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를 낳고 달라진점 : 자식을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분이 읽으면 도움이 되려나

엄마 조회수 : 3,647
작성일 : 2012-10-06 01:28:14

저는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가 낳았습니다.

 

상황은 좋으나, 그냥 자식이 싫고, 내 dna가 싫고,

경제적으로 한없이 안정되어있으나 인생이 버거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았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은 친구에게 질문한적이 있습니다.

자식을 키워보니 부모의 의무소홀이 이해가 가냐고.

뭐 대답은 정학히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의미에서 yes는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이제 막 '엄마'하고 울면서 '밥줘'라고 의사표현하는 아가를 키우고 있어서

이르지만,

그래도 또 이순간이 잊혀지기전에 말씀드린다면...

 

-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누군가에게 눈물나도록 예쁜 존재였었겠구나

 

- 내가 기억하는 그 시간 동안 내가 아프고, 다치지 않아서 지금도 무사히 살아있다면

누군가가 나를 위해 잠도, 아픔도 잊고 최선을 다한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 내가 부모가 교양없다고 싫어했던 그 시간 아주 오래 이전에

나는 똥도 오줌도 못가리고 식사시간에 방구도 끼고 그랬었겠구나 .

 

-------------------------------------------------------------

자식의 삶에 대한 나의 의무는 모르겠습니다.

자식을 낳으면서 "내 인생 아니니깐 태어나라고 해.

나는 안 태어나는게 좋지만, 내인생 아니잖아."

 

어쨋거나 고통으로만 기억된 내 인생 말고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사랑받던 시간이 있었을꺼라고 믿으니,

부모의 억압, 요구 그 오랜 이전엔 나 존재만으로도 사랑받던 시절을 느끼니

스스로 치료되는 느낌이 듭니다.  (전부는 말고 어느정도.... )

 

 

-------------------------------------------------------------

그리고 애를 낳으니

머리가 흐릿해지고  (예전에 논문을 미리 찾아 읽은적이 있는데 호르몬때매 척추 시냅스 연결이 적어진대요)

-> 머리가 나빠지는게 아니라 흐릿해져요.

바보는 내가 바보인줄 모른다죠. 좀 그런 증상...

 

아이를 낳을까 말까, 내 인생은, 삶이란,... 머 이런거

그냥 머리속에 어디에 있었는지 찾기가 힘들어요.

 

매일이 서바이벌,

몸이 힘들면 생각할 시간도 없고

철저한 자기관리도, 생활원칙도 안드로메다로.

 

예) 임신전엔 전자렌지로 음식뎁혀먹은적 없어요.

그러나 이젠 햇반을 하도 먹어서 특유의 향이 너무 역해요.

나중에 어쩌던가 오늘을 살고 봐야겠으니... 그냥 살아요.

 

 

 

 

 

 

 

IP : 175.116.xxx.21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플럼스카페
    '12.10.6 1:32 AM (122.32.xxx.11)

    늦은 시간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들어와 보았다가 공감이 심히되는 글을 읽고 갑니다.
    저도 제가 애 낳아 기르기 전엔 저 잘나 잘 큰 줄로만 알았어요, 건방지게스리^^

  • 2. ..
    '12.10.6 1:32 AM (112.148.xxx.220)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3. ----
    '12.10.6 1:42 AM (218.236.xxx.66)

    아이 키우는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 많이갑니다..
    제 오빠는 예전에 첫아이 낳고 첫돌 즈음에
    퇴근하고 현관에 들어서는 자신을 반겨보는 아이를 보고
    순간 왈칵 눈물 쏟고 울었대요.
    그 순간 자신이 돌아가신 아버지 같았고, 아이가 옛날의 자신처럼 느껴져서요.
    마치 영혼이 들어온 것처럼. 오빠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되고
    30년전 그 모습이 그냥 그대로 다시 똑같이 돌아온 것 같았답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런 감정..
    잘 상상은 안가지만 쪼금은 이해가 가긴 합니다.

  • 4. 맞아요
    '12.10.6 2:05 AM (14.52.xxx.59)

    저도 애 낳으니 철 들고 사람된다는 말 참 싫어하는 사람인데
    어쩔수없이 인정하는 순간이 오더라구요
    내가 아이를 안 키웠으면 정말 막 살아가는 ..김여사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근데 또 아이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또 다른 김여사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고 ㅠㅠ
    어쨌든 괴물은 되지 말아야 겠죠,,,애 키우는 엄마니까

  • 5. ..
    '12.10.6 2:19 AM (175.197.xxx.100)

    저는 확고한 딩크로 살다가 아이가 생겨서 본의아니게(?) 엄마가 됐어요
    지금 모든게 엉망입니다.죽고만 싶어요

  • 6.
    '12.10.6 10:02 AM (211.202.xxx.136)

    저도 엄마랑 그리 애틋하지 않은데, 애 낳고 그런 생각은 들더군요.
    10달 제몸에 품다가 살 찢는 아픔 견뎌가며 세상에 내어서 이렇게 사람 노릇하게 키워낸 것. 그냥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요.
    보통 똥오줌 못 가리고 혼자 밥도 못 먹는 시기, 누군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삶의 시기는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그 시기에 누군가가 자기를 헌신해서 돌봐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내가 없었다는 것, 자기 입에 밥 넣는 것보다 애 입에 뭐 들어가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이 있어서 내가 살아왔구나...하고 느꼈어요.
    엄마에게 맹목적, 헌신적, 희생적 이런 사랑이 없다고 원망도 했는데, 그런 원망 자체가 스르르 희석되더군요.
    또 세상 사람들 보면서도 그런 생각 들어요. 저 사람들도 다 이렇게 예쁜 시기가 있었을텐데. 누군가에게 천사였던 시절이 있었을텐데... 하면 참 다 산 노인처럼 뭉클해져요.

  • 7. 외동맘
    '12.10.6 11:41 AM (110.14.xxx.164)

    저도 하나쯤 낳는것도 괜찮다 싶긴한데 ...
    사춘기 오고 .. 클수록 요즘 세상 보면
    애들도 불쌍하단 생각들어요

  • 8. 글 읽다보니, 창비에서
    '12.10.6 12:26 PM (121.162.xxx.69)

    나온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인생이 생각나네요. 재밌습니다. 이 가을 한 번 추천해보고 싶은 책이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5788 아득하네요 12 멘붕 2012/11/12 2,813
175787 다이어트 러닝머신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요 1 ㅅㄴㄱㄷ 2012/11/12 632
175786 데일리 케네기 리더쉽캠프 보내보신분? 2 중1 2012/11/12 571
175785 홍삼당조림 먹었는데요..... 4 홍삼 2012/11/12 768
175784 대안초등학교 보내야하는지... 4 고민맘 2012/11/12 1,324
175783 안철수 진심캠프 3040 자문단 미팅 - 다녀왔습니다. 7 너무 늦었네.. 2012/11/12 1,405
175782 모자없는 오리털 패딩..... 2 2012/11/12 1,288
175781 아기를 너무 춥게 입히고 있는걸까요?ㅠㅠ 7 펭귄 2012/11/12 1,523
175780 11월 12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2/11/12 371
175779 아침부터 죄송합니다.자랑질해서요. 22 자랑질 2012/11/12 7,735
175778 내복 입어야 할까요? 1 나이들었단증.. 2012/11/12 554
175777 참치김치찌개에 신 깍두기 넣어보니 9 2012/11/12 2,752
175776 대성 믹서기를 샀는데 인터넷이랑 가격차이가 크게 나네요 3 매장에서 2012/11/12 1,326
175775 중등아이가 읽을 수 있는 세계명작 추천해 주세요 2 겨울 2012/11/12 942
175774 부딫혀서 머리뒷쪽이 심하게 들어갔어요~ 병원가야하나요 4 ㅠㅠ 2012/11/12 1,601
175773 저는 항상 초라하고 가난한 삶을 살고 있어요 27 마인지 2012/11/12 17,837
175772 비즈 공예 배울수 있는 곳 추천부탁드려요. 2 이순옥 2012/11/12 613
175771 타미힐피거 스타일 저렴버전 오리털 찾아요 2012/11/12 610
175770 (EMA) 싸이 - 강남스타일 (Live @ 2012 MTV.. 6 싸이싸이 2012/11/12 1,891
175769 박근혜 ‘김종인 재벌개혁안’ 퇴짜… 김종인 “더 이상 관심 안 .. 5 샬랄라 2012/11/12 1,221
175768 이마트 커피숍 커피값 아시는분 .. 6 뽀뽀 2012/11/12 1,524
175767 함양 제일식당, 소개해주신 분...감사드려요... .. 2012/11/12 1,904
175766 나이들면 목도 짧아지나요? 3 으쌰쌰 2012/11/12 3,131
175765 코렐시리즈 중 어떤 게 나을까요? 2 봄아줌마 2012/11/12 1,232
175764 남편자랑 ^^ 7 ㅎㅎ 2012/11/12 1,821