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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참뜻

콜롬비아 조회수 : 651
작성일 : 2012-10-25 10:02:31
이번에 대통령이 되어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경제민주화”를 주창하고 있으니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민주화”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가 무엇을 의미하느냐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새누리당 안에서도 “경제민주화”가 무엇을 의미하고 그것이 무엇을 지향하는 것이냐에 관한 의견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처음 제기되었을 때 당 최고위층 사이에서 큰 의견충돌이 있었고,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라는 작은 집단은 한걸음 더 나가서 자기들만의 합의로 재벌제도를 개혁하려 하고 있다. 8월 29일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많은 설명을 했지만, 의미가 분명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혼란과 논쟁이 있지만,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헌법 제 119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민주화”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분명히 정의되어 있지 않다.

그 참뜻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해 보려면, 경제와 관련하여 민주화(democratization)란 단어를 쓴 외국문헌에서 이 단어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먼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금융의 민주화”(“democratizing finance”)라는 단어의 정의를 보면, “노력과 능력에 비추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R. J. Shiller, The New Financial Order, p. 2)이다.

또 다른 예를 보면, 19세기의 미국은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민주화”(democratic)되어 있었으며, (에디슨의 존재가 상징하듯이) “이노베이션제도의 보호와 그에 따른 경제발전 면에서는 더욱 민주화 되어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D. Acemoglu & J. A. Robinson, Why Nations Fail , pp. 32-34).

위의 두 예로 볼 때 “민주화”라는 단어는 반듯이 정부개입의 강화를 의미 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헌법 제 119조 2항의 “경제의 민주화”조항이 정부개입의 강화를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 조항의 해석에서는 상당히 조심할 여지가 있다. 특히 민주주의는 정의의 원천(fountainhead of justice)이 될 수 없다는 하이에크의 말에 비추어 보면, 요즘 여야가 주창하고 있듯이, 경제민주화의 기치를 내걸고 재벌제도를 고치려하는 것이 정의가 될 수 없음도 알 수 있다.

이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 실제로 제기되어 있는 몇 몇 문제를 보자. 양극화 현상의 중심에 재벌이 있다는 주장, 삼성그룹의 건전성이 대한민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고방식, 시장은 독과점으로 변질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국가가 시장이 제대로 운용될 틀을 짜주어야 한다는 편견 등이 있는데 이를 하나하나 검토해보자.

첫째로 양극화라는 단어는 공산주의자들이 많이 써왔던 단어인데, 요즘 어째서 우리나라에 부자와 빈자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재벌기업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쪽에 속한단 말인가?

둘째로 삼성그룹의 건전성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고방식에는 삼성그룹의 경영에 간섭하고 싶거나 삼성그룹에서 지원금을 받고 싶은 욕심이 숨어있는 듯하다. 요즘도 그런지 알 수 없으나, 오래전 어떤 좌파시민단체는 삼성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 삼성생명(주)의 주식시장 상장문제 등에 관해 잔소리를 하면서 뒤로는 자기들이 이사할 건물과 관련해서 지원금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와 비슷한 발언을 한 정치인들은 혹시 모두 삼성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닐까?

셋째로 시장은 독점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은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있어서 국내시장이 독점화되는 것을 막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독점화될 수밖에 없다면 국가가 무슨 틀을 더 짜주어야 이를 방지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국가의 일은 결국 정치인과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하게 되어 있는데, 이들이 시장보다 더 깨끗하게 독점이 없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바꾸는 것이 이를 기화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된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자기 이익을 도모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 검토 해보아야 할 것이다. 재벌을 다스린다고 하면서 그들로부터 돈을 뜯어낸다면 그것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이 독점화”되는 것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아주 어려운 국면에 있다. 세계경제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 이상으로 우리나라는 가깝게는 일본과 중국 및 러시아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고, 더 멀리 보면 요즘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겪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특허소송 등 여러 면에서 직간접적으로 견제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들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경제민주화”를 문자 그대로 해석할 여유는 없다고 본다. 어떤 야당 대선주자는 “저녁이 있는 삶”을 대단한 발명품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북한처럼 극빈해진 상황에서도 “저녁이 있는 삶”만을 누리면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생활수준을 계속 지키려 해도 세계 각국의 이런 직간접적인 견제 때문에 앞으로는 그것이 더욱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를 석권하니까 이들이 똘똘 뭉쳐서 시합규칙을 바꾸는 방법으로 우리를 견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더 어떻게 해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풍문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이 위태해지는 것을 염려할 것이 아니라, 국내업계판도에서 금년에 삼성이 일등을 했다할지라도 내년에는 그것이 반듯이 보장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우리 “국가(國家)”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삼성이 망하는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삼성이 망하더라도 그 빈틈을 메워줄 수 있는 삼성보다 더 나은 기업들이 많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조성해두면 우리 경제에는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누구도 우리나라를 얕보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선진국 문헌의 예로 보나 지금의 우리나라가 직면해 있는 상황으로 볼 때 “경제민주화”의 참뜻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더 높이는 방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국민통합”을 더 공고히 해준다는 것임을 새누리당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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