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법이라고 하면 판검사들이 관여하는 형법이나 민법을 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법은 헌법이다. 헌법은 한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들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형법이나 민법을 포함한 모든 법률의 근거는 헌법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경제관련 헌법규정들(제119조-127조)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인 개념들이 있기에 단순한 원칙에 불과할까? 아니면 법적 구속력을 가진 실효규정일까?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일반적인 규정인 119조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시장자율이라는 원칙규정 1항과,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는 2항이 있다. 이 가운데 2항을 경제민주화규정이라 하며 지금 정치권에서 더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제민주화 규정만으로는 모든 정책의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더욱 근본적인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기준이 있다.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이에 맞추어 정당한 경우에만 기본권의 제한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여 모든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 속담 중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지 과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
(사진출처: 조세일보)
경제민주화 목적의 정당성은 시대적 상황에 있다. 빈부격차 확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 그리고 대기업의 단가후려치기와 하도급의 문제점 등이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도 실효성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현행제도는 경제력집중을 통해 재벌의 독과점적 위치를 보장해 주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서 경제민주화의 유형을 수단을 중심으로 분석해보자.
첫째, 사후적 책임 강조형이다. 자유를 원칙적으로 폭넓게 보장해주는 엄격한 책임을 전제로 한다. 강화된 처벌을 통해 대기업이 룰을 어기거나 법적 문제를 일으켰을 때 큰 부담을 지게 만드는 방식이다.
둘째, 좀 더 강력한 방법은 사전적 규제 강화형이다. 미리 엄격한 입법·행정적 규제 즉 출자총액규제와 순환출자의 금지, 기타 논란이 있는 재벌해체여부, 하도급권력남용의 문제를 미리 금지하고 감독하는 방식이다.
세번째로 절충형이 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쓰는 것이다. 가장 강한 형태의 국가개입이므로 극단적 경제위기시에만 가능하다.
현재의 논의는 결국 하나다. 법을 어기는 개별행위에 대해서만 규제할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재벌구조개혁을 하여야 하는가의 문제다. 추상적인. 경제민주화논쟁보다는 실질적으로 어떤 수단이 더 국민을 위해 좋은 효과를 가져올 지 면밀히 검토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