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글을 올리면 어떤 리플들이 달릴지 모르겠는데, 한번쯤 어제는 심각하게 다시한번 고민을 해보았어요.
아직 저학년인 초등학생인 딸이 학교에서 예술제를 한다고 하던 어느날 저녁에 예술제를 보러갔다가
13년전 같은 직장, 그것도 같은 사무실, 그마저도 책상이 쌍둥이처럼 나란히 붙어있어 매일을 보곤했던 옆자리 여직원을 보았습니다.
그 여직원을 보는순간 전 그 먼세월의 간극이 있었음에도 첫눈에 알아보았는데요. 그 분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는데도 절 못알아보더라구요.
그때는 그 여직원의 집도 굉장히 멀어서 회사다니는게 힘들다는 사실은 알고있었는데요. (설마 한적한 변두리 우리동네에 와서 살거라는 생각은 그당시에는 전혀 못해봄) 우연히 같은 시기에 결혼하고 또 비슷한 시기에 아이도 가졌는지 그 여직원의 딸도 9살인거에요.
그런데 제가 회사를 그만둔건 그 여직원과 별로 사이가 좋지못하고 뭔가 서먹서먹한 감정이 늘 감돌았다가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 누굴 자를까 하는 불안감으로 온 회사전체가 다 싱숭생숭 하고 사람들도 다 불안해하면서 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자청해서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즐겁게 다닌적이 없었어요.
그 회사는 제발로 걸어나왔다 치더라도, 그전에 다녔던 다른 회사에서는 2년 7개월 다니다가, 일을 잘 못한다고 쫒겨난적도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못하는데 이상하게 저만 더 오너한테 눈에 뜨이고 더 혼나서 마음고생을 더 하는 이상한 케이스였어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끼리한테도 이상하게 은따 당하는 것처럼 겉돌게 되고.
혼자 잡일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어린이집에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서 취업하게 되었을때에도, 혼자 전전긍긍 하면서 다녔었어요.
문제는요.
지난 여름의 일인데 제가 어느 글짓기 공모전에 응모한 적이 있었는데 농산물이 당첨되었다는 전화와 함께 커다란 수박이 오십개정도 트럭으로 온적이 있었어요.
집까지 트럭으로 배달된 수박들을 베란다에도 두고 냉장고에도 두었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그날 옆집,앞집 윗집, 아랫집, 다 나누어주고, 성당에도 가져다주고 엄마, 여동생, 언니, 등등 할것없이 다 주었어요.
그런다음 두개는 남겨두었다가 그당시 일하던 어린이집에 양손에 한개씩 들고 아침에 가져갔습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데 어찌나 무거운지 팔이 빠지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무거운 수박을 가져다주고 입사한지 얼마안된 곳이니까 다같이 모여 먹을때 자연스럽게 나를 소개하면서 잘부탁드린다는 말을 해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두시간 지나서 옆반 선생님이 수박국물이 흥건하게 젖어있는 빈 비닐봉투 두개를 제게 주는거에요.
"다 드신거에요?"
황당해서 물어보니 "에에~"건성으로 대답하곤 가버리더라구요.
제가 그곳에 7시간 일하는 시간제영아반 담임이었어요.
그곳에 있으면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가서 새벽까지 밤새워 장난감도 만들고 교재도 만들고 서류도 작성하고 계획안도 짜며 다녔는데,원장님이 제가 아기들 재우고 간이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을 그리 싫어하셔서 주방에도 보내고 계단청소일도 시키고 옆반보조로도 보내곤하셨어요.
거기 있으면서 선생님들과도 친해보려고 수제비누도 만들고 우유도 돌려보고, 커피도 돌려보고 심지어는 도넛도 사가지고 가서 함께 먹는 자리를 마련해보려 했는데 그때에도 자기들만 다 먹었다고 하더라구요.
결국은, 외롭고 힘들고 원장님이 또 제월급을 제대로 안시고 자꾸 잊어버리셔서 나왔는데 그날 저를 배웅해주는 선생님은 한분밖에 안계시더라구요.
그 말고도 다른 회사에서도 저랑 똑같은 일을 하면서 자신은 하지않고 다리꼬고 앉아 시키기만 하던 나이어린 사람도 있었거든요.
물론 그 회사에서 그런 사람만 있던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회사를 다니려면 그 회사내의 사람들이 무섭더라구요.
집에 있으면 이렇게 사람들이 절 찾아와주고(많이는 아니고) .
또 말이 통하는 사람이면 한두마디 말로도 공감을 하면서 차한잔도 하는데.
오늘 문구점에 들러 아이 재료비를 사려고 길을 가다가 그만 장대같이 퍼붓는 소나기를 피하려고 성당마당에 들어와서 벤치에 앉아있는데 마침 사무장님이 낡은 우산을 펼쳐주면서 다음에 오실때 돌려주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마침 밀대 걸레로 바닥을 청소하시다가 절 발견하고 나와주셨길래 시간도 있어서 같이 유리창청소를 기분좋게 했네요.
다 끝내고 말간하게 빛나는 성당의 유리창이 맘에드셨는지 사무장님이 커피도 한잔 끓여주셔서 따뜻하게 먹고 잠시 비그친 길을 걸어왔어요.
가슴에 사무치도록 붉은 단풍잎들이 점점히 흩어져있는 보도블럭을 지나 오는동안에도 하늘은 비가 그친듯하더니 다시 컴컴해지고 번개가 산능선을 따라 번쩍이고 새들은 날아오르기를 반복하는데 갑자기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지냈던,
직장생활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지더라구요.
늘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한 나란 사람.
회사가 편하지 않았던 사람.
그게 왜 그런걸까요.
우리 애아빠는 직장생활도 저렇게 한결같이 잘 다니는데 ..벌써 장기근속자로 상도 받았는데.
그 비결이 뭔지 모르겠어요.
무엇때문에 저는 사람들에게 힘들게 수제비누를 만들어주고 음료를 돌려도 저는 은따를 당하는 걸까요.
그래서 전 무리가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