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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네살 저희 아이, 언제까지 기다려줘야 하는걸까요?

끝없는숙제.. 조회수 : 2,241
작성일 : 2012-11-05 00:32:23

2월생 네살이니 거의 꽉찬 09년생 네살 여자아이에요.

잘 먹고 잘 자서 체격이 좋으니 밖에 나가면 크게는 여섯살까지도 봐요.

말도 잘 해서 자기 생각한 바를 아주 논리적으로 ;; 또박또박 다 말하구요.

 

그런데 저희 딸아이의 단점이랄까 뭐랄까..

이건 뭐 낯가림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문제가 좀 있는데요.

사례를 들어볼께요.

 

1. 어린이집에 올  봄부터 다녔어요.

  아직까지도 일주일에 두어번은 엄마(혹은 아빠)와 떨어지기 싫다고 울어요.

  그런데 어린이집이 싫다거나 선생님이 무섭거나 친구랑 못 놀거나 그것도 아니고,

  저희 부부가 번갈아가며 어린이집 교실 앞까지 데려다 주는데

  딱 교실 문 앞까지 즐겁게 손 잡고 룰루랄라 가다가 선생님이 유리창으로 보시고 마중나오면

  그때부터 애가 딱 얼음! 그러다 울기도 하는데. 나중에 왜 울었니 물어보면 엄마(혹은 아빠) 보고싶어질거 같아서 그랬대요.

 그래놓고 교실 문턱 넘으면 또 순식간에 표정이 싹- 바뀌면서 아주 초 흥분모드로 친구들과 뛰어놀아요.

 이 문제로 원장선생님과도 몇 번 상담해 보고 여기저기 물어도 봤는데

 아~무도 답을 못 찾겠는거에요. 이건 뭐 싫다는 것도 아니고, 순식간에 기분이 딱 바뀌어서 하루종일 잘 놀고

 기껏 한 네다섯시간 어린이집에 다녀오는건데 하원하면서는 또 막 방실방실 웃으며 돌아와서

 재잘재잘 하루 종일 뭐하고 놀았는지, 점심은 뭘 먹었는지, 어떤 친구가 어땠는지 막 수다를 떨어요.

 그래놓고 다음 날 아침에 등원하면 또 교실 문 앞에서 얼음! 그게 거의 계속 반복되요.

 

 

2. 일주일에 한번 미술 수업을 다녀요.

   그런데 저희 아이 단계에 공교롭게도 맞는 아이가 없어서 저희 애가 몇달 째 선생님과 1대1로 수업을 해요.

   그러다가 스케일이 좀 커지는 수업일 때는 다른 아이들과 합쳐야 할 필요가 있어서 다른 날 듣기도 하지요.

   저희 아이 성향을 아는지라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수업을 듣게 되는 날은 그 전에 제가 충분히 잘 설명을 해 줘요.

   이런이런 이유로 다른 친구들도 같이 미술놀이 할건데 선생님도 똑같고 교실도 똑같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면 저희 애는 또 잘 알아듣고 끄덕끄덕 이해했다가 역시 또 미술교실 문 앞에서 딱! 얼음.. 울어요 ㅠ.ㅠ

   그래서 미술 수업은 다른 날 할 때는 제가 같이 들어가서 한 10분쯤 앉아있다가 애가 진정되면 나오지요.

   그럼 또 저희 애는 언제 울었댜는 듯 문 밖에 앉아있으면 저희 애 깔깔대는 목소리만 들려요.

   미술이 싫으냐, 그러면 그건 또 아니래요. 그럼 왜 우니, 낯설어서 우니 하면 엄마 사랑해서 그랬대요 ;;

 

 

이런 상황이 아주 많아요. 처음엔 아이가 버거워하나 싶어서

어린이집을 그만 보낼까, 외부 사람들 만나는걸 일절 다 끊을까 생각도 해 봤는데

이게 아이 기질인것 같아서 지금 겪으나 조금 더 커서 겪으나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같은거 같고.

아기 때 부터 낯가림이 심했던건 아닌데 뭐랄까.. 탐색하는 시간이라고 하지요? 그 시간이 아주 길었어요.

짐보리류의 센터나 문화센터 수업을 가도 애가 그냥 시큰둥 뾰로퉁 해서 싫은건가.. 하지말까..해서 보면

사실 애가 속으로는 호기심도 나고 막 만져보고 막 돌아다녀보고도 싶은데,

애 기질상 막상 그렇게는 못하고 한참 앉은 자세 그대로 자기 주변을 점점 넓혀가며 관찰하는 그런 분위기에요.

 

돌 무렵에 그렇게 딱 얼음! 되었던 그 시기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나아진거지만

요즘 애들이 워낙 뭔가 접하고 적응하는게 빠르니까 우리 큰애는 언제쯤에나 수말스럽게 잘 적응할까 싶기도 하구요.

어제 미술 수업 들어가서는 유난히 길게 앙앙 울어서 달래주다 보니 애 체격은 커서 남들은 다 여섯살짜리가

왜 저렇게 우나 하는 분위기였더라구요. 선생님이 분위기 눈치 채시고 아이고 네살짜리가 덩치만 커 갖고~ 해 주셔서

그나마 좀 끄덕끄덕 그럴 때도 있지.. 하는 그런 분위기로 바뀌었구요.

 

내일 아침도 어린이집 교실에 들어서면서 딱 교실 문턱에서 제 손 꼭 잡고 긴장할 아이 생각에.. 휴.

유난히 이런 시기가 길게 가는 아이들을 키우셨거나 주변에서 보시거나 한 분들 계시면 의견 좀 들어보려구요.

분명히, 아이가 위의 사례에 든 상황, 어린이집이나 다른 수업을 듣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은 없어요.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 반복되는 상황들이 아주 익숙한건 아닌지 그 순간이 되면 긴장하고 겁을 먹는? 그런 상태에요.

크면서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저 역시도 매번 그 상황들에서 달래주고 기다려주면 되는지.

아니면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지.. 이 밤도 또 다른 고민이 이어지네요..

 

IP : 121.147.xxx.22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망
    '12.11.5 12:52 AM (123.109.xxx.189)

    제가 학원쪽에서 일해본 경험으로 말씀드려요

    이런 아이는 부모님이 예민하신 경우가 많았구요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아주 길고 아이가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아주 힘들어 한다는겁니다 원글님은

    아이를 이해하시고 계셔서 다행이지만 잘못하면 원에서 문제를 찾으시는 부모님도 계시거든요

    제 생각은 조금 더 커서 보내시는게 낫다고 생각됩니다

  • 2. ᆞᆞ
    '12.11.5 3:25 AM (117.111.xxx.152)

    네살이면 아직 아기에요.
    아이가 원하는대로 맞춰주고 호기심 느끼게 세상과 자꾸 부딪치게해주세요. 그러다보면 점점 달라져가는걸 느낄겁니다. 조급해하지마시고 느긋하게 기다리세요. 지금처럼요.^^

  • 3. 경험자
    '12.11.5 7:28 AM (75.92.xxx.228)

    저두 그런 아이를 키웠어요. 먼저... 엄마가 수고가 너무 많으세요. 토닥토닥.

    저는 남자애가 그러니 더 환장하겠던데. 시간 지나니 나아져요. 다섯살때까지도 그랬는데, 그때 유치원 선생님께서 엄마더러 가라고 아주 단호하게 말씀을.... ㅜ.ㅜ 아이도 누울 자리보고 뻗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아이한테 엄마가 이거이거 하고 나면 엄마올 시간이다~라고 말씀해주신게 도움이 됐어요.

    더 어렸을 때엔 익숙한 곳이어도 낯선 아이가 나타나면 또 울었었구요. 아이 생각해서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왔는데, 벌레 엄청나게 무서워해서 왠걸 마당이 무용지물이었어요. 벌레만 보면 애가 딱딱하게 굳는데, 도저히 못데려 나가겠더군요. 6개월 아기 때에도 낯선 아기보면 딱 얼음되어서 30분 있은 후에나 좀 움직였었죠.

    아이가 아빠를 빼닮았는데, 아이 아빠가 약간 경계성 인격장애의 성향을 보여요. 그 인격장애의 가장 큰 특징이 이별을 엄청나게 무서워하고, 애착관계가 형성된 사람에게서 떨어지는 걸 잘 못하는 거래요. 그래서, 데려다 줄 때 아이가 울어도 별 대수롭지 않은 거처럼 웃으면서 짧게 인사하고 나오고, 선생님이 엄마가 몇시되면 오신다고 말해주든지, 아니면 시계를 못보는 아이면, 그날 할 것들 쭈욱 적어놓은 리스트를 칠판에 적어두고, 이거 이거 이거 다 하면 나중에 엄마가 온다. 그렇게 안심을 시키는 게 아이한테 효과가 있었어요.

    일단 그렇게 적응을 하고난 다음에는 전학을 가도 잘 적응을 하더라구요. 그래도, 전학갈 때도 미리 아이에게 전학갈 학교도 구경시켜주고 나름 신경은 써주긴 했지만요. 그런데, 요즘도 아빠랑 어딜 나갔다왔는데, 엄마가 없었다든지 그러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엄마가 어디에 있다는 걸 아는게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는 거 같고, 엄마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든지 그러면 기분이 안좋은 거 같더라구요.

    다른 특징은 뭔가 계획이 바뀌는 걸 너무너무너무 싫어해요. 꼭 울더라구요. 아니면 아이가 혼자 짐작을 하거나 예상을 한게 빗나가면 그것도 못견뎌요. 예를 들어 냄새만 맡고는 짜파게티인 줄 알고 저녁상에 왔는데, 만두였다! 이러면 또 눈물 글썽글썽... 안먹는다 그러고. 자전거타고 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었다 그러면 또 그러구요.

    하고 싶은 거 많아도 낯선 걸 처음 시작하는 것도 무지 두려운가봐요. 태권도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시작하는데까지 2년 걸렸어요. 도장앞에서 안들어간다고 버텨서. 길 건너편에서 구경하고 오길 몇차례. 결국은 몰래 등록해서 데려갔구요. 한번만 해보고 안좋으면 안해도 된다하는 말로 꼬시면 될 때가 많아요. 부담감을 덜어주는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남자애라 그냥 내버려두면 안될 것 같아서, 여섯살때부터는 뭔가 새로운 걸 하나하면 엄청난 포상을 해줍니다. 덩치는 큰데 겁이 많아 몸 움직이는 걸 두려워하다보니 운동신경이 둔해서 어찌 잘못 넘어졌는데, 지 몸무게 때문에 뼈 부러뜨리는 사고도 몇번 있었어요. 운동도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구요. 배고프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모든 자극을 보통아이들의 서너배로 느끼는 거 같아요. 칭찬도 너무 해주면 너무 좋아서 부담스러워할 때도 있었어요. 재밌고 좋을 때에는 다른 애들보다 훨씬 더 재밌어하고 즐거워해요. 야단을 칠 때에도 너무 크게 치면 안되더라구요. 여러모로 키우기 까다로운 아이인데, 혹시라도 경계성 인격장애가 생길까봐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아이 감정을 읽어주는 말을 많이 해주는 게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해요.

    좀더 크니까, 지 기분이 나쁠 때에는 교묘하게 상황을 엄마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숙제를 해야되는 건 아는데 하기 싫어요. 그러면, 엄마 이거 꼭 해야 돼? 이렇게 물어요.
    거기에 대고. 응 해야돼. 이렇게 말하면 아주 기다렸다는듯이 바~로 싫다고 반항을...

    그래서 요즘은 제가 정책을 바꿨어요. 명령하는 말, 듣기 싫은 말을 안하는 쪽으로요.
    응... 우리 00 많이 하기 싫구나? 그러면 엄마가 한다? 엄마는 너무 재밌는데?
    이러면 얼른 와서 해요. 우리애는 공부하는 거 좋아는 하는데, 피곤하고 배고파서 기분이 나쁘면 저러는 거거든요. 아니면, 네 생각은 어떤데? 하고 되물어서 아이 입에서 대답이 나오게 하든지 그래요.

    아기때부터 고집이 장난이 아니었고, 질투도 많았고 그래요. 6개월 아기때, 자기 2개월 때 찍어둔 비디오보면서 와~ 예쁘다 귀엽다 그러고 있었는데, 옆에서 눈물 흘리고 있더라구요. 똑똑하고 예쁘기도 하고, 순둥이같기도 한데, 예민해서 결코 키우기 쉬운 아이는 아니더라구요. 그 덕에 저는 커리어는 포기했어요. 아이 학교도 한학년 낮춰서 보냈구요. 학습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큰애들이 접근만 해도 지 장난감 뺏길까봐 난리가 나길래... 호기심은 많은데, 겁도 많은... 어찌보면 고양이 같은 성격인 것도 같아요.

    우리애랑 꼭 같진 않겠지만, 참고하시라고 주절주절 많이도 적었네요. 도움되셨음 좋겠어요.

  • 4. 경험자
    '12.11.5 7:40 AM (75.92.xxx.228)

    참, 아이데려다 줄 때에 다른 얘기를 해서 아이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도 도움돼요. 오늘 미술시간에 할 재밌는 것들 얘기하면 더 좋구요.

  • 5. ...
    '12.11.5 9:37 AM (222.106.xxx.124)

    4살에, 09년 2월생 여아, 어린이집 등원시 울다가도 선생님께 물어보면 잘 놀았다고 하고... 미술 학원 다니는 것도;;;

    저랑 상황이 똑같네요. 내가 썼나? 했어요. ㅠㅠ

    제 딸래미는 어린이집 다닌지 1년 정도 되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1년이 지나도록 신나게 가질 못했어요.
    저는 결국 원을 옮겼고요. 원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가 그 원에 적응을 못하니까요.
    가정식 어린이집을 관두고 시설이 좋은(애가 시설좋은 키즈카페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더라고요.) 놀이학교로 옮겼더니 안 우네요... ㅠㅠ

    미술학원은 그래도 좀 나아졌고요. 나아지는데 한 6개월 걸렸네요. ㅠㅠ

    얘도 초예민하고, 민감하고, 환경이 살짝만 바뀌어도 그걸 알아채고 불안해해요.
    어릴 때는 더 했었죠. 아기띠하고 길에 나가면 맞은편에서 지나가는 아저씨를 흘낏 보고 대성통곡 했으니까요. ㅠㅠ
    다섯살 되면 더 나아지겠지 하고 있어요. 아주 더디지만 적응하고는 있으니까요. ㅠㅠ

  • 6. 아아
    '12.11.5 11:29 AM (218.154.xxx.86)

    저희 아이도..
    네살, 09년 1월생 여아..
    저희 아이는 집안에서는 소리도 잘 질러가며 잘 놀고 수다장이인데
    밖에만 나가면 입을 딱 닫고 말을 안 해요.
    낯선 사람이 방안에 있으면 입 닫고, 그 사람이랑 말하기까지 반나절 걸려요.
    반나절 지나면 같이 잘 놉니다 ㅠㅠ;
    뭔가 처음 시작할 때 겁나서 하기 싫어하구요.
    그런데 막상 그게 해 보고는 싶었던 거예요.
    북돋아 가면서 해 보게 하면 나중에 돌아서 나올 때 그거 또 하고 싶다고 울고불고.
    우리 애 바닷가 가면 시멘트 제방에서 모래사장으로 내려서는 순간 얼음 됩니다.ㅠ
    동화책 전집 사주면 그 책은 처음 보는 거니까 책 읽어 보기도 전에 무조건 그 책은 싫다고 그러구요.
    그런데 몇 권 달래서 읽어주다가 자기 마음에 드는 거 발견하면 또 그거 계속 가져와요 ㅠㅠ;
    이러니 도서관도 못 가고 책은 무조건 사서 봐야 되요 ㅠㅠ;;;

    좀 겁많은 아이들 커가면서 활달해지게 만든 경험담 가진 어머니들 안 계신지 ㅠㅠ;;;

  • 7. 아이코..
    '12.11.5 2:29 PM (121.147.xxx.224)

    흑흑.. 그나마 저희 아이같은 아이들이 또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아야 하는건지 어쩐건지요..
    이렇게 보면 간간히 비슷한 기질가진 아이들이 있는데
    어린이집이고 문화센터고 어째 다 야무지고 사교성 좋은 애들만 있는거 같은지;;
    사실 우리 아이들도 야무지고 사교성 좋고 똘똘한건데 말이에요..

    천성이란게 있으니 아주 달라져서 활발하고 큰소리 내는 그런 성격이 되는걸 바라진 않지만
    이제 앞으로 학교도 가고 나름대로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기질 때문에 스스로 힘들어할까봐 그게 걱정이네요.

    흑.. 비슷하다고 답글 달아주신 엄마들과라도 동감카페같은거 만들까봐요 ㅠ.ㅠ
    역시 해답은 그저 기다려주고 이해해 주는 수 밖에 없겠지요...?
    댓글 달아주신 엄마들 덕분에 이렇게 또 마음 한번 더 다져봅니다.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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