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헤어짐 이후의 첫 결혼식 참석

남자 조회수 : 2,181
작성일 : 2012-11-11 22:33:07

 

밤이라 그런 건지..

기분이 센티해지는 시간이네요.

....아닌가?? 주말 끝나가고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라 기분이 우울해져서 그런가..?? -_-;;

암튼...

 

어제 한 결혼식에 참석하고 왔어요.

지난 7월에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이후

처음 참석한 남의 결혼식이었어요.

상견례하거나 날을 잡은 건 아니었지만

양쪽 집안에서 결혼 얘기 오가고

저도 전여친도 상대 부모님들 다 뵙고 안부 연락 자주 드리고

저나 그 여자나 주변 친구들, 회사 사람들, 친척들

모두 당연히 결혼 하는 걸로 알았던 사이였던지라,

그냥 일반적인 연인간의 헤어짐이었지만 저에게는 거의 파혼급 이별이었지요.

 

헤어지고 나서 선배나 후배들 결혼식이 몇 개 있었는데

공교롭게 그 날마다 회사를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가지는 못 했어요.

사실, 물론 가려면 일정을 조절해서 갈 수는 있었습니다.

다만 그 때 제 마음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른 때 같았으면 직접 참석해서 축하하고자 했을텐데, 그 때는 굳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어제 결혼식은 피하기는 어려운 자리였어요. 사돈댁 동생?? 정확히 형수의 남동생 결혼식이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 두 분 모시고 결혼식에 갔는데, 식장 안에 들어가기는 또 싫더라구요 ㅎㅎㅎ

그래도 예의가 아닌 지라 식장 들어가 자리를 잡고 수없이 본 결혼식 하는 모습을 또 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고 보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결혼식 많이 참석하면 주례사 잘 안 듣자나요.

뻔한 주례사, 뻔한 결혼 순서, 뻔한 사회 멘트...그동안 너무 많이 봐서 관심도 없던 것들이

어제는 왜 그렇게 쏙쏙 들어오던지요.

특히 주례사 중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란 시를 읊어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집에 와서 다시 검색해서 읽어봤네요.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에 구속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에 일렁이는 바다를 두라

서로의 잔을 넘치게 하되 한쪽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가 자기의 빵을 주되 한쪽 것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그대들 각자가 따로 있게 하라

비록 같은 음악을 울릴지라도 기타줄이 따로 있듯이

그대들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지니지는 말라

오로지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 마음을 지닐 수 있나니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나니

참나무,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에선 자리지 못하니라

 

헤어짐의 순간을 기억해보면, 결혼을 앞두고 저나 그 애나 여유가 없었던 거 같아요.

서로를 구속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에 상대방이 따라와 주기를 바라고,

무언가 한 발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보고 정리하고 다시 가는 게 없이 서로가 지쳐갔었죠.

본격적인 준비는 시작도 안 했는데 충돌이 잦아지고 그러다보니

안 그럴 거 같았던 저희 사이도 결국 남남이 되어버렸죠...

헤어지고 나서, 진짜 이러다 나는 결혼 못 하겠군...이라고 침잠하고

어제 결혼식장에 도착해서도 '지금 이 자리가 내 자리가 되어야하는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 힘들었는데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거 같습니다.

어제 신랑, 신부가 행복한 지 활짝 웃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그 정도로 헤어질 사이였으면 인연이 아니었던거지...

결혼은 저렇게 행복하게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으로 보기에 다른 사람들은 제가 이미 다 훌훌 털어낸 것으로 알아요.

일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도 좋아지고 그러니까요...ㅡㅡv...

그렇게 조금씩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또 친구 결혼식이 하나 있는데, 그 자리에는 더 환하게 웃으면서 참석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소개팅 하나 물어와야지...

 

IP : 119.66.xxx.1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월이
    '12.11.11 10:38 PM (122.34.xxx.59)

    약이랍니다.
    담담하게 글 쓰셨지만 , 아팠던 기억과 단단해진 마음이 느껴지네요.
    시도 잘 읽었어요.
    진짜 인연을 만나시고, 행복하게 사시게 되기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2. 망고스틴
    '12.11.11 10:42 PM (110.70.xxx.216)

    님의 주례사 말 처럼 전 시가 쏙쏙 들어오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3. 신해월
    '12.11.11 10:48 PM (182.218.xxx.182)

    지브란의 글 오랜만에 다시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원글님의 진짜 인연 원글님 찾아 곧 올테니까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세요
    화이팅.......

  • 4. ....
    '12.11.11 11:46 PM (211.234.xxx.65)

    좋은인연곧만나실거예요
    덕분에좋은글귀보고
    인생을다잡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2530 특사 // 이인영:박선숙 ...지금 상황 6 허당이 2012/11/23 2,217
182529 겉절이와 김치와 김장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 5 늙은 자취생.. 2012/11/23 6,013
182528 유치원 안보내시면 뭐하고 놀아주세요? 3 뭐하고 노나.. 2012/11/23 1,204
182527 전세구하기힘드네요ㅠㅠ 1 몰랑이 2012/11/23 1,433
182526 상위권 대학 보내신 어머님들 11 아들맘 2012/11/23 3,500
182525 이 모든것이 우리편의 결속을 위한 희생이기를.. 3 희망사항 2012/11/23 1,000
182524 원래 안 지지에 가까웠던 진중권 "안캠 전략은 치킨게임.. 8 진중권도 비.. 2012/11/23 1,720
182523 시애틀 우체부님의 안철수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 3 ㅠ.ㅠ 2012/11/23 1,128
182522 언제까지 단일화 결정 돼야 하는거죠? 2 2012/11/23 1,243
182521 “박정희 궁정동 드나든 여인 100명도 넘어” 9 샬랄라 2012/11/23 2,074
182520 그렇게 20-30대 철수 철수라고 12 바보들 2012/11/23 1,888
182519 누가 되든 이긴다는 생각으로 단일화를 해야 상식파 2012/11/23 957
182518 디지털 셋팅 파마는 원래 머리한 티가 별로 안 나나요 5 머리 2012/11/23 2,747
182517 3자 대결에서 지느니 ..아흐...ㅠㅠㅠㅠ 8 아흐...... 2012/11/23 1,651
182516 조중동, 단일화 죽이기만 관심있고 투표시간 연장엔 관심 없어 0Ariel.. 2012/11/23 1,078
182515 보승순대 2 순대 2012/11/23 1,697
182514 민주 비주류의원 연좌농성... 11 ... 2012/11/23 1,773
182513 [속보] 특사협상 결렬 단일화 포기단계 솔솔 19 ㅡㅡ 2012/11/23 3,885
182512 새가 집에 들어오는 꿈 뭘까요? 2 꼬맹이 2012/11/23 19,190
182511 주변에 보면, 삼팔선은 드문 거 같고, 사오정은 아직~~ 삼팔선 2012/11/23 1,124
182510 현재 안철수 진영... 100%Fact anycoo.. 2012/11/23 2,137
182509 카톡 플러스친구중에 쓸만한거 추천 3 2012/11/23 1,459
182508 안철수가 민주당의원에게 자기편이 되면 선거후에 큰 선물주겠다고.. 18 이철폭로 2012/11/23 2,694
182507 일주일에. 한번씩모여 영어공부하신다는분들~ ... 2012/11/23 1,145
182506 민주당은 안철수에게 그만매달려요 6 ㄱㄱ 2012/11/23 1,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