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아파트 놀이터 벤치에 쭈그리고 자는 아이를 봤어요.
경비할아버지가 보시더니 입주민들이 뭐라 한다며 저리 가라고 깨우시더군요.
아이가 일어 나는데 휘청거려요.
물어보니 밥 안 먹었다고...밥 사먹으라고 돈을 조금 줬어요.
그리고 아파트 입구를 지나다보니 편의점 의자에 앉아 컵강정 천원짜리랑 음료수를 먹고 있어요.
라면과 삼각김밥을 사서 주니 먹어요.....
집에서 쫓겨난지 석달 됐대요.
동네 고등학교 학생이더군요.
담임한테 연락해봤냐니 학교 다니지 마라했다더군요.
알량한 싸구려 음식 사 주고 꼭 집에 들어가라,어쨌든 부모 밑에서 고등학교는 졸업해야한다
들어가거든 잘못했다고 해라 그랬는데
알았다 그러면서도 당장은 가기 싫다더군요.
석달이나 아이가 밖을 헤매는데
부모가 찾지 않다니 오죽하면 내쫓았을까 싶다가도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싶고
담임도 참 너무하다싶어요
자기 반 아이인데 어쨌든 졸업은 시켜야하지 않나,꼴보기 싫고 반의 말썽꾸러기라면
2년제 고등학교라도 가게끔 마음을 쓰지(태클은 사양합니다,저도 고교에서 교편 잡았기에 그 담임 이해가 안 가요)
돈 아껴야하니 닭강정 먹었다고 하는 녀석이 참 짠하고요.
벤치에 누워 있던 녀석의 복숭아뼈에 오래된 곪은 상처가 있더군요.
그 아이가 어떤 녀석인지,그 말이 진실인지 어찌 아냐고 지인은 그쯤에서 그만 두랍니다.
내일 아이가 다닌 학교에 찾아가서 담임을 만나 부모를 설득해 집으로 데려 가라고 하고 싶어요.
석달전 집나온 아이치곤 입성이 깔끔해서 물어보니 친구들이 준 옷이랍니다.
저는 어찌해야 될까요?
사실 제 살기도 바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