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말 저질체력이랍니다...
처녀때는 그냥 저냥 강단있는 편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결혼하고 지금까지 쭉 ...
너무너무 힘들어하면서 살고 있답니다...
저는 저혈압이라서 아침에 정말 지옥이 따로 없거든요...
게다가 한 5-6년전부터는 저녁때도 뭐 별로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구요...
늘 소금에 절인 배추마냥... 그랬답니다...
제가 올해 49인데요..
작년에 고관절쪽이 아파서 정형외과에 다녔어요..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다고 하시면서 염증이 의심된다고, 이주정도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약을 먹었는데요.. 정말 신세계가 열리더군요...
운동선수들이 왜 그걸 먹는지 알 것 같았어요...
그때 저희 큰아들이 입대해서 첫면회에..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고 거뜬히 해치웠어요...
늘 머리속에 안개가 가득했던 저의 아침이 정말 청명한 날씨처럼 개운해지더군요...
하지만 어차피 특정 성분때문에 왔던 행복이니 곧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컨디션에 대한 갈망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컨디션을 살고싶다는... 그런 바람이요...
정말 겪어 보니 더욱 간절해지더군요...
다시 저질체력이 되어서는... 올여름에는 거의 최악이었어요...
모임에도 못나가고... 무기력해지고... 자꾸만 집에서 누워만 있고 싶은...
밥때마다 식구들 밥해먹이는게 정말 고역이었어요.....
걱정을 많이 해주시던 지인께서 와인을 한번 먹어보라 하시더군요... 저녁마다
제가 술을 못하는 사람이예요... 근데.. 왜 그말을 그리 혹했는지... 저녁때 치즈랑(단백질 섭취도 필요하다고 막연히 생각하였거든요) 한 오십씨씨 정도씩 먹기 시작했어요... 지금 와인 두병 먹었어요...
매일매일은 아니구요... 이삼일에 한번씩 생각날때마다...
근데 좀 기운이 나는것 같아요.. 기운이 조금 나는 것같으니.. 일주일에 두번 세번정도 강아지 데리고 한시간 정도 걷는 운동
도 시작했어요... 정말 소소한 운동이죠.. 아주 빨리도 아니고 적당한 속도로 40분에서 한시간 정도 걸어요...
그리고 마음의 갈등을 없애는 어떤 결단도 내렸어요... 전 이일이 제 어깨를 이토록 짓누르는지 몰랐는데...
실행하고 나니 마음이 날아갈것 같아서... 저도 좀 놀래고 있어요...
덕분에 제 컨디션을 100프로 제가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피곤하면 쉬어주고... 좀 덜피곤하면 운동해주고... 맛난거 먹고, 식욕을 북돋아주고요... 제가 10월쯤 체중을 재봤더니... 42킬로로 줄었더라구요..
45이하로 내려가면 정말 사는게 힘들어지더라구요... 제 경험으로 보면요..
저는 이제 저한테 집중하면서 저를 돌보면서 살려구요... 물론 남들눈에는 지금까지도 뭐 별로 남을 위해 사는 것 같지
않았겠지만... 저는 참 죽을힘을 다해 살아온거거든요...
요즘 '마음 정리하기 연습'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그외에 이런저런 심리서적들도 몇권 사놓았어요... 다른이의 시선이 의식되고.. 문득 겁이 날까봐... 스스로
단속하고 있는 거예요...
요근래 휴일은 행복하네요... 삼시세끼 맛난것 해서 식구들하고 먹는게 힘들지 않고...
가까운데 같이 나가서 외식하는 것도 즐겁구요... (지금까지는 제발 너희들끼리 나가서 먹구와!) 그런 심정이었어요..
어떤 것이 결정적으로 제가 기운을 차리는데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구체적인 목표의식= 제가 컨디션 좋은 상태를 경험해보고 구체적인 갈망이 생긴것...
저혈압인데 혈액순환을 돕는 와인을 마셔준것,
저의 몸과 마음이 너무나 힘들었던 일로부터 제 스스로를 분리시켜준 것,
그리고 먹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에는 먹는일에 정말 관심 없었어요), 실행하는 것 = 요새는 기운이 떨어지면 산낙지 비빔밥도 혼자 가서 사먹어요.. (거금 만오천원이나 해요)
그리고 다른분들이 보시면 웃음이 나오실 수준의 운동이지만... 일주일에 세번정도 걸어주는 것...
뭐 그런것들이 저를 북돋아 주는 것 같네요...
그냥 이렇게 앉아 있는 저를 보니 기분이 좋아서 주절거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