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일대일 관계가 편해요.
하지만 모임에 속해도 특별히 튀거나 나서는 성격 아니라서 큰 문제는 없었어요, 지금까지...
아이가 입학하고 처음에는 반 모임 열심히 나갔는데 어느 순간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더라구요.
내가 좋아서 선택한 모임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없이 참가하는 모임이니 구성원들도 별별 사람이 다 있으니까요.
그래서 점점 아이랑 친한 친구 엄마들 몇몇과 교류하고 지냈는데 그 중 한 엄마가 자꾸 자기 나가는 엄마 모임에 오라고 해서 한번 갔다가 제 아이를 평소에 많이 괴롭히는 아이(이 아이는 학년 전체에서 유명해요) 엄마를 만났어요.
이 엄마가 굉장히 화려하고 입담도 좋고 술도 잘 마시고 그런 스타일인데 계속 본인 아이가 너무 순해서 걱정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거에요. 듣다 듣다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아무 말도 안했어요. 그 아이가 자기랑 친한 몇몇 아이에게는 잘해주면서 대부분의 아이에게는 안하무인에 걸핏하면 손이 올라가서 담임선생님이 엄마 호출한 것만 해도 여러번인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도요.
그런데 다음에 학부모 수업 참관이 있어 갔더니 그 엄마가 저를 아는 체도 안하는 거에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날 제가 자기 말에 대꾸를 제대로 안하고 듣기만 해서 무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대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냥 그러거나 말거나 있었더니 이번에는 제 아이 친한 친구 엄마들을 수시로 불러내서 밥 사고 술 사고 하면서 저랑 멀어지게 이간질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엄마들끼리 뒷말하는 것도 너무 싫고 피곤하던 차에 엄마들과 교류하는 걸 중지했어요. 아이도 고학년이고 특별히 문제 일으키는 아이도 아닌지라 정신적으로 피곤해하면서 억지로 만나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어제 아이랑 아빠랑 얘기하다가 아이가 요즘 학교 생활이 재미가 없다 하더라구요. 예전에 친하던 친구들도 예전같지 않고...그랬더니 남편이 대뜸 요즘 엄마들이랑 안만나? 그러는 거에요. 그래서 아니 뭐...대충 얼버무렸더니 엄마가 좀 나서서 정보도 얻고 친구 관계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본인 싫다고 안하면 그게 엄마냐, 이기적이다, 하면서 온갖 자극적인 말로 저를 비난하더라구요. 남편은 시어머니를 거의 신격화하는 사람인데 시어머니가 예전에 치마바람 장난 아니신 분이었어요. 남편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기억하는 것이구요.
저는 친정엄마가 직장 다니셔서 치마바람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러지 않아도 잘 살아왔는데 고학년 남자아이의 학교 생활과 교우관계를 아직도 엄마가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어이가 없는데 제 생각이 틀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