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에 이사 와 2년째 살고 있습니다.
주택가는 늘 차 댈 곳이 부족한데 어제는 평소 주차 못하게 뭔가를 세워 놓는 꽃집 앞에
자리가 비어 있더군요. 양 끝에 차가 있고 중간에 좀 부족한 듯 한 공간이었지만
주차는 잘 하는 편이라 대고 집에 왔습니다.
1시간 후 전화가 와 받으니 다짜고짜 차를 다른 곳에 대랍니다.
주말 밤에 꽃가게 문 열 일은 없을 것 같은데?가 첫 번째 생각이었고
또 자리도 없는데 또 얼마나 헤매야하나 싶은게 맘도 상해
'가게에 일 있나보네요?' 한 게 잘못일까요? 자기가 차를 빼야 하는데 뒤에 둔턱 있으니 옮기라고.
여튼 차를 막아 놓은 것은 처음부터 아니었고 제 맘도 은근 상해서
앞 차에 사람 있는거 보면서도 아는 척 않고 차를 빼면서
힐끔 보니 인상 좋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아저씨더만요.
그리고 후진하다 뒷 차를 살짝 박았습니다.
앞 차가 기다리고 있어 한 번에 빼려다 조금 무리한거 같습니다.
일단 차부터 빼야겠다 싶어 전진하니 창을 내밀고 손을 흔들더니 소리지르기 시작하네요.
"아줌마가 생각하기에도 좁죠?!!!! 좁아요!!!!! 안 좁아요!!!!! 좁아요!!!!! 안 좁아요!!!!!"
예상치 못한 고함에 놀라고 어이없었습니다. "그 정도면 안 좁거든요!!!!!"하고 싶었지요.
"아줌마 지금 차 박고 그냥 가려고 했죠? 그랬어요 안 그랬어요? 그냥 가려고 했잖아요? 안그래요?"
계속 화나고 할말을 잃고 있는데 "가려고 했잖아요?? 그냥 가려고 했죠????"
차 빼고 나면 다시 후진하려고 했는데 웬 날벼락인지.
차에서 내려 범퍼 살펴보더니 여기도 긁혔고, 여기도 긁혔고, 다 오늘 새로 생겼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래서 범퍼 갈아 달라구요??" 하고 소리 질렀습니다.
전화하더군요. 자기 아버지 차였습니다. 건물 주인이었고 처음부터 자기 건물 앞에
차를 댄게 싫었던 모양입니다. 아버지 차 쪽으로 조금만 가까이 가면 아무차도 못 대는데
딱 차 댈만큼 남겨 놓고 이건 뭐 낚시도 아니고..
뒤에 둔턱 있는데 차를 못빼게 대 놨다는 둥...
보이지도 않는 둔덕까지 어떻게 파악하라고 참내..
여든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차 박고 도망가는데 잡아 놨다고 내려오라고.
아버지 내려와 두 부자가 합심해 난리를 치더군요. 손발이 딱딱 맞는게
이 쯤되니 많이 해본 솜씨라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승질나고 정신이 없었네요. 뺑소니 취급하는 거냐고 고쳐주겠다고
보험처리 하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같이 소리 질렀습니다.
“뺑소니는 아닙니다.” 하대요. 주말이라 전화 안 받는다나요?
“그럼 범퍼 갈면 돈 보내달란 말이냐.” 하니 그러랍니다.
그러기 싫어 보험회사에 전화하겠다 우겼습니다.
그나저나 고객을 사랑하는 114는 언제부터 이렇게 전화를 안 받기 시작한거죠?
지인이 보험회사 직원이라 전화했습니다. 사고 접수하고 조사원 필요하냐길래 그렇다고 했습니다.
조사원 안 나올거라던 차주 좀 누그러집니다. 조사원이 전화하길래 살짝 긁힌것 같은데
범퍼 바꿔달라 한다며 나와달라 했습니다.
언니 동생과 통화.
부자 차주 둘이 뭐라고 뭐라고 속닥속닥.
조사원에게서 전화가 오고나니 갑자기 아버지와 아들 돌변합니다. 뭐 이런일로 이웃끼리 그러냐고.
저는 끝까지 조사원 오라고 했고, 아버지와 아들 장난이 웃는 친절한 얼굴로 장난이 아니게 말리기 시작.
그냥 감정이 좀 상한거라 하고, 내 차를 많이 봤다고 하고, 서로 어디 사는지 다 아는 사이 아니냐고 하고
자기네 그렇게 나쁜 사람들 아니라고 하고.
조사원에게 전화하니 보험료 안나가니 좋은 일이죠. 하며 차에 사람이 없으면 뺑소니는 아니라고 합니다.
여튼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던 사람들이 그렇게 변하니 뭔가 찜찜한 하면서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나중에 보니 차는 빼지도 않았더군요.
아저씨가 어디서 많이 봤다 싶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2시간 만에 떠올랐네요.
그 건물에 붙어 있는 카센터 주인이었습니다.
2년 동안 그 집만 갔는데 차 고치는 기술자는 따로 있어서 생각이 잘 안난겁니다.
9월달에도 장거리 갈 일 있어서 차 좀 봐달라하니 이것 저것 고치라하여
현금으로 40만원어치 갈았습니다.
이젠 그것들 또한 의심스럽네요.
이 카센터 어떻게 해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