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있던 부서에서 옆 자리에 앉았던 여후배가 있는데요.
저랑 죽도 잘 맞고 대화도 잘 통해서
지금 제가 부서를 옮겼는데도 거의 매일 메신저하고 종종 점심도 먹고 그럽니다.
이 후배가 올해 3월부터 일본인이랑 연애를 하고 있는데,
답답한 일이 있을 때마다 저한테 하소연하는데
오늘도 한 건 있었네요 ㅋㅋㅋ
아래는 적절히 각색한 메신저 대화 내용입니다.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약간의 비속어는 그대로 살렸습니다. ㅎ
- 선배, 노량진 수산시장 가봤어요?
- 웅웅. 가봤지.
- 거기 10명 정도가 모일만한 자리 있어요?
- 웅, 거기 1층은 TV에서 보는 그런 시장인데, 2층에 횟집들 쫘라락 있음. 50명 들어가는 방도 있을 걸.
- 이번 달, 남친네 한국 내 일본인 모임,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보자고 했대요.
- 흠~~ 나쁘지 않군.
- 근데, 담주에 제 생일있잖아요. 이번 달 모임은 저 축하해주는 모임으로 하기로 했었음.
- 웅? 생일 축하자리?? 노량진에서?? 그럴 분위기는 아닌데 ㅋㅋㅋ
- 솔직히 장소는 상관 없음. 근데 모임이 금요일임.
(* 저희 다니는 회사는 동탄에 있습니다.)
- 뭐여-_-;; 주말도 아니고 평일에?? 노량진까지 언제 가. 생선이 바다로 돌아가는 게 빠르것네 ㅋㅋ
- ㅠㅠ 레알 가기 싫어요. 가봤자 다 중년 사장님들임...재미도 없음...ㅠㅠ
남친때문에 억지로 가는 건데, 노량진은 또 뭐야...ㅠㅠ
- ㅠㅠ 남친한테 슬쩍 얘기해봐. 노량진은 다음에, 주말에 가자고. 좀 그렇다
(잠시 시간 지난 후)
- 남친한테 퇴근하고 가면 시간이 늦지 않을까, 라고 물어봤는데, 남친 왈
"회 먹는 거라 금방 끝날 거에요"
아놔, 샤발, 그 얘기가 아니자나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
(또 약간 시간 지난 후)
- 그게 아니라 회사 퇴근하고 동탄에서 노량진까지 어떻게 가냐고 했더니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가면 돼요"
아놔, 샤발, 누가 가는 방법을 몰라서 물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형님 ㅠㅠ (남친이 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아...뭔가 웃긴데 안타깝다...
- 에효...ㅠㅠㅠ
- 토닥토닥 ㅠㅠㅠ 이해하샴. 남자란 동물은 어쩔 수 없음 ㅠㅠ
- 레알 가기 싫음 ㅠㅠㅠ
대강 대화가 이랬었구요. 결국 간다고는 하는데,
대화하면서 문득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되더군요.
밖에서,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자가 실제로 원하는 게 뭔지 이렇게 쉽게 보이는데
왜 내가 당사자가 되면 귀에 들리는대로 얘기를 하고
속뜻을 파악을 못 할까...나도 예전 여친들에게 저랬을거구나..하구요 ㅋㅋ
근데 저나 저 형님이나 연애가 처음도 아니고
반복되는 상황이고 동일한 경험이 예전에 있었으면 모를까,
처음 닥치는 상황이라면 또 속뜻 모르고 들리는대로 해석할 거 같아요 ㅋㅋㅋ
만약 기회가 된다면, 제가 배우고 싶고 능통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도 아니고, 중국어도 아니고, '여자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