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은 얌전하고 섬세하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고 착한 아이예요.
반면에 전 어릴때부터 덜렁거리고 여자아이들과 수다 떠는 것 보다는 자잘한 감정들 챙길 필요없는 남자들과 노는걸 더 좋아하는 타입이였어요. 선머슴같다...는게 저희 친정엄마의 한결같은 말씀이셨죠. 네 오빠를 닮았다면 좋았을걸, 네 남동생을 닮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얘길 많이 듣고 자랐어요.
그런 제가 얌전한 신랑 만나서 정말 예쁜 딸을 낳았어요. 어릴적부터 키우기도 너무 쉬웠어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데, 딸아이의 친구 엄마는 우리아이가 참 착한 아이라고 하더군요. 행실도 얌전하고, 친구들하고도 사이좋게 잘 지내거든요.
그런데, 요즘들어 아이는 저에게 비드공예나 바느질 같은걸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런 얘길 들으면 반가운게 아니고 머리가 지끈,,..중학교때 바느질 숙제를 엄마가 해줘서 가정선생님께 혼났던 저에게 바,느.질...을 배우고 싶다니;;;
바느질 같은게 하고 싶냐는거죠, 제 딸이.
그러고 보니, 저희 친정엄마는 바느질, 수, 뜨개질의 달인이십니다;;; 정말 잘하신다는 분들과 겨뤄도 잘 하시는 분이시거든요. 8살때 벌써 스웨터를 떠서 입었을 정도셨거든요. 그런 엄마가 덜렁거리는 절 앉혀놓고 뜨개질을 가르쳐주실려고 하셨는데, 제가 못 참겠어서 뛰쳐나간적이 있었어요. 그게 제 딸 만큼한 나이때 일이였던거죠. 차라리 그 옆에 앉아서 뜨개질을 배웠던건 저희 친정오빠였어요;;;
좀 전에 패브릭 제품들 DIY와 수틀 같은 부재료들을 딸 아이를 위해서 홈쇼핑에서 결재를 하고 이곳에 들어와서 잠시 리빙데코 게시판에 들러보았습니다. 얌전하고 우아하게 딸 아이와 함께 앉아서 수를 놓거나 패브릭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저에겐 너무나 근접할 수 없는 내용들 일색이더군요. 저는 아이를 위해서 노력하겠지만, 역시 그런 취미를 좋아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일종의 작은 시련인거죠;;;
친정엄마는 절 낳지 말고, 제 딸 아이를 낳으셨어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