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래된 아파트,,사람사는 정이 느껴져요.

조회수 : 2,129
작성일 : 2012-10-31 16:19:17

제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 지가 20년이 다 된,

그래서 늘 재건축이 큰 이슈인 아파트입니다.

복도식이고요..

겨울되면 수도 계량기 얼어서 터지기도 하고요.

녹물이 나오기도 하고..

주차장이 협소한데다가 차에 흠집도 많이 나 멀쩡한 차가 거의 없을 정도지요.

제작년 태풍왔을 때 베란다 유리창 깨진 집도 엄청 많았고, 벌레도 많습니다.

여기 사는 주민 누구나 빨리 재건축이 돼서 넓고 비 안 맞는 주차장과 깨끗한 집과 환경에서 살길 소망하죠.

 

그런데,, 재건축이 되어 버리면 잃어버릴 소중한 것들이 참 많아요.

늘 오시는 트럭 장사하시는 분들, 떡볶이며, 두부 과일 야채..

지나다니며 마주치는 반가운 이웃들,

먹을 거 자주 나눠 먹는 옆집 할머니, 눈인사라도 자주 건네는 이웃 젊은 엄마들

그리고 가끔 옥수수도 드리고 찐빵도 갖다 드리는 우리 라인 경비 아저씨,

학교가는 딸 쳐다 보며 잘 다녀 올라고 손도 흔들어 주고, 멀리 보이면 소리쳐도 다 들리는 아파트.

도란도란 모여 얘기 나누시는 할머니들, 애기 엄마들과 파라솔 펼쳐진 학습지 홍보며 기타 등등..

오래된 아파트의 풍경과 어우러져 키가 저층 아파트 높이 만큼이나 자란 나무들,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아파트 화단과 가을에 어김없이 열리는 감, 살구

노란 은행잎과 단풍들...귀여운 청솔모, 이름모를 새들..

 

근방에 새로 지은 근사한 아파트에 가니, 참 멋지고 근사해요..

근데 그 속에 사람사는 풍경이 별로 없어요..

사람끼리 모여 도란도란 나누는 재미도 없고 그저 문닫고 쿵 들어가 버리면 알 길 없는..

트럭 장수도 올 수 없고,  시장터에서 만나는 이웃같은 훈훈한 맛도 없어서 아쉽기만 한..

편하고 깨끗해서 참..좋을 것 같은데 왠지 아쉬움도 많이 남을 거 같아요.

 

곧 우리 아파트도 근사하게 재건축 되겠죠..

놀이터에서 노는 우리 아이에게 창문 열고 '밥먹으러 들어와' 할 수 있었던 날들이

참 그리워 질 것 같아요..

 

 

IP : 116.123.xxx.11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러게요
    '12.10.31 4:37 PM (211.114.xxx.169)

    저두 옛날 살던 아파트는
    나무가 너무나도 잘 자라서
    더운 여름엔 일부러 산책 나가고

    아파트 입구에 늘 앉아 계시는 노점 아주머니에게서
    반찬거리 사는 재미도 있었는데

    재건축하고 나서 그런 정경이 싹 사라졌어요.
    높기만 하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고층 아파트 보니
    마음이 시려졌던 기억이 나요.

  • 2. ㄹㄹ
    '12.10.31 4:38 PM (58.143.xxx.249)

    저도 지금 30년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요.
    재건축때문에 곧 이사나갑니다
    처음엔 지저분하고 찬바람 스믈스믈 들어오는 오래된 아파트에 살려니 집만 봐도 짜증나고 자꾸 외출하고 되도록 늦게 들어오려고 했는데요
    이제 곧 재건축때문에 이사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외출했다가 돌아오는길이 섭섭하고 먹먹하고 그러네요.
    동간격이 넓어서 밖에서 잘 보이지도 않고 아파트보다 높게자란 나무들이 사계절 따라서 바뀌는것도 참 예쁜데...

  • 3. ㅇㅇ
    '12.10.31 5:20 PM (124.52.xxx.147)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유치원을 딸아이가 졸업했는데 졸업식때 모두 울었어요. 그 유치원 문닫고 다른 도시로 옮겼죠. 정말 좋은 유치원이었는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2987 서울시 내년 예산안 복지에 `올인' 샬랄라 2012/11/02 859
172986 럼블피쉬의 으라차차 듣는데 눈물이... 4 ㅠㅠ 2012/11/02 1,246
172985 ... 2 웃찾사 2012/11/02 1,044
172984 구매대행 사이트 이런 경우 소보원에 고발할 수 있나요? 6 구대 2012/11/02 1,818
172983 민속촌 용인시민 할인이요~ 3 민속촌 2012/11/02 1,159
172982 떡볶이 쌀떡보다 밀떡 더 좋아하는 분 계신가요? 17 밀가루 떡볶.. 2012/11/02 4,725
172981 베스트에 나온 용인12남매 나온 프로가 뭐에요? 3 궁금 2012/11/02 1,791
172980 아까 19금 남친글올렸던 원글자입니다 4 ㅜㅜ 2012/11/02 3,917
172979 어제의 "생리냄새 해결법" 2차에요 147 아로마 정보.. 2012/11/02 13,840
172978 12살초딩과 58세교사 6 .. 2012/11/02 2,373
172977 저 지금 떡볶이 먹어요. 15 떡순이 2012/11/02 2,783
172976 손톱 무는 아이 어떻게 고쳐야 하나요? 9 깊은맛을내자.. 2012/11/02 2,690
172975 주말에 중요한 결혼식에 가야 하는데 머리가 문제예요 !!ㅠㅠ 5 개털 2012/11/02 1,200
172974 10월 31일. 11월 1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3 2012/11/02 766
172973 30대싱글여성이 성경험있다는거 74 ㄴㅁ 2012/11/02 22,315
172972 날씨가 춥네요 2 Common.. 2012/11/02 996
172971 엄~~청 뚱뚱한 사람, 정장은 어떤식으로 입어야 좋을까요? 7 ... 2012/11/02 4,800
172970 호박고구마 안먹는데 호박고구마가 많아요 6 입도참 2012/11/02 1,183
172969 파우더의 진리를 시슬리 파우더인가요? 8 진리 2012/11/02 2,759
172968 김한길 6 망치부인 2012/11/02 1,931
172967 도곡동 근처에 밤구입하면 까주는 곳 있을까요..? 7 ... 2012/11/02 1,408
172966 상대방 카톡에서 제가 제거당한거 어떻게 알지요?? 4 카톡질문 2012/11/02 5,442
172965 너무 너무 얄미운 남편 1 티내지 말아.. 2012/11/02 917
172964 한의사 왕혜문 남편 직업이 뭐에요?? 1 .. 2012/11/02 10,607
172963 이 책 좋네요 2 정리 2012/11/02 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