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에 '시'와 '레'는 새 주인을 찾아 가기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참 마음이 착찹하네요. 그동안 여러사람이 연락을 해 오기는 했는데, 정작 입양서약서에 싸인하라고 할 땐 다들 거부합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안 보내는 게 나은 일이라 그러려니하죠.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사겠다고 돈을 보내준다고 하더군요. 알고보니 이런 이멜은 사기꾼이라고 하더군요. 또 한 가족은 무턱대고 데려가고 싶다고 하면서 키우는 고양이가 하나 있는데 9키로가 좀 넘는다고 하고 또 싸인하는것도 원하지 않았어요. 싸인을 해도 사실 걱정이었죠. 어떻게 고양이를 먹이면 9키로가 될까하고요. 좀 많이 먹는 고양이는 그러려나요? 그 밖에 몇몇 사람이 연락을 했는데, 싸인하라고 하면 연락이 끊깁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전화가 와서, 집에서 만났는데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3살 아이가 같이 왔어요.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는데 사람들은 참 좋아보이고 고양이에게 잘 대해 줄 가족 같아 보였어요. 임신한 길고양이가 와서 먹이를 줬더니 새끼 두마리를 데리고 아직도 찾아온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새끼들을 집 안에서 키우지 못하는건 아직 이녀석들이 화장실을 못 가린다고 해요.
문제는, 이 가족이 좀 가난해요. 저소득층에 속하는 가족인데요..돈 보다는 사랑과 관심이 애완동물에게 제일 중요하다고 전 생각은 하지만,,막상 밤이 되니 갈팡질팡하네요. 서약서에 싸인도 읽어보고 선뜻했구요..전 미심적어서 몇몇 사항을 또 물어봤죠. 그냥 대충 읽고 싸인하는 거 같진 않았어요. 제가 아무때나 방문해도 좋다고까지 했구요.
처음 낮선 사람들이 들어오니 세마리가 다 침대방으로 숨어요. 그러다 제가 들어가니까 나오길래 '시'를 안고 거실로 나오는데 이녀석이 낮선사람을 보더니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서 벗어났어요. 그래도 시간이 가니 궁금해서 나오더군요..턱시도 암놈 '라'만 빼구요. 이제 사회성이 길러진 우리 나비는 사람만 오면 부르지 않아도 자기가 먼저 나옵니다. 사람만 보면 숨던 나비가 이젠 우리집 접대묘가 되었죠.
새 주인될 사람이 만지니 두 녀석다 그런대로 만지게 해 줘요. 3살아이가 엄마 무릎에 있다 마루로 쿵 하고 내려오니, 엄마되는 사람이..살살 내려와야지 큰소리내면 고양이가 싫어한다고 조용조용 말하는 걸로 보아, 어렵게 산다고 막 애를 놔 키우고 그런것 같지 않아보여서도 제가 보내도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오늘이 이 세녀석들 검진하는 날이라, 제가 내일 데려가라고 했더니, 괜찮다면서 데려가면 목요일에 병원에 데려갈 계획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또 좀 안심이 되었거든요. 류키미아와 광견병 그리고 중성화는 저소득층이라 아주 싼값에 할 수 있다고 하면서요..
여튼, 그래도 전 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오늘 보내기도 그렇고해서 내일 다시 오전에 오기로 하고 오후에 병원데 데리고 갔어요. 의사왈 '시'는 평균 그 나이 새끼고양이보다 무려 두배 가까이 된다고 너무 놀라더라구요. 3.9키로 정도인데요, 우리 나비가 제게 왔을때가 3.4키로였어요. 나비는 저 때 약 7-8개월 아니었나 싶거든요. 이 녀석들은 이제 막 5개월 지난거구요.
검은 새끼냥이 '레'는 2.6키로 정도예요. '라'는 2.5 정도구요. 의사왈 이 정도가 평균 몸무게라고 해요. 세녀석 모두 이제 유치를 밀고 새로운 송곳니가 돋아나고 있어요. 이런 걸 저도 첨 봤는데, 들여다보면 위에 송곳니가 네개가 있어요.
내일 보낸다고 생각하고, 같이 보낼 이런저런 걸 사가지고 오면서 입양이 돼서 반가운 마음 반 근심 반 이예요.두마리를 같이 보내서 그래도 둘이 의지가 될테니 낫겠다 싶지만요.
고양이 새 주인 찾아주는 것도 이렇게 마음이 쓰이니, 자식 다 키워놓고 결혼시키는 부모 심정이 어떨까..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좀 더 좋은 사람 찾아주려고 하는 부모 마음이 제경우와 비교도 안될 크기겠지만요.
세마리다 오늘 류키미아, 광견병주사와 벼룩방지를 해 줬어요. 이 두녀석은 새 주인이 한다고 하니 그냥둘까 하다가 그냥 제게 이 녀석들에게 해주는 마지막 건강 검진이라고 생각하고 해줬어요.
이젠 세 마리 다 제가 주인이라고 생각해서 문열고 들어오면 꼬리를 바짝세우고 반갑게 맞아줘요. 낑낑대는 소리와 함께요..만져주면 손이 닿기도 전에 골골거리구요. 아침이면 특히 '시'는 침대로 파고 들어 정신없이 이불속에서 장난을 쳐요. 그러다 팔에 자기 턱을 고이고 옆구리에 밀착해서 잠이들죠. 그러다 이불위에 앉아있는 나비에게 시비를 걸구요. 이런 전쟁통이니 휴일에도 아침엔 늦잠을 잘 수 가 없어요. 숫놈 새끼냥이들이 애교가 넘칩니다.
그러니..이런 저런 걸 같이 보내주려고 생각하면서, 캣타워는 어떻게 해야하나..그 집에서 하나 사줄만한 형편이 되려나..먹이는 제일 좋은 건 아니더라도 중간정도는 먹일 수 있으려나..오다가다 캔을 줄 수 있으려나..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시'는 왜그런지 격하게 장난을 칠때 검은냥이 '레'보다 쉽게 지쳐요. 입을 벌리고 까지 헐떡거리거든요. 그래서 오늘 의사에게 이것도 물어봤는데, 심장에 이상이 있는거면 이렇게 잘 클수가 없다고 하면서, 청진기로 검진해도 숨소리에 이상이 없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주사맞고 오더니 귀에 열이 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지금 계속 잠만자는데 좀 호흡이 가쁜거 같아 주의깊게 보고 있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데 에이미에게 이멜이 왔네요. 제가 조금 전 오늘 내린 결정이 잘된건지 아닌지 '시'와 '레'를 쳐다보고 있노라니 헷갈린다고 이멜을 보냈거든요. 위에도 썼지만, 미국에서 저소득층 사람이 쉽게 평균수입이 되기는 쉽지가 않아서요. 집도 좀 작고 아이가 둘에 엄마, 할머니가 사는데 남편이 있는 것 같지 않아보였고 일을 나가냐고 물으니 안 나간다고 했거든요. 더 이상 묻기가 좀 그래서 안 물어봤는데, 에이미가 일단 낼이 할로윈이니 검은냥이 '레'가 걱정이 되서 할로윈 후로 일단 입양을 미루고 지니에게 물어보라고 하면서 제 직감을 믿으라네요.
그러니 제 직감이란게,,경제적인게 걱정은 되지만, 고양이를 아끼는 가족인 건 확실해보였거든요. 참..난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