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선봐서 초고속으로 결혼한 거거든요.
막 불타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저 사람의 학벌 직업 집안 등이 괜찮겠다 한게 커요.
조건이 비슷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결혼하고 한동안 우리집에는 이렇게 하고 너네집에는 어떻게 하고 이런걸로 대박 많이 싸웠어요.
불타는 사랑이 없는 결혼의 한계인가...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아가 태어나고 어쩔수 없이 운명공동체로 묶이고 서로 미친듯이 맞벌이하고 남는 시간 애기한테 쏟고 몸살걸려서 보고서 쓰고 애기 안아 재우고 양가에 인사치레할거 다 하면서 정작 매일 사먹던 홍삼은 돈이 모자라서 안 사먹고 애기 반찬 만들어놓고 다시 회사로 출근해서 새벽에 들어오고 이런걸 서로 보면서 안쓰럽고 고맙고 그런 감정이 들기 시작했어요.
어느날, 남편이 와서 저한테 "난 자기가 돈 안 벌어도 반신불수로 평생 짜증 부려도 자기한테 잘해줄거야" 하는데
저도, 남편이 저한테 짐이 되어도 짜증이 나도 참고 사랑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
아 우리가 이제 서로 사랑하는구나 처음에는 호감이었지만 이제는 서로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디어 하나의 가정을 꾸렸다는 느낌?
친정에서는 너무 빨리 결혼 결정했다고, 진짜 좋아해야 버틸수 있는게 결혼생활이라고 많이 걱정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두명의 성실한 남녀가 만나서 가정생활을 하다보면 신뢰가 쌓여서 사랑이 생길수도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제 친구는 그건 동료애 내지는 전우애라고... 로맨틱한 사랑이랑은 다른거라고 하더라고요.
... 그래도 괜찮아요. 어쩌면 평생 로맨틱한 사랑을 경험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도 저는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