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
'12.10.10 1:03 PM
(188.22.xxx.130)
이게 맞는 답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의식은 단 하나가 아니고 나 자신을 스스로 관찰하는 의식이 있어요.
이게 넓게 보면 자아성찰의 기본 매체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나를 객관적으로 모는 능력이죠.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을 내가 스스로 관찰하는.
해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글로는 힘드네요.
좀 쉬어 보세요. 여행도 다녀보시고. 여유가 되신다면 정신분석도 받으시면 좋으실 것 같네요.
2. 어렴풋이 알 거 같아요
'12.10.10 1:04 PM
(14.53.xxx.85)
음악
-이성복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처음 읽고 나서 아, 이건 내 삶을 시인이 대신 써 준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였고, 지금도 그래요.
두 발이 허공에 조금 떠 있는 듯한 낯선 기분. 내가 나로 사는데 그게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언제쯤 끝낼까, 멀지는 않았겠지 하는...
왜 이럴까요.
3. ..
'12.10.10 1:04 PM
(112.185.xxx.182)
제가 그랬어요.
이 세상에 놀러온 느낌. 땅에서 50센티 정도는 떠 있는 느낌. 그래서 어디론가 휙 하고 날아가버릴 것 같은 느낌..
위의 느낌은 제 느낌이 아니라제 주변사람들이 저에게 일관되게 말하던 느낌이었어요.
바로 옆에 있는데 잠시라도 눈 돌리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 같다고 항상 위태위태하다 라고 했었어요.
비를 좋아했고, 배경화면은 늘 외로운 가로등, 조용한 달, 잔잔한 우주 망망한 바다따위였죠.
좋아하는 배우도 가수도 없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신나게 떠들다가도 어느순간 조용히 물러나 지켜보고 있었던 사람. 그게 저네요.
그러다가 임신을 하고 .. 제 건강과 생명을 아이와 공유한다는 것을 깨닫고 닻을 내렸어요.
그래서 제가 딸을 내 닻이라고 하죠.
지금 제 바탕화면은 햇살이 가득한 초여름의 숲안에 놓인 벤치랍니다.
가끔 제 닻이 말썽도 부리고 속도 썩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닻이 필요로 하는 한 최대한 오래 이 땅에 머물러 있을 생각이에요.
원글님도 저처럼 닻을 찾아보세요..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네요.
4. ㅜㅜ
'12.10.10 1:06 PM
(115.126.xxx.16)
시를 읽고 덧글을 잃다가 눈물이 나버렸습니다.
언제쯤 끝날까.... 제가 이럴때마다 늘 하는 속말이네요.
좀 울고 오겠습니다.
덧글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5. 토닥토닥
'12.10.10 1:11 PM
(188.22.xxx.130)
울지마세요....아니 우세요...토닥토닥 해드릴께요.
6. 그나저나
'12.10.10 1:16 PM
(188.22.xxx.130)
이성복님 시는 정말 다 좋네요.
7. 저에게는
'12.10.10 1:36 PM
(203.241.xxx.14)
저에게는 생소한 느낌? 생소한 내용이지만
정말 세상이 다양하고 사람들 사는 모양이 다양하다는 걸 느끼고 갑니다.
게다가 비슷한 느낌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신걸 보면...
그냥 숙연해지네요....
전 가끔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그거랑은 또 다른거 같네요.
8. 원글
'12.10.10 1:47 PM
(115.126.xxx.16)
위로도 조언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런 마음이 들때 모른척 해버리고 무시하고 했는데
오늘은 좀 심하게 와서 마음 돌리기가 쉽지 않네요.
언제쯤 바닥에 발을 딛고 살까, 언제쯤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을까
그렇게 40년을 살아온거 같습니다.
윗님처럼 이런 느낌이 생소한 삶은 어떤 것일까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문득 이런 생각으로 세상에서 한참 멀어진듯한 느낌이 들면
어찌할바를 모르겠거든요.
그만 침잠하고 일상을 뛰어들겠습니다.
마트가서 장이라도 봐와야겠어요.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9. 원글
'12.10.10 2:44 PM
(115.126.xxx.16)
50이 되면 끝이 날까요..
늘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지난 번엔 남편이 저에게 그러더라구요.
당신 먼산 바라보고 있는 표정을 보면 내일당장 떠날 사람같아 보인다구요.
화들짝 놀라서 절대 아니라고, 멍때리고 있었던거라고 했는데
남편이 제 마음을 알면 얼마나 속상할까요.
자신에게 뿌리내렸으리라 믿고 있을텐데 여전히 두 발은 허공에 둔 상태니까요..
늘 나자신에게 묻습니다.
너는 왜 그러느냐고. 다들 자신의 삶에 뛰어들어 주인이 되어 살고 있는데
너는 왜 자꾸 멀리서 니 삶을 바라보기만 하고 떠날 생각만 하냐구요.
그래서 겉으로 보기엔 더더 열심히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알까봐, 들킬까봐, 내 마음을 알고 떠날까봐 걱정할까봐
표 안나게 더 끊임없이 일을 만들고 하고 열심히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다행이라 해야할까요..
오늘은 지치네요.
10. 조심스럽지만
'12.10.10 2:54 PM
(188.22.xxx.130)
님이 표현하시는 허무감은 깊은 슬픔이나 상실감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시절에 상실을 경험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11. 다들 그러시구나..
'12.10.10 2:58 PM
(211.199.xxx.241)
제 나이 마흔 하나...그냥 자꾸 맘이 들썩여지고 아침에 눈뜨자 마자 드는 생각이 ..맘이 피폐해진다 였습니다.
그저 쉼없이 달려왓는데도 자꾸만 제자리 걸음 ,,,아니 뒷걸음치는 일상에서 도망가고 싶고 ..나혼자뿐인것 같고..남편도 동반자이기전 그저 나를 가사도우미정도로만 생각하는 한 남자로밖에 안보이고..아이들도 점점 커갈수록 배신감만 들게끔 엄마를 무시합니다..
어디론가 나혼자 도망가면 잘 살수 잇을까요...도망가면 치사해지겠죠?
이게 어떤 맘인지...몸도 만신창이,,마음도 만신창이 그렇네요...
12. ...
'12.10.10 3:45 PM
(39.116.xxx.108)
항상 가슴이 뻥 뚫린 느낌으로...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다 부질없는데...
그런 시간이 참 길기도 했지요
이젠 곁에서 나를 걱정하는 남편과 아들에
감사하며 열심히 사랑하며 행복하기를 노력하지요
다들 표현을 안하고 살아서 그렇지 속으론 힘들어요
님...힘 내세요
13. 원글
'12.10.10 4:53 PM
(115.126.xxx.16)
네. 어릴때 평범하지 않은 조건으로 자랐습니다.
자세하게 쓰긴 어렵구요.
그래서 내면아이의 문제로 우울증 치료도 받았구요.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우울증 치료받기 전에는 이 문제보다 더 큰 불안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그 문제 해결이 더 시급했고 이런 느낌은 들 수도 있는거다 생각하고 솔직히 밀어놨습니다.
결국 또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할까요.
왜 다른 형제들은 똑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살았는데 나만 이럴까요?
그게 더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부모의 조건적인 사랑,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래서 늘 잘보이려 노력하는 어린 나..
사춘기도 없었던 나, 말 잘 듣는 딸, 혼자 뭐든 척척하는 우리집 해결사..
이것때문일까요?
제가 땅에 발을 딛고 살지 못하며 내 삶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가요?
저게 뭐 그리 힘들었다고 나는 그것 하나 견디지 못하고 내 평생 40년을 이렇게 바람에 둥둥 떠다니기만 하는건가요.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지... 왜 이것밖에 안되는지 참 속상합니다....
14. 용감씩씩꿋꿋
'12.10.10 6:16 PM
(121.131.xxx.90)
저도 그렇습니다.
전 사십대 후반이고 결혼한지 이십년이 넘었습니다.
내가 저 아이들의 뿌리가 아니요, 저 아이들이 내게 그나마 뿌리가 되어주었구나 싶도록
어여쁜 자식들이 있고
만난 이래 저에게 모든 걸 맞춰주는 남편이 있습니다만
문득 힘들면
이제 집에 가야지 소리가
나 아닌 내가 내 안에서 중얼거립니다.
여기는 어딜까
여기는 내 집이 아닐까 이상하다
허위허위 삽니다.
글타고 불행하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습지요
성경에 야곱에게 파라오가 나이를 묻자
이승에 떠돈지 백몇년이라 대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는 다 여기서 떠도는 사람들인지도 모르죠
그게 나를 견디고 못견디고와는 좀 다른 문제 같습니다.
어쩌면 출생 이전의 삶의 기억, 죽음 이후에 돌아갈 곳에 대한 또 다른 기억의 잔린 같은게 아닐지.
너무 속상해 마세요
단단하게 뿌리 내린 나무도 물에 휩쓸려 가고
물 위에 떠 있는 연꽃도 꽃이랍니다.
이런 삶도 저런 삶도 있는 거지요
^^
15. 원글님 찌찌뽕
'12.10.10 6:33 PM
(117.111.xxx.168)
저도 그래요
내가 떠나야 정리가 될듯한 느낌
내자리 아닌곳에 붕떠서 버티고 있는 느낌
늘 허전하고 외롭고 그래요
인간은 유년기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나머지 평생을 버텨가는 거라는데
저에겐 그 힘이 없네요
내 아이들은 이런마음으로 살지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16. 원글
'12.10.10 8:25 PM
(115.126.xxx.16)
네.. 제가 느끼는 걸 공감하고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니는게 참 큰 위로가 되네요.
나만 왜 이런가 답답했었는데..
그럴때도 있답니다.
하루종일 온갖 집안일 꺼내서 다 해치우고 힘들어 소파에 앉아 있다가
문득 소파에 누우면 어찌나 편한지요. 나는 왜 내 집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소파에 한번 누울 생각조차 못했었나..
꼭 남의 집에 와서 일해주는 사람마냥 미친듯이 일하고 나를 곤두세우고 있는가..
보는 사람도 없고 하라고 다그치는 이도 없고 하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을진대
왜 이렇게 내집에서 손님처럼 구는가..
요즘은 그래도 나이가 드니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삐그덕거려 낮에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눕기도 하고
낮잠도 자곤 하지만요. 몇해 전까지만 해도 그랬답니다.
자려고 누워서 늘 혼자 맘 속으로 '이렇게 편하게 누울 수 있는 내집인데 나는 왜 지금껏 이리 편히 눕지 않고
하루종일 종종걸음에 혼자 용쓰고 버티었을까, 내일은 달라지자..'
하루가 다 지나고 밤이 되면 그래서인지 참 피곤합니다.
서성이고 낯선 내 삶, 내 일상, 언제쯤이면 푸근하게 녹아들 수 있을지.. 그런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17. 음
'12.10.11 3:46 AM
(188.22.xxx.147)
성장기에 겪은 결핍은 평생 충족되지 않아요.
어떤 짓을 해도요. 노벨상을 받은 콘라드 로렌츠라는 분이 발견한 결정적 시기 이론이 있죠.
한 쪽 팔이 없이 자란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새 팔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이요. 다만 다른 신체기관으로 커버할 수 있죠.
내 안의 결핍은 허무함은 죽어도 채워지지 않을거라는걸 인정하시고 공간을 비워두세요.
없이 사는 법을 천천히 배우는거죠. 불편하고 슬프고 억울하더라도 없는 팔 한 짝 때문에 몸뚱이 전체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힘 내세요 여행도 다니시고 게으름도 피우시고요.
18. 원글
'12.10.11 8:25 AM
(115.126.xxx.16)
쿵..하고 가슴이 내려앉는 덧글이네요. 어떤 짓을 해도 충족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많은 심리서에 명확한 방법 제시는 없고 그저 나를 돌아봐주고 인정하라는 말만 있었나 봅니다.
겉으론 멀쩡하지만 마음은 장애인인 경우네요. 그런 생각 한번도 안해봤는데.. 노력하면 같아질 수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여 안정을 찾듯이 저또한 그리 해야하는거군요. 몰랐어요.
방법을 찾은듯한 생각과 하지만 멀쩡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참 묘한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