분기를 잡지 못하고 낙담과 절망에 휩싸여 있어야 했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의 모순이 대한민국을 틀어잡고 있었다니, 하지만 천지신명이 무심하지 않았던지 다행히도 우리 앞엔 안철수라는 히든카드가 던져졌고, 덩달아 민주당의 문재인 마저 주목 받는 아주 즐거운 반전의 행운을 지금 누리고 있다. 그렇지만 복과 함께 액운도 끼더라고 그 행운 속에서 우리는 보다 냉철한 판단을 요구 받는 시험에도 들고 말았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는 그것마저도 헤쳐 나가야 한다. 생각해보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낙담과 실의에 빠져 빈산 쳐다보듯 황량했던 우리 자신들을 떠올린다면 그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
희망이 있다. 시작해 보자. 희망과 함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 천지신명의 아주 얄미운 숙제를 풀어내고 결국 우리가 해 내자는 말이다.
2. 정권교체의 당위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우리는 우리의 탐욕과 도덕의 불감증이 불러 온 결과가 얼마나 참담했는지 심각한 반성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찌되었든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죄악은 사실 그의 실정을 탓하기 전에 우리의 태도와 부질없는 욕망을 먼저 질타하는 것이 옳다. 이 정권의 시작부터 용산참사,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파동, 쌍용자동차, 한미FTA, 4대강 사업,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민생과 관련된 것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언론 장악, 경박하고 부당한 인사, 권력과 관련된 부패의 사슬은 더 거론하기조차 창피할 수준이다. 이런 일들이 지금의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라는 집권당이 해 온 일들이다. 생각해보면 어이없고도 어리석으며 한심한 일 아니었는가.
그러나 세상의 권력은 유한한 것. 이제 우리가 우리의 지난 잘못을 씻을 때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그 당의 후보가 당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는 정말 신이 내린 정당과 정권이라는 말인가. 지난 5년을 반서민과 반민주적 정책들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각하게 고착시켰으며 그로말미암아 국민의 고통은 더욱더 배가 되고 말았다. OECD회원국 중 자살율 1위, 출산율 최하위, 인구고령화 속도 최상위라는 암울한 지표와 이 정부가 내세웠던 경제공약 747은 고사 간에 참여정부 보다 낮은 성장률 등, 이 정부와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심판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이 심하게는 당의 해체를 요구해도 할 말이 없는 당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의 대선후보가 당선 유력 후보라는 것은 참으로 비극 아닌가.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란 말인가.
우리는 그래서 반드시 이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을, 권력집단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어야 한다. 아니, 이보다 확실한 정권교체의 당위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이 정부의 결산 지표보다 실제로 참여정부의 결산지표가 더 나았다는 것은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여름 소나기에도 노무현 탓’ 을 하던 시중의 회자는 물론이요, 그 결과 참여정부를 500 만 표 이상으로 심판 했던 그 국민들은 지금 어디가고, 어이없게도 박근혜 후보가 여론조사 1위를 한다는 말인가. 왜 이렇게 불공정한가. 납득하기도 어렵고 도저히 불가능한 현실이 우리를 억압하고 있다.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을 심판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말 할 것도 없고, 심각하게도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그 안전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우리는 그 당위를 실현해 내야하며 이 정권과 집권당인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 정권 교체야 말로 그래서 이 시대의 절대적 당위인 것이다.
3. 그렇다면 어떻게 이길 것인가.
들판에 떨어진 밀알 하나라도 주워 모아야 하며, 양동이에서 흐르는 물도 그릇으로 떠받아 모아야 한다. 새누리당을 이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인적 물적 자산은 모두 꽉 쥐고 있으며, 거기에 지역주의라는 왜곡된 환경의 수혜마저 오롯이 이용하고 있는 세력이 새누리당이다. 그런 새누리당을 이겨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 선거는 우리에게 고통의 한 판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자세가 어때야 하는지 불문가지 아니겠는가. 안타깝지만 어쩌랴.
국민은 이미 진보(적) 정권과 보수(적) 정권 모두를 경험했다. 그리고 모두 실망했다. 물론 따지고 들자면 과거 10년의 민주정권은 이런 평가에 억울한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그 억울함이란 결국 왜곡된 정치 환경과 구도, 구조 속에서 나오는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국민의 눈높이와 요구는 그 보다 훨씬 상회하는 곳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 입장에서 그것을 탓해서도 안 되고 탓 할 것도 못된다. 그럴만한 시간도 명분도 없다. 또한 이 시대, 국민은 민주와 반민주의 구도나 심지어 진보와 보수의 구별도 별로 흥미가 없다. 다만 과연 누가 더 실용과 합리적인 사회를 상식선에서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러니 이번 선거에 임하는 우리 민주시민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인가는 분명해 진 것 아닌가.
우리는 10년 전과, 그 전 97년 선거에서 이겼던 추억에 잠겨 있으면 곤란하다. 우리의 의식은 부지불식간에 과거를 회억하며 즐거웠던 기억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전혀 달라진 오늘의 현실에 그것을 대입하려는 습성을 자기도 모르게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래서는 진다. 우리 쪽을 뜨악하게 쳐다보며 새누리당에 실망한 사람들이 우리 쪽에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그 심리적 기제에 파고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설득해 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길 수 있는데, 우리는 변하지 않고 10년 전과 그 이전의 승리 공식만을 들이대서야 되겠는가.
우리는 철저히 실사구시해야 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미안하지만 그래서 악마와도 손을 잡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대의 요구와 목적의 선한 완성을 위해서는 다소 전술과 전략이 기만적일지라도 그 과정의 변형도 불사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필자도 그 구체성을 쉽게 잡아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또한 간단하지 않는가. 우리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 내고, 그것이 우리의 목표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구체적인 행위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이렇게 하자. 정말 이기고 싶거든 이렇게 하자. 각자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중 우리 편이 아닌 사람들 몇 사람만 설득하는 것이다. 분명히 그들도 이 정권과 새누리당의 반정치와 반서민의 정책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면서 말이다.
생활 속에 그런 것은 널려있다. 하우스 푸어, 비정규직, 어린이와 노인의 복지문제 등 수 많은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그들에게 연동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구체적인 어려움과 정부 정책의 잘못을 잘 연계하지 못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이것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 하지만 태도는 겸손하게, 그리고 또 겸손하게.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해서야 각자의 생각들이 모두 있을 것이다. 그 생각에 지금 필자의 생각을 더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이 선거를 대비 한다면 결코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러한 환경을 이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5년 가까이 우리에게 아주 훌륭하게? 선물해 주지 않았는가.
4. 민주당과 문재인의 양보는 시대의 요청
이제 더욱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야겠다. 혹자들은 말 할 것이다. 정권교체만이 이 시대의 모든 선이냐. 이렇게 말이다. 그렇다 미안하지만 필자는 정권교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긴급하고도 핵심적인 명제라고 말하겠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또한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리해야 한다. 상대는 오래 전에 이미 전열을 정비하고 가장 최선의 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두 선수의 경쟁적 대립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우리의 선거제도가 결선 투표를 도입, 허용 하고 있다면 무슨 문제이랴. 그러나 현실은 우리 편이 두 사람이고 우리는 이것을 정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3자 대결로 게임이 시작되면 이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그래서 나는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대승적인 양보를 하는 것이 맞다. 방법은 이것 하나뿐이다. 오해마시라. 필자도 지금껏 선거권이 주어진 이후로 지속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으며 지난 노무현 정부 탄생에도 나름의 기여를 한 사람이다.(물론 풀뿌리 수준을 넘지 못했지만) 반대로 이야기 하자면 안철수 후보는 내게 그가 쓴 책이나 팔아먹었지 그렇다고 설렁탕 한 그릇 사준 인연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대승적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강조 한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힐난이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참고 고역스럽겠지만 촘촘히 내 이야기를 더 경청해 주시면 좋겠다.
이번 대선은 누가 이기든 일 대 일의 경쟁에서 51 : 49 의 결과로 끝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필자의 생각도 동일하다. 그만큼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더 승산이 높다는 말인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관심은 ‘명분’과 ‘실리’ 둘 중에 실리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먹고 사는 일에 그만큼 매몰되어 있다는 것이며, 투표의 기준도 여기에서 반응 할 것이란 말이다. 물론 이것은 승부의 수치 1~2%의 키를 쥐고 있는 비민주당, 비정치성을 가지고 있는 중간세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선거의 핵심 전략과 공세는 이 부류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민주당과 문재인으로는 정권교체 자체의 명분만 가지고 이들을 설득하기에는 그 에너지가 매우 취약 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중간층을 설득할 현실적인 대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 점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좀 더 유연하게 그들의 동의를 구하는데 유리할 것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안철수 후보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이미 그 점에서는 대중에게 상당히 어필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해서는 안 된다. 또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로서는 이명박 정부 5년 간 다음 정부의 수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이들에게 전혀 부여하지 못했다는 것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지리멸렬한 민주당의 모습을 지난 5년 간 보여준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프고도 비극적이지만 사실 아닌가. 이것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안고 있는 첫 번째 딜레마이자 한계다.
선거는, 특히 대통령 선거는 이슈의 선점과 적절한 노이즈마케팅을 얼굴에 철판 깔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은 성공 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탄생은 거의 기적으로 보는 것이 맞다. 우리는 지난 선거에서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새누리당의 ‘잃어버린 10년’ 한 방에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날려 먹었다. 얼굴에 두꺼운 철판을 깔고 잃어버린 10 년을 외치고 다니는데에는 도저히 그 어떤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선거에서 이런 상황에 봉착해 “아니야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고 이것이야.” 라며 제 아무리 설명을 해봐야 그것은 구차한 변명으로 치부될 뿐이다. 유권자가 언제 앉아서 긴 설명 듣고 선거 하겠는가. 이것이 지난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선거 기법 중 하나였다. 우리는 이것을 사전에 봉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 들어와서도 새누리당의 전술 한 가지만 들여다보자. 새누리당이 선거의 시기적 전술로 이미 내 놓은 참으로 어이없게도 생떼에 가까운 ‘NLL' 건 하나를 툭 던져 놓자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그것을 설명하느라 지금까지도 정신이 없다. 다시 말하면 이슈를 던지는 쪽과 설명을 통해 방어하는 사람 중에서 선거에서 누가 유리한가를 따졌을 때, 방어자가 늘 불리하며 백 전 백 패 한다는 사실을 상기 하자는 것이다. 더구나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도 설명하며 방어해야 하는 민주당을 보면서 처음에는 “또 새누리당의 억지가 시작되었네.” 하다가도 “어 정말 뭐가 있는 것일까?” 라며 쳐다보게 된다. 새누리당의 전략이 2중으로 성공하고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이것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후보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다. 너무나 결정적인 약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이런 훌륭한 선거 전략의 소재가 어디 한 둘이겠는가. 만약 그들은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결정 되면 사용할 소재들을 지금 훌륭하게? 감추고 있을 것이다. 이랬을 때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로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방어만 하다 형편없는 결과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예측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이유의 두 번째다.
반대로 그렇다면 이러한 선거 전략에서 안철수 후보는 어떤가. 그는 세 가지 정도에서 새누리당에게 버거운 상대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그는 이번 대선에서 결정적으로 승부의 향방을 결정할 중간지대의 사람들에게 거의 거부감이 없으며, 그들이 희망하는 이미지와도 잘 부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점이다. 승부를 결정할 핵심 키워드를 유리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것만큼 선거에서 결정적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둘째, 그에게는 새누리당의 전가의 보도인 지역주의 활용의 무기를 희석 시켜버리는 출신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특히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지역주의에 기반 하는 전술을 희석할 수 있다는 것은 새누리당에게는 그야말로 재앙 아니겠는가.
세 번째로 새누리당의 공격용으로 안철수 후보의 정치 경험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그것은 이미 유권자와 안철수 후보 쪽에서 “그렇다면 경험 많은 당신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이 한마디로 무뎌지고 말았다. 새누리당의 선방에 강력한 뒤돌려 차기 한 방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안철수 후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 등으로 미루어 보건데, 그래서 새누리당이 안철수 후보를 훨씬 더 버거워 하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이대로 말 것인가. 너무 허무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리고 또한 너무 가혹하지 않는가라는 반론이 제기 될 만도 하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소위 범 진보진영의 맏형격인 민주당이 정치 하루 이틀하고 말 것인가. 또한 문재인 후보가 능력과 소신, 그리고 정의감 등에서 결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서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필자는 절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정치는 생물이다. 지금 민주당이 지난 5년 동안 존재감의 부실과 참여정부의 공과를 유권자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해 내지 못한 책임도 크지만, 그보다 이 시점의 국민이 요구하는 것에 부합하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는 것이 또한 문제라는 것이다.
필자는 민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 그리고 문재인 후보의 역사적 기여를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그들의 역량을 우리는 반드시 다시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그들에게 지금 대승적 양보를 권하면서도 결코 그들에게 물러서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대승적인 양보가 일방적 물러섬이 결코 아니기에 말이다. 대한민국 정치 하루 이틀에 끝날 것이 아니지 않는가. 뒷날을 도모하며 전략적 양보가 지금은 반드시 필요함을 다만 역설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에 우리 진영에서 끝내 권력투쟁의 함정에 빠져 단일화가 지지부진해 진다거나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로 결정된다면 필자는 단언한다. 이 선거에서 결코 승리 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로는 수도권과 충청권의 비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를 흡수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숨어있는 승부처 1~2%의 유효표는 절대로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단언하는 것이다. 또한 그래서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되었을 때는 지금 안철수 후보가 안고 있는 지지 세력과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안고 있는 지지 세력의 성향을 분석하고 선거공학으로 들여다보았을 때, 선거에서 화학적 결합력이 강한 쪽은 어쩔 수 없이 안철수 후보로의 단일화가 유리함을 부인해서도 안 된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단일화에서 이기고 본선에서 지는 결과로 인해 영원히 역사에서 사라질 것인가. 대승적인 단일화 양보로 명분과 실리 모두를 취해 훗날을 도모 할 것인가. 물론 이것은 절대적으로 그들의 판단으로 결정 나겠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이 정강에 넣어두고 있는 서민과 중산층,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범 민주세력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의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범민주세력 진영 안에 일부 세력의 아집과 독선, 그리고 우매한 욕망이 작동하여 일을 그르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30년 이상 정권교체는 불가능 할 것이고, 그로인해 내용적 민주주의의 완성도 그만큼 멀어지고 말 것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감히 다시 권한다. 우리 모두 함께 사는 방법은 정권교체다. 그렇다면 선거에서 이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기는 방법을 도모하자. 지금은 누구의 이름으로 이기느냐가 아니라 누가 이겨낼 수가 있는가를 따져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되고, 본선에서도 이겼을 때, 안철수 정부와 민주당간의 관계 설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의심하지 않는다. 안철수와 민주당은 결국 같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간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이 ‘무소속 후보 불가론’을 들고 나왔을 때, (민주당도 역시 선거 전략상의 구호였을 테지만) 안철수 후보의 ‘무소속 후보 가능론’도 역시 전략적 발언이었을 것이다. 선수들끼리 그것도 모를 리가 없다. 연합정부도 가능할 것이고, 선거 후 대대적인 헤쳐모여도 가능할 것이다. 어째든 선거만 이긴다면 우리에겐 거칠 것이 없다. 다시 강조한다. 안철수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 시대 월등한 당위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민주당도 문재인 후보도 문재인 후보 지지자도, 그리고 안철수 후보도 안철수 후보 지지자도 모두가 사는 길이다. 결국 국민이 사는 길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놀라운 역사의식이 발동되어야 할 때이다.
5. 나오는 말.
이제 이 긴 글을 마칠 때다. 필자는 12월 20일 새벽 승리의 축배를 국민과 함께 만끽하고 싶다. 우리는 같은 편에서 지금 옥석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중 누가 더 2012년 12월 19일에 더 적합한가를 따지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훌륭한 인품,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제 세력의 역사적 기여, 이런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고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하고자 한다. “국민에게서 반걸음만 앞서 가라. 그러다 국민이 따라오지 못하면 기다렸다가 그들의 손을 잡고 다시 발걸음 하라.” 역사는 정말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도 납득하기가 어렵다면 미국의 빈민운동가였던 D.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들을 위한 규칙’ 일독을 권해 드린다.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주술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에서 생각 같아서는 혁명인들 못하겠는가. 하지만 우리, 주어진 조건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자. 그것이 오늘 우리의 슬픈 고난을 극복하는 제일 첫 번째의 필요조건이다. 오늘 필자는 누군가는 반드시 말해야 할 것을 용기를 가지고 말했다. 필자의 닉을 탓할망정 이 속에 들어 있는 필자의 제언을 진중히 경청해 줬기를 바란다.
긴 글 마다하지 않고 여기까지 읽어준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