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라 그런 건지..
기분이 센티해지는 시간이네요.
....아닌가?? 주말 끝나가고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라 기분이 우울해져서 그런가..?? -_-;;
암튼...
어제 한 결혼식에 참석하고 왔어요.
지난 7월에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이후
처음 참석한 남의 결혼식이었어요.
상견례하거나 날을 잡은 건 아니었지만
양쪽 집안에서 결혼 얘기 오가고
저도 전여친도 상대 부모님들 다 뵙고 안부 연락 자주 드리고
저나 그 여자나 주변 친구들, 회사 사람들, 친척들
모두 당연히 결혼 하는 걸로 알았던 사이였던지라,
그냥 일반적인 연인간의 헤어짐이었지만 저에게는 거의 파혼급 이별이었지요.
헤어지고 나서 선배나 후배들 결혼식이 몇 개 있었는데
공교롭게 그 날마다 회사를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가지는 못 했어요.
사실, 물론 가려면 일정을 조절해서 갈 수는 있었습니다.
다만 그 때 제 마음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른 때 같았으면 직접 참석해서 축하하고자 했을텐데, 그 때는 굳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어제 결혼식은 피하기는 어려운 자리였어요. 사돈댁 동생?? 정확히 형수의 남동생 결혼식이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 두 분 모시고 결혼식에 갔는데, 식장 안에 들어가기는 또 싫더라구요 ㅎㅎㅎ
그래도 예의가 아닌 지라 식장 들어가 자리를 잡고 수없이 본 결혼식 하는 모습을 또 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고 보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결혼식 많이 참석하면 주례사 잘 안 듣자나요.
뻔한 주례사, 뻔한 결혼 순서, 뻔한 사회 멘트...그동안 너무 많이 봐서 관심도 없던 것들이
어제는 왜 그렇게 쏙쏙 들어오던지요.
특히 주례사 중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란 시를 읊어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집에 와서 다시 검색해서 읽어봤네요.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에 구속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에 일렁이는 바다를 두라
서로의 잔을 넘치게 하되 한쪽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가 자기의 빵을 주되 한쪽 것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그대들 각자가 따로 있게 하라
비록 같은 음악을 울릴지라도 기타줄이 따로 있듯이
그대들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지니지는 말라
오로지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 마음을 지닐 수 있나니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나니
참나무,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에선 자리지 못하니라
헤어짐의 순간을 기억해보면, 결혼을 앞두고 저나 그 애나 여유가 없었던 거 같아요.
서로를 구속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에 상대방이 따라와 주기를 바라고,
무언가 한 발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보고 정리하고 다시 가는 게 없이 서로가 지쳐갔었죠.
본격적인 준비는 시작도 안 했는데 충돌이 잦아지고 그러다보니
안 그럴 거 같았던 저희 사이도 결국 남남이 되어버렸죠...
헤어지고 나서, 진짜 이러다 나는 결혼 못 하겠군...이라고 침잠하고
어제 결혼식장에 도착해서도 '지금 이 자리가 내 자리가 되어야하는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 힘들었는데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거 같습니다.
어제 신랑, 신부가 행복한 지 활짝 웃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그 정도로 헤어질 사이였으면 인연이 아니었던거지...
결혼은 저렇게 행복하게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으로 보기에 다른 사람들은 제가 이미 다 훌훌 털어낸 것으로 알아요.
일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도 좋아지고 그러니까요...ㅡㅡv...
그렇게 조금씩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또 친구 결혼식이 하나 있는데, 그 자리에는 더 환하게 웃으면서 참석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소개팅 하나 물어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