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지낸 한 해 였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데 새벽 6시 40분에 매일 집을 나서서 12시간 꼬박 근무후 6시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생활..
자주 돌아오는 야간 자율학습감독, 아침 자율학습감독에 이어 점심시간에도 30분씩 꼬박꼬박 학생들 곁을 지켰네요.
방학에도 3일 정도 쉬고 매일 오전에는 보충수업, 오후에는 면담..
정말 강행군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저녁을 거르고 잠들기도 하고, 배달음식, 라면 등으로 숱하게 끼니를 해결해야 했지요.
그래도 책임감으로 타이레놀을 먹어가며, 홍삼을 먹어가며 버텼습니다.
8월 초부터 이어지는 추천서 세례, 무려 40장 정도를 썼네요.
생애 최초의 고3담임이었지만 도움 받을 곳은 없더라구요.
학교라는 집단 자체가 모든 것을 각개격파식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개개인이 헤쳐나가야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니까요.
그래도 입시 설명회에도 열심히 쫓아다니고 책도 많이 사서 읽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집안은 늘 폭탄 맞은 듯..
주말에는 늘 쓰러져 자기 바빴습니다.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 학생들 자소서의 비문을 못보고 지나쳐 모두 수정해 주었고요.
추천서도 주어진 글자수를 꼬박꼬박 다 채웠더랬습니다.
드디어 얼마전부터 입학사정관제로 하나둘 합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앙대, 성균관대, 인하대, 지방 국립대
수능 성적으로는 어림도 없지만 약간의 스펙과 자소서의 도움인지 본인의 역량보다 훨씬 높은 대학에 합격이 되었네요.
면접하러 가는 전날에는 제 수업이 비는 시간에 한 명 한 명 불러 모의 면접을 실시해 주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면접하러 가는 날 지하철 타고 간다길래 전화로 전공관련 지식을 일러 주기도 하였네요.
그런데요.
이 학생들 중 고맙다고 문자를 보낸 학생은 딱 한명이네요.
평상시에도 늘 예의바르고 진실된 학생..
나머지 학생들은 고맙다는 말한마디 없어요.
부모님도 마찬가지구요.
자소서, 추천서가 한꺼번에 몰려 정말 두통으로 머리가 깨질 지경에서 마감시간을 맞추고.
미리 입사제 쓸거라는 말 한마디 없다가 갑자기 모두 입사제 쓰겠다고 하여 정말 눈알빠져라 컴퓨터 화면 들여다보며 어떻게 하면 호소력 있는 자소서, 추천서가 될지 한 문장 한 문장 고민하였었는데..
학생들이 합격하니 그 기쁨을 부모님들과 같이 나누고 싶고 한 마디 감사의 인사라도 건네실 줄 알았는데..
이런 걸 멘붕이라고 하나요.
제 오지랖이 넓었을 수도 있지요.
면접 안 봐줘도, 추천서 그렇게 정성을 기울이지 않았어도 되는데 말이에요.
저의 순수한 노력과 마음은 이 우주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겠지요.
감사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뭘 기대한다는게 욕심이리라 봅니다.
섭섭함과 서운함 지우고 앞으로는 먼저 해달라고 하기전에 제가 먼저 나서서 해주고는 어설프게 기대하는 일 따윈 만들지 않을래요.
그래도 진심으로 합격을 기뻐해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