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를 넘겼으니 오늘이네요.
오늘이 10주년 결혼기념일이에요.
남편은 항상 그래요.
오늘이 되고 나서야 뭐 할까? 이래요.
조금 서운한 기색을 비쳤더니,
그러는 당신을 뭘 했는데? 하고 말하네요.
그러더니 짜증내며 잔다고 안방으로 들어가버리네요.
남편은 안방 침대에서 큰 아이와 자고, 저는 작은 방 바닥에서 작은 아이와 잡니다.
뭔가 막 마음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것 같은데, 뭐라 표현을 못하겠네요.
제가 뭔가 얘기하려고 하면, 항상 그래요.
그래? 그럼 당신은 나한테 뭘 해줄건데? 뭘 해주는데?
당신이랑 나랑 동등한 관계 아니야?
모르겠어요, 자기랑 나랑 뭐가 동등한지.
결혼 10년차. 맞벌이한 2년 정도를 빼놓고는 생활비 관리 자기가 다하면서,
결혼 10년 동안 월급통장 한번을 안보여줬어요.
돈관리 제가 하려는거 아니라고, 그냥 월급이, 보너스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보고싶으니 통장 비밀번호 알려주라고 해도 한번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렇게해서 돈이라도 많이 모았으면 모를까,결혼 10년차 지금도 2년마다 4년마다 전세집을 오가요.
그러면서 항상 저한테 그래요.
너는 뭐 했냐고, 너는 뭐 해줄거냐고.
난 뭘 해줘야 하나요?
얼마 안되는 생활비로 애들 먹이고, 입히면 제 거 좀 사고나면 뭐가 남나요.
뭘 어떻게 하라고요?
저요? 82에서 맨날 말하는 명품백, 명품옷 하나 없어요.
그냥 이제 40 다된 동남아, 동네 남아도는 아줌마에요.
결혼 10주년인데, 하다못해 꽃다발이라도 기대한 제가 미친년인가요?
남편한테 진짜 미안하네요, 아무것도 못해준게.
진짜 미안하다.
내가 해준 것 하나 없이 당신한테 기대만 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