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중에 거의 모든 걸 다 갖춘 듯한 아이가 있어요.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당당하고 구김없고, 능력도 출중하고, 개념있고, 결정적으로 배경(집)이 좋아서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하고 사는 애에요. 욕심도 의욕도 많은데 환경이 받쳐주니 날개를 다는 스타일... 뭐든 경험해보고 센스도 있어서 잘하기까지 하는 그런 애죠... 심지어는 가족도 화목하고 사랑을 듬뿍 받아서 성격또한 원만하더군요.
걔를 볼 때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속에서는 질투와 열등감 등이 천불같이 끓어올라요.
저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겉으로는 남들이 부러워하고 칭찬하는 점들이 꽤 있는 사람인데,
그 아이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하고 못나게만 느껴져요.
저도 욕심이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여행 다니는 것도 너무 좋아하는데 여건이 도저히 허락하진 않고
또 가족들이 도와줄만한 여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서적으로 화목한 가정도 아니구요.
경제적으로 빠듯한 집, 항상 생활고,외도,불화 등으로 악다구니치는 부모 밑에서 속끓이며 자라 그런지
자존감도 빵점이구요.
(예전에 제가 심리상담을 받았던 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너같이 훌륭하고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아이가 왜 그런 생각을 하냐'면서 부모님께 칭찬을 많이 받지 못해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제가 죽어라 노력하고 노력해서 지금 이 정도까지 왔는데
근데 참 웃긴게 제가 하고 싶고 살고 싶은 모습은 그애랑 제가 참 비슷한가봐요.
어쩜 그렇게 제가 부러워할 만한 경로로만 가더군요. 마치 절 약올리기라도 하는 것 처럼.....
전 너무 하고 싶어도 돈도 여유도 없어서 못하는 것들을 방학때마다 취미생활로 한바퀴 휙~ 돌더군요. 너무도 쉽게.
그럴 때면 정말 세상 살기 싫어지더라구요.
전 객관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제 자신을 다듬는게 너무너무 힘들어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물속에선 발버둥을 치지만 겉으로는 우아해보이는 백조같아요..) 그 아이는 너무나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으로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 같아요. 제가 아무리 평생을 노력해도 걔랑은 평행선조차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죽고 싶을만큼 괴롭네요.
자신을 잘 다독이면서 '난 쟤랑은 다른 사람이야, 나만의 장점들이 있고 난 그대로도 가치있는 사람이야'라고 수십번 되뇌어 좀 잠잠해질까 싶으면 항상 그 애가 뭔가 승승장구하거나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일을 벌여서 다시 제 마음이 무너지고.....의 연속이네요. 그런 날은 마음 속에 불바람이 휙휙 불어 일도 손에 안 잡혀요... '내가 또 무너졌구나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구나'를 통감하면서...
저도 제가 유치하고 못난 거 잘 알아요.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머리로는 알구요.
근데 그게 잘 안되요. 자꾸 그렇게 생각해보자 해도요.
고민하다가 심리상담도 받아봤고 종교의 힘을 빌려볼까도 했고 노력도 해봤지만 힘드네요.
주저리한번 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